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탁주 과세, 물가연동제 바꿀까
정부가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연동해 매년 오르는 맥주와 탁주(막걸리)의 세금 계산 방식을 바꾸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그간 물가 상승률에 비례해 주세가 오르고, 주세 인상을 이유로 업계가 출고가를 올려 결국 소비자 부담이 커졌던 가격 책정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목적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달 말 발표될 세법 개정안에 이런 내용의 종량세 물가연동제를 폐지하는 주세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주류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은 술의 가격에 따라 부가하는 ‘종가세’와 알코올 도수와 용량에 따라 부과하는 ‘종량세’ 두 가지다. 한국에선 1968년 이후 약 50년간 ‘비싼 술엔 높은 세율, 싼 술엔 낮은 세율’을 부과하겠단 명목으로 종가세 방식을 채택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국내에 수입 맥주가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2020년 맥주·탁주에도 종량세를 도입했다. 수입 맥주는 ‘수입신고가’와 ‘관세’만 포함된 가격이 과세표준으로 잡혀 국내 맥주보다 가격을 낮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여전히 종가세 적용을 받아 원재료 가격이 상승하면 세금이 높아지는 다른 주종과의 과세 형평성을 고려해 2021년부터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물가연동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70∼130%에서 결정되는 ‘가격변동지수’를 정하고, 이를 전년도 세율에 곱해 매년 세율을 새로 정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매년 물가 상승이 이어지면서 발생했다. 물가 상승에 따라 기계적으로 주세 인상이 되면서 주류 가격 인상까지 촉발됐다. 특히 세금 인상으로 10원의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할 경우 주류 업계가 이를 빌미로 추가 가격 인상을 시도하면서 실제 소비자 가격은 100∼200원씩 올라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정부는 현행 물가연동제를 폐지하고 새로운 세금 계산 방식을 준비하고 있다. 핵심은 주류 업체에 가격 상승 명분을 주지 않지 않으면서도 종가세인 다른 품목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적절하게 물가 인상분을 반영하는 것이다. 물가를 억제할 필요가 있는 경우 주세 인상을 미루거나 최소화하는 등 정책 수단으로 활용할 여지를 열어두는 것도 주요 고려 대상이다.
기재부는 국회에서 세액 인상 여부와 폭을 결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인상 시기를 고정해두지 않고 필요한 시점이나 상황마다 국회에서 논의를 거쳐 적절한 세액을 결정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지난 3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해마다 물가에 연동하기보다 일정 시점에 한 번씩 국회에서 세금을 정해주면 된다고 생각한다”며 개편 방향을 설명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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