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왕이 “화이부동” 강조…중·러는 첫 동해 해·공군 훈련
한국과 중국이 고위급 외교 회담을 놓고 발언 수위를 조절해 발표했다. 올해 들어 냉각됐던 양국 관계를 관리해 추가 악화를 막자는 신호로 풀이된다.
박진 외교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사판공실 주임은 지난 1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45분간 회담했다. 다음날 중국 외교부는 왕 위원이 회담에서 “짧은 기간 중·한 관계가 직면한 어려움과 도전이 늘었지만, 이는 양국 국민의 근본적이고 장기적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왕 위원은 “중·한은 이사할 수 없는 이웃이자, 경제적으로 갈라설 수 없는 동반자이며, 천 년간 교류해 온 끊을 수 없는 관계”라고 강조했다. 그간 양국 관계 악화를 놓고 중국 측이 사용했던 “책임은 중국 측에 있지 않다”는 문구는 나오지 않았다.
왕 위원은 또 “중국은 상호존중의 정신을 바탕으로 ‘화이부동(和而不同, 상대의 동의를 강요하지 않으면서 조화를 추구한다)’이라는 군자의 도를 추구한다”며 “수교 30년 동안 거둔 성과에 먼지가 끼지 않기를 바란다”고 피력했다.
한국 외교부도 회담 후 발표문에서 “건강하고 성숙한 한·중 관계를 위해 세심한 주의와 노력을 기울여 나가기로 했다”며 “외교안보대화, 차관급 전략대화, 차관급 인문교류촉진위, 1.5트랙 대화 등 다양한 소통과 교류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알렸다.
박 장관은 회담에서 왕 위원에게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의 발언 논란을 언급했다고 한다. 하지만 회담 후 한국 외교부 발표엔 싱 대사 대목이 포함되지 않았다. 또 외교부에 따르면 왕 위원만 아니라 박 장관도 회담에서 화이부동을 강조했다.
물론 중국은 대만 문제 등을 놓곤 그간의 입장을 고수했다. 왕 위원은 “한국 측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엄수하고, (대만 문제를) 신중하고 적절하게 처리하길 희망한다”고 발언했다. 그렇지만 전랑(戰狼, 늑대전사) 외교를 구사하는 중국이 올해 들어 처음 열린 한·중 고위급 외교 당국자 간 대면 회담에서 거칠고 직설적인 표현을 삼갔다는 점은 주목된다. 최근 고위급 대화를 재개한 미·중과 마찬가지로 중국이 한·중 관계도 관리 국면으로 전환에 나섰다고 베이징 외교가는 관측했다. 오는 11월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중 정상회담이 이뤄지면 곧이어 서울에서 한·중·일 정상회의가 성사될 가능성이 커졌다.
중국은 외교와 별개로 한반도 주변에서 공세적인 군사 활동은 강화하고 있다. 중국 국방부는 15일 중·러 양군이 연례 계획에 근거해 동해 중부에서 진행하는 훈련에 해·공군을 보낸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이날 칭다오(靑島)에서 출항하는 군함 5척의 출정식 영상을 중국중앙방송(CC-TV)을 통해 공개했다. CC-TV는 중국의 전략 수송기 윈(運)-20 등 공군 선발대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출발하는 장면도 방송했다.
홍콩 동방일보에 따르면 러시아가 해·공군을 동시에 파견해 중국과 연합훈련을 하는 건 처음이다. 중국 군사전문가 쑹중핑(宋忠平)은 “이번 중·러 훈련 과제가 해상 전략 통로의 안보 수호이며 동해에서 진행되는 만큼 목적이 분명하고 실전성이 강한 훈련”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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