“배터리 제조와 함께 모니터링·제어시스템 개발 힘써야"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정확한 잔량과 수명은 얼마인가? 전기차 소유주가 한 번쯤 품어봤을 이런 궁금증에 대한 해법은 ‘데이터’로 향한다. 수많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배터리의 현 상태를 진단하면 ‘운전자 맞춤형’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다.
최장욱 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교수가 ‘지능화된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Battery Management System)’에 관심을 갖는 이유다. 그는 14일 고려대학교 미래성장연구원(원장 김동수) 개원 10주년을 기념하는 정책세미나에서 “배터리 제조뿐 아니라 모니터링·제어 시스템에 대한 개발에 애써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는 기후변화 위기에 대한 경제·산업 차원 대응 전략을 모색해보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최 교수는 배터리 상태를 진단하는 기술을 인체 건강 검진에 빗대어 설명했다. 겉으로는 똑같아 보이는 배터리 건강도를 각각 진단해 운전 알고리즘과 연계한다. 친환경 에너지원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축적한 데이터를 보험·정비 등 주변 산업이 활용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이 주목받는 이유는 기술적으로 모든 변수에 대응할 수 있는 ‘완벽한 배터리’를 얻어내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데에 있다. 최 교수는 “에너지·출력·충전속도·수명·안전성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데, 기술 특성상 한 성능을 향상하면 다른 성능이 안 좋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어떻게 하면 친환경적으로 배터리를 제조할 수 있는가”하는 질문 역시 전기차 업계가 풀어내야 할 과제다. 배터리 원료를 얻어내려면 광물을 정·제련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화석 연료가 대거 쓰여 탄소를 배출한다. “친환경차를 만드는 과정이 오히려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동욱 현대자동차 부사장은 “폐배터리를 재활용, 재제조하는 등 자원을 재순환하고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 도입되고 있다”고 했다. 재활용 시스템을 구축해 핵심 광물을 재활용하면 외국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도 줄여나갈 수 있다.
송재령 국가녹색기술연구소 대외협력센터장은 이 같은 기술 혁신 과정에서 국내외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봤다. 기후위기는 특정 국가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선진국과 개도국이 유기적으로 공조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일반적인 과학기술은 폐쇄적인 특성을 가진 반면, 기후기술은 기술과 협력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며 “각국의 이해관계에만 치우치다 보면 전 세계적인 기후 위기 대응의 불안정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최준호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배터리를 둘러싼 기술 개발이 ‘연구를 위한 연구’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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