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두 거인의 입을 거칠어지게 하나 [신율의 정치 읽기]

조국-추미애 연합 가능성 제기돼 민주당 ‘뒤숭숭’
국민의힘 이준석, 최경환 등 무소속 연대설 나와
핵심 지지층 단속 위한 도 넘는 정치적 발언 시끌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겨냥하는 발언을 지속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매경DB)

요사이 정치권에서 매우 흥미로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추미애 전 장관이 등장해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낙연 전 대표를 ‘연속 저격’하고 있다.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재보선을 고려해야 한다는 당 내부 의견을 말하며, 자신에게 사임을 요구했다는 것이 추 전 장관 주장이다. 당대표였던 이낙연 전 대표 역시 사임 요구와 무관하지 않다며 “그래서는 안 됐다”고도 덧붙였다. 본인은 사직서를 낸 적이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대통령은 장관 임면권을 갖고 있기에, 추 전 장관 말이 사실이라고 해도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다. 다만 자신에게 한 사임 요구와 윤 대통령 당선이 무관하지 않다는 뉘앙스가 포함돼 있어 이는 민주당 내부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올 수도 있다.

추 전 장관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를 지냈고 법무부 장관을 역임하는 등 민주당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인 중 한 명이다. 당연히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이를 추 전 장관도 모르지 않을 텐데도 이런 발언을 했다. 당연히 발언 배경에 대한 궁금증이 일어난다. 여기에는 추 전 장관 정치 행보 재개 의지가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와 관련 또 다른 주장이 제기된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추미애 전 장관이 결국 조국 전 장관과 손을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 사람이 손을 잡으면 민주당보다 훨씬 ‘선명한’ 반윤 전선을 구축할 수 있다. 당연히 강성 야당 지지층 일부가 추-조 두 사람 지지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이때 민주당은 지지층 일부를 빼앗기면서 상당히 곤혹스러운 처지에 직면할 수 있다.

더구나 조국 전 장관이 총선 판에 등장하면 총선 구도가 바뀔 수 있다. 민주당이 현재 바라는 것은 윤석열 정권 심판론이다. 그런데 자칫 문재인 정권 명예 회복 혹은 문 정권 심판론으로 바뀔 수 있다. 이때 윤석열 정권 심판론으로 선거를 치르려는 민주당 노력은 장애에 부딪힐 수 있다. 상황이 이러니 민주당은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추미애-조국, 두 사람 연대가 과연 가능할까. 둘은 문재인 정권 핵심 인사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반면 둘 사이에는 차이점도 존재한다. 이재명 대표와의 관계를 보면 확연히 알 수 있다.

이재명 대표는 조국 사태에 대해 객관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예전부터 조국 사태를 ‘공정’ 관련 문제로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입장은 현재까지도 유지되는 것 같다. 종합해보면, 조국 전 장관은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과 매끄러운 관계를 갖기 힘들어 보인다. 또한, 조국 전 장관이 문재인 전 대통령 평산책방을 방문하고 나서 문재인 정권의 모든 것이 부정되고 폄훼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길 없는 길을 가겠다”고 말한 것으로 보면, 그의 출마는 본인 명예 회복은 물론 문재인 정권 명예 회복을 위한 행위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추미애 전 장관은 다르다. 추 전 장관은 과거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부터 이재명 후보에게 ‘우호적’인 입장이었다. 바로 이 지점이 추 전 장관과 조 전 장관의 차이다. 친명과 친문이라는 차이다.

또 한 가지 생각해볼 측면이 있다. 추 전 장관이 굳이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을 떠나 조국 전 장관과 손잡고 정치를 재개할 이유가 없다는 사실이다. 반면 조국 전 장관은 다르다. 이미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이라고 표현할 만큼 이재명 대표 체제가 확고해진 상황에서, 또 자신에 대한 이 대표 시각이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 이름으로 출마하기 쉽지 않다. 조 전 장관의 무소속 출마 혹은 신당 창당설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런 현실에서 볼 때, 추-조 연합 가능성은 설(說)로 그칠 확률이 높다. 하지만 그렇다고 민주당과 관련한 ‘유사 신당’ 혹은 ‘유사 정치 연합’의 출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다.

이런 상황은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보여진다.

최근 친박계 좌장 소리를 듣던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와 김용태 전 최고위원 등 비윤에 속하는 젊은 정치인과 저녁 식사를 한 내용이 보도됐다. 이 자리에서 최경환 전 부총리는 ‘보수 대통합’을 말했다고 전해진다. 최 전 부총리와 식사를 함께한 이들이 이른바 ‘천아용인’ 정치인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경환 전 부총리는 현재 여권 주류라고는 절대 볼 수 없다. 현재 여권은 친이계(친이명박계)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날 식사는 이른바, 비주류의 회동이었다.

비주류 모임에서 ‘보수 대통합’ 언급이 나왔다는 것은, 결국 현재 국민의힘에서 자신들 자리를 찾기 쉽지 않으니 ‘대통합’을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내부가 아닌 보수라는 큰 틀 내에서 정치적 입지를 확보하려 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런 이유에서 18대 총선 때의 무소속 친박을 연상케 한다. 친박 핵심인 최경환 전 부총리와 현재 출마를 준비 중이라는 우병우 전 수석이 국민의힘 공천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에, 역시 공천이 불확실한 국민의힘 내부 비윤들과 무소속 연대 형태로 총선에 출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이런 식으로 국민의힘 관련 ‘유사 정당’ 혹은 ‘유사 무소속 연대’가 등장한다면, 국민의힘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 보수의 성지라 불리는 TK 지역에서 국민의힘이 의석을 잃을 수도 있고, 그 여파가 영남권 전역에 미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과거 무소속 친박 연대와 친박 연대 출현 당시에도 그랬다.

어쨌든, 양당 모두 ‘유사 정당’ 혹은 ‘유사 정치 연대’ 출현을 경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일수록, 양당은 핵심 지지층을 단단히 단속해야 한다. 요사이 양당 ‘입’이 거칠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각 당 강성 지지층이 좋아할 만한 강성 발언과 행동을 함으로써, 강성 지지층 지지가 분산되는 것을 막으려 한다는 얘기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마약’ 발언이나 이재명 대표 ‘돌팔이’ 발언은, 거칠어지고 있는 양당 ‘입’의 대표적 사례다.

양당의 이런 정치 행보는 한국 정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같은 정도 자극을 계속 주다 보면 무감각해져 더 강한 자극을 주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직면한다. 그럼에도 양당은 당분간 ‘도를 넘는’ 정치적 발언과 정치 행위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이 급하기 때문이다. 이때 정치적 양극화는 더욱 심화된다. 정치적 자극 심화는 정치를 사라지게 한다. 정치란 상대를 국정 운영의 파트너로 생각하고 타협의 기술을 발휘하는 것인데, 상대에 대한 증오만 커질 경우 상대는 정치적 파트너가 아닌 타도의 대상만 될 뿐이다.

거대 양당과 관련된 유사 정당이 출현할 것인가, 그때 양당 지지층은 어떤 형태로 분화할 것인가. 이번 총선은 아주 흥미로울 것 같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18호 (2023.07.19~2023.07.25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