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집속탄 쓰면 우리도 쓴다"…우크라·美 겨냥 '맞불 경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가 우리에게 집속탄을 쓰면 러시아도 쓸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고 16일(현지시간) AP통신·인테르팍스 등이 보도했다.
매체들은 이날 러시아의 국영 TV 기자가 텔레그램에 발췌해 올린 인터뷰 기사를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다양한 형태의 집속 탄약을 충분하게 비축하고 있다”면서 “지금까지 우리는 이것을 하지 않았고, 사용하지도 않았고, 그런 필요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그들이 우리에게 이 무기를 적용한다면, 우리는 상호 조치를 취할 권리를 보유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미 행정부 자신도 그 무기를 쓰는 건 전쟁 범죄라고 했다. 그렇다면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집속탄은 공중에서 터져 다수의 작은 폭탄이 확산하는 방식으로, 불발률이 높아 어린이 등 민간인 피해를 높이는 무기로 악명이 높다. ‘악마의 무기’ ‘강철 비’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100여개 국가에서 비인도적 무기란 점에서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러시아가 전장에서 이미 집속탄과 진공 폭탄 등 비인도적 무기를 쓰고 있다는 주장은 국제 사회에서 여러 차례 제기돼 왔다. 린다 토머스 그린필드 미 유엔 대사가 지난해 유엔 총회 연설에서 러시아의 이 같은 행태를 비판하는 연설을 한 적이 있다.
한때 러시아를 비판했던 미국은 최근 우크라이나에 집속탄 지원을 결정했다. 지난 13일 첫 인도 물량이 우크라이나에 도착했다. 미 정부가 공식 확인하진 않았지만, 지원 규모는 수천 발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이와 관련 “집속탄의 불발탄 문제가 있다는 걸 알고 있어 결정을 오래 미뤄왔다”면서도 “우크라이나의 포탄이 떨어지고 있어 민간인 피해가 더 커질 거라고 판단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미 CNN 인터뷰에서 “집속탄이 러시아의 전차를 멈추는 데 임시나마 해결책을 제공할 것”이라고 옹호했다. 이 같은 미 정부의 결정은 미 정치권을 비롯해 유엔 등 국제 사회의 격렬한 논쟁을 촉발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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