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올스타 채은성, 한화 가을야구 이끌까
프로야구 최고의 스타들이 출전한 KBO 올스타전이 지난 14~1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렸다. 장맛비가 심술을 부려 일부 사전 행사가 취소되기는 했지만, 1, 2군 올스타전은 모두 무난하게 열렸다. 2만2990명 만원관중이 찾은 ‘별들의 잔치’ 올스타전에선 나눔 올스타가 드림 올스타를 8-4로 제압했다.
올해 올스타전의 주인공은 한화 이글스 채은성(33)이었다. 채은성은 나눔 올스타의 3번 타자(1루수)로 선발 출전해 4회 말 좌월 만루홈런 포함, 3타수 2안타 1홈런 5타점의 맹활약을 펼쳤다. 2009년 프로 입단 후 처음으로 ‘미스터 올스타’에 뽑혔다. 그는 전날 열린 홈런레이스에서도 우승을 차지해 이번 올스타전을 자신의 독무대로 장식했다. 이틀 내내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은성은 “얼떨떨하다. ‘내가 여기 있어도 되나’ 싶은 심정이다. 솔직히 만루홈런보다 미스터 올스타가 돼서 더 기쁘다”고 말했다.
15년 전만 하더라도 채은성은 이런 날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채은성은 순천효천고 졸업을 앞둔 2008년 열린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프로야구 구단의 지명을 받지 못했다. 진로를 고민하던 순간 LG 트윈스가 육성 선수로 입단할 것을 제의해 힘겹게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1군의 벽은 높았다. 좀처럼 잠실구장에서 뛸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자리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다 결국 2010년 6월 현역병으로 입대했다. 육군 의장대에서 복무하면서 몸과 마음을 재정비했다. 이번 올스타전에선 해군 진해기지사령부 의장대가 화려한 퍼포먼스를 펼쳤는데 이를 지켜보던 채은성이 방망이로 총검술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채은성은 “의장대 시절에는 오늘 같은 날이 오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정말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라고 했다.
채은성은 제대 후 다른 사람이 됐다. 성실한 태도로 끈질기게 훈련한 끝에 실력이 크게 늘었다. 힘겹게 1군에 올라온 뒤 주전 자리를 꿰찼다. 특히 2018년에는 139경기에 나와 타율 0.331 25홈런 119타점 78득점을 기록하는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그리고는 지난겨울 6년 총액 90억원의 FA 계약을 통해 한화로 이적했다. 채은성은 한화로 이적하자마자 팀 타선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올 시즌 연봉 18억원을 받는 채은성은 전반기 74경기에 나와 타율 0.291 11홈런 47타점 46득점을 기록했다. ‘한화의 해결사’로 불리기에 손색없는 기록이다.
한화는 시즌 초반 어수선한 시기를 보냈다. 개막 후 성적이 부진하자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경질하고 최원호 2군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앉혔다. 이 과정에서 잡음도 있었지만, 한화는 전반기 막판 상승세를 탄 끝에 탈 꼴찌에 성공하면서 전반기를 8위(34승4무40패)로 마쳤다. 7위 KT 위즈와의 격차는 불과 1경기다. 5위 롯데 자이언츠를 2.5경기 차로 추격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중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다는 뜻이다.
채은성은 “우리 선수단의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다. 최근에는 박빙의 승부에서도 자주 이겼다”면서 “이번 올스타전에서 좋은 기운을 받았으니 후반기를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동료들에게 좋은 기운을 나눠주고 싶다”고 밝혔다.
■ 채은성은 …
「 ◦ 생년월일 : 1990년 2월 6일
◦ 출신교 : 순천북초-순천이수중-효천고
◦ 체격 : 1m86㎝, 92㎏
◦ 프로 입단 : 2009년 LG 육성선수
◦ 통산 성적 : 1080경기 타율 0.297, 107홈런, 642타점 484득점
◦ 올해 성적 : 74경기 타율 0.291, 11홈런, 47타점 46득점
◦ 올해 연봉 : 18억원
」
부산=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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