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깨고 버스 탈출 중" 딸의 마지막 문자…오송 유족 오열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 희생자 6명의 시신이 발견된 16일 오전, 시신이 이송된 청주 하나병원 응급실 앞은 유족들의 흐느낌과 탄식이 끊이지 않았다. 초조하게 구급차를 기다리던 유족들은 하얀 천에 싸인 시신이 응급실로 향할 때마다 병원 바닥에 주저 앉아 눈물을 터뜨렸다. 오전 9시 28분쯤 사고 현장에서 시신 1구가 더 발견됐다는 소식이 기사로 전해지자 일부는 “어떡해”라며 발을 동동 굴렀다.
이날 오전 신원이 확인 된 희생자 6명의 시신 중 3명은 하나노인전문병원, 2명은 청주성모병원, 1명은 충북대병원 장례식장에 각각 안치됐다. 오후엔 추가로 희생자 2명의 시신이 발견돼 충북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유족 몇몇은 신원을 확인한 뒤에도 한동안 그 사실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 희생자를 찾았다. 하나노인전문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된 희생자 조모(31)씨의 모친은 1층 로비에서 “내 아들 살려내”라고 외치며 오열하기도 했다. 청주성모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된 희생자 김모(72)씨의 유족들은 “언니야 이렇게 먼저 가면 안 되잖아”라고 외치다 실신했다.
하나노인전문병원에 안치된 안모(24·여)씨의 외삼촌 이경구(49)씨는 안씨가 탔던 747번 버스가 침수지역 우회를 위해 노선을 변경한 데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이씨는 “조카가 최근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해 친구들 4명과 함께 여수 여행을 위해 오송역을 가던 길에 사고를 당했다”며 “친구들에게 창문을 깨고 탈출 중이라고 연락한 게 마지막”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사전에 지하차도를 통제했다면 침수 위험이 있는 지하차도로 버스가 우회하는 일은 없었을 것 아니냐”고 말했다.
안씨와 함께 버스에 탔던 친구 A씨는 여전히 실종 상태다. 안씨와 A씨의 대학 동창들은 “A는 못 나왔다더라, 어떡하냐”며 안타까워 했다. 안씨와 함께 여행을 가고자 먼저 오송역에 도착해 기다리고 있던 다른 친구들 2명도 침통한 표정으로 빈소를 지켰다. 안씨의 모친 이모씨는 유족 지원 차 나온 청주시청 관계자에게 “포대기에 싸여 있던 게 아직도 생각난다. 이리 뉘이고 저리 뉘이고 했던 게…”라며 울음을 삼켰다.
충북대병원엔 사고 당일 같은 버스에 탑승해 함께 출근하던 친구 박모(76·여)·백모(72·여)씨가 나란히 안치됐다. 이들은 아파트 미화원으로 함께 일하던 친구 사이로, 적지 않은 나이에도 주6일 근무를 할 만큼 생활력이 강했다고 한다. 박씨의 아들 이모(51)씨는 “내가 대학교 다닐 적부터 청소 일을 하셨는데 최근까지도 ‘놀면 뭐하냐’며 일해서 번 돈으로 손주들 용돈도 챙겨주셨다”며 “그 정도로 자식에 대한 사랑이 넘쳤던 분”이라고 기억했다.
이씨는 “15일 오전 7시 18분쯤 어머니가 전화를 걸어 ‘출근하는데 차가 통제돼서 집으로 돌아간다’고 말씀하신 게 마지막 통화였다”며 “현장에서 왜 통제를 하지 않았냐고 따지니 ‘매뉴얼대로 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어머니가 물에 잠겨 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고 황망해 했다. 당시 박씨, 백씨와 함께 출근하던 또 다른 친구 B씨의 경우 아직 생사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한다.
청주=이찬규·김민정 기자 lee.cha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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