윔블던 첫 ‘논 시드 챔피언’…본드로우쇼바, 기적의 스매싱

피주영 2023. 7. 17.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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윔블던 여자 단식을 제패한 뒤 방패 모양 트로피에 입 맞추는 본드로우쇼바. [로이터=연합뉴스]

“불가능을 극복한 충격적 우승이다.”

영국의 가디언은 세계랭킹 42위 마르케타 본드로우쇼바(24·체코)가 강호를 잇달아 꺾고 2023 윔블던 테니스 대회 여자부 우승을 차지한 소식을 이렇게 소개했다. 본드로우쇼바는 15일 영국 런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윔블던 여자 단식 결승에서 온스 자베르(세계 6위·튀니지)를 2-0(6-4, 6-4)으로 물리치고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은 235만 파운드(약 39억원).

상위 32명에게 주는 시드를 받지 못한 본드로우쇼바는 윔블던 여자 단식을 제패한 최초의 ‘논 시드(Non Seed) 챔피언’이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윔블던 여자 단식에서 세계랭킹 40위대 선수가 우승한 것도 본드로우쇼바가 처음이다. 세계랭킹이 도입된 1975년 이후 가장 낮은 순위로 윔블던에서 우승했다. 종전 기록은 2007년 우승할 당시 31위였던 비너스 윌리엄스(미국)가 갖고 있었다.

본드로우쇼바가 우승하면서 그의 오른쪽 팔꿈치에 새긴 ‘No Rain, No Flowers’라는 문구도 주목을 받았다. 말 그대로 힘든 시간을 버텨내야 꽃을 피울 수 있다는 의미다. 그의 테니스 인생이 그랬다. 본드로우쇼바는 20세이던 2019년 프랑스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러나 그해 하반기 왼쪽 손목 부상으로 코트를 잠시 떠났다. 치료와 재활훈련 끝에 복귀한 그는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 단식 은메달을 따내며 부활에 성공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또다시 왼쪽 손목 수술을 받았다. 수술 여파로 지난해 윔블던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올해 윔블던에서도 그를 주목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유독 잔디 코트에 약했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 전까지 본드로우쇼바는 잔디 코트에서 고작 3승을 기록 중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번 대회 7경기를 치르는 동안 시드를 받은 상위랭커를 5차례 만나 모두 이겼다.

본드로우쇼바는 “그동안 나는 관광객이나 다름없었다. 윔블던은 내가 약한 잔디 코트에서 열리기에 그저 한두 경기 이기는 것이 목표였다”면서 “지난해 윔블던 때는 손목 수술을 한 뒤 깁스를 하고 있었는데 올해는 꿈도 꾸지 못하던 우승을 차지했다”고 말했다. 우승 이튿날인 16일은 본드로우쇼바의 결혼 1주년이었다. 그는 남편인 스테판 시메크(26·체코)와 함께 우승의 기쁨을 나눴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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