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강남 집값 90% 회복할 때, 노·도·강은 평균 못미쳤다
서울 아파트값이 전고점의 87% 선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대출·세제 등 규제가 완화되고 금리가 하향 안정세를 보이자 집을 사려는 수요가 늘면서 이전 고점과의 격차를 좁히는 추세다.
16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최근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는 평균 10억7147만원으로, 전고점(12억2566만원)의 87.4%까지 올라섰다. 지난해 하반기 금리 인상 여파로 9억9158만원(전고점의 81%)까지 떨어졌다가, 올해 초 규제 완화 이후 반등한 것이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 거래된 서울 아파트 주택형별 최저·최고 실거래가를 2021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상반기의 전고점 가격과 비교한 결과다.
구별로는 용산구가 전고점의 94%까지 올라 시세 회복이 가장 빨랐다. 이곳은 지난해 하반기 집값이 급락할 때도 하락률이 10%에 그치며 이전 고점의 90% 선을 지켰다. 강남·중구(93%), 서초·종로구(90%), 영등포구(88%)도 전고점 대비 가격 회복률이 서울 평균(87%)보다 높았다. 지난해 하반기 집값 하락 폭이 컸던 송파구는 전고점의 78%까지 내렸다가 87.4%로 올라왔다.
개별 단지를 보면,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 전용면적 120㎡는 지난해 5월 45억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경신한 뒤, 지난 2월 39억5000만원까지 내렸다가 지난달 42억5000만원에 팔리며 반등했다. 전고점의 94.4%까지 회복했다. 2021년 11월 최고가(28억2000만원)를 찍은 강남구 대치동 은마 전용 84㎡도 지난해 10월 21억원까지 떨어졌다가, 지난달 25억6000만원에 팔리며 전고점의 90.8%까지 올라왔다.
반면 강북권은 고점 대비 회복률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른바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은 전고점의 75~78%까지 하락했다가 최근 83%까지 가격이 올라왔다. 노원구 중계동 건영3차 전용 84㎡는 2021년 9월 13억9800만원에 팔렸지만 지난 2월 9억1000만원으로 저점을 찍었고, 이달 초 10억2700만원에 거래됐다. 전고점의 73.5%까지 회복되는 데 그쳤다. 비강남권 중 인기 거주 지역인 마포·성동구(87%), 양천구(86%), 광진구(85%), 강동구(83%)도 아직 서울 평균 이하 수준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강남·서초구 등 고가 아파트 지역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덜 내려가고 고점 대비 가격 회복도 빨랐다”며 “반면 고금리 상황에 대출 영향도가 높은 노원·도봉 등 강북권은 상대적으로 많이 하락했고 회복도 더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서울 집값이 전고점과의 격차를 계속 좁힐 것으로 본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대출 규제가 풀리고 기준금리가 4회 연속 동결되면서 자금 조달이 용이해졌다”며 “무주택자나 집을 갈아타려는 1주택자의 매수로 거래량이 올 추석(9월 말) 전후 월 5000건을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는 3410건으로, 석 달 연속 3000건을 돌파했다.
그러나 이미 저점 대비 가격이 많이 올랐고, 역전세난과 새마을금고 자금 인출 사태 등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불안이 여전한 점은 부담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집값이 급반등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당분간 소강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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