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천 제방 무너지고 금강 범람…주민 긴급 대피령
충청지역 곳곳 홍수 피해
괴산댐 수해가 되풀이되는 건 유역 면적(671㎢)보다 댐 용량(저수용량 1532만9000㎥)이 작아서다. 익명을 요청한 한강홍수통제소 홍수예측소 한 연구사는 “괴산댐은 유역 면적보다 물을 가둘 수 있는 용량(저수 용량)이 적은 댐”이라며 “1957년 건설 당시부터 발전용으로 지었기 때문에 저수 용량을 별로 고려하지 않고 지었다”고 설명했다. 괴산댐을 가뭄·홍수에 대비한 능력을 갖춘 다목적댐으로 보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오는 이유다. 유경수 괴산댐대책위원회 위원장은 “괴산댐은 유속이 빨라 폭우가 오면 수 시간 만에 댐에 물이 가득 찬다. 사전에 물을 빼놓고 폭우가 내리면 대응해야 하는데 전문성이 부족한 한수원이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바람에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하천 제방이 무너지고 지류가 범람해 주민들이 급히 대피하는 일은 충청 지역 곳곳에서 벌어졌다. 논산에서는 이날 오전 5시43분쯤 성동면 원봉리 논산천 제방이 무너져 주민 206명이 인근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했다. 무너진 제방은 폭 50m, 높이 11.5m 규모로 관계당국이 긴급 복구에 나섰다. 앞서 0시3분쯤에는 충남 청양군 청남면 대흥리 금강 지류가 범람하면서 주민 200여 명이 인근 청남초등학교 등으로 대피했다. 청양군은 ‘청남면 대흥 배수장 인근 제방 붕괴가 의심된다’는 보고를 받고 곧바로 주민에게 대피 안내문자를 발송했다. 한밤중 청남초등학교로 대피했던 주민은 날이 밝자 집과 축사가 무사한지 확인했다. 대피소에서 만난 주민들은 “새벽에 아무것도 챙기지 못하고 나왔다. 축사에 소도 그대로 두고 왔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한 주민은 “자식들이 집에 가지 말라고 했는데 궁금해서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며 “맘 같아서는 집으로 가서 가재도구라도 정리하고 싶은데 위험해서 못 들어간다”고 말했다. 청남면 건너편인 공주시 탄천면에서도 금강이 범람하면서 축사가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탄천면 한 축사에서는 소 수십 마리가 물에 잠긴 축사를 벗어나 도로까지 올라와 있었다. 농장주가 부랴부랴 올라와 도로 가드레일에 소를 묶어놓기도 했다.
집중호우로 인한 문화유산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사흘 동안 56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백제의 고도’ 공주와 부여가 물바다로 변하면서 이 일대 문화재에 피해가 속출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백제역사지구’ 중 한 곳이자 사적인 공주 공산성에서는 누각인 만하루가 한때 침수됐다가 16일 새벽 금강 물이 빠지면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또 다른 누각인 공산정 부근에서는 성벽 일부가 유실되고 금이 갔다. 공주 석장리 유적은 발굴지가 침수돼 석장리박물관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백제가 부여에 도읍을 둔 사비기(538~660) 왕릉급 무덤이 모여 있는 부여 왕릉원에서는 서쪽에 있는 고분군 가운데 2호 무덤 일부가 유실됐다. 고려 전기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전남 ‘영광 신천리 삼층석탑’(보물)은 석탑과 2m 떨어진 석축 일부(10m)가 붕괴되기도 했다.
문희철·신진호·강혜란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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