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기차·자동차 바꿔타며 왕복 27시간…尹 우크라 방문 대장정

최서인 2023. 7. 16.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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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복 27시간에 달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깜짝 방문 과정이 16일 공개됐다. 윤 대통령은 14일 오후에 폴란드에서 출발해 항공기·기차·자동차를 갈아타면서 우크라이나로 향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16일(현지시간) 오전 폴란드 바르샤바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가는 데) 편도 14시간, 오는 데 13시간이 걸렸다”며 “체류한 시간은 11시간밖에 안 된다. 체류 시간에 비해 이동한 시간이 몇 배로 험난했음에도 여러 요소를 고려해 어려운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폴란드 바르샤바로 이동하는 열차 내에서 호우대책회의를 갖고 있다. 대통령실


이번 우크라이나 방문은 지난 5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가 서울에 방문했을 때 대통령 내외 초청 친서를 전달한 게 시발점이 됐다. 김 차장은 “나토 정상회의에 임박해서 떠나기 며칠 전 외교 채널을 통해 다시금 초청이 왔다”며 “국가 원수의 신변 안전과 경호 문제가 녹록지 않았고 중대한 국가 안보 사항들이 얽혀있었기 때문에 준비는 해 놓고 떠났지만 결정은 못 하고 출국했다”고 설명했다. 최종적으로 현지에서 상황을 확인한 후 계획을 실행했다는 게 김 차장의 설명이다.

한 고위관계자는 브리핑 이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서쪽 국경에서 가장 안전한 폴란드 경유지를 통해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G7 정상들이 이용하는 경로이지만 열차 경로의 경우 러시아의 불규칙한 폭격과 드론 공격이 이어지는 곳이다.

우크라이나에 도착한 윤 대통령은 먼저 부차시의 학살 현장을 둘러봤다. 이후 수도 키이우의 전사자 추모의 벽을 찾아 헌화한 뒤 대통령궁에서 환영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정상회담 후에는 오찬을 갖고 젤렌스키 대통령 내외의 안내로 소피아 성당을 둘러본 뒤 국립 아동병원을 찾아 부상 치료 중인 아동과 가족들을 위로했다.


대통령 손목에 스티커 붙여준 아이…지뢰 탐지견 끌고 놀이터에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국빈급 공식 방문 일정을 마치고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15일(현지시간) 키이우 인근의 이르핀 민가 폭격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대통령실

이번 우크라이나 방문은 국제기구나 제3국이 아닌 현장에서 몸소 확인하며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됐다. 김 차장은 “나토 같은 국제회의에서 우크라이나 현안을 논의해왔고 히로시마(G7 정상회의) 같은 제3국에서 우크라이나와 한국 정부가 협력 방안을 논의할 수 있었다”면서도 “(방문을 계기로) 피부로 느껴보면서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무엇이 필요하고 우리와 협력할 수 있는지 정확히 식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 우크라이나 어린이와의 만남을 소개했다. 김 차장은 “한 어린이가 대통령 손목에 문신 스티커를 붙여줬는데, 지뢰·폭탄을 탐지견이 어린아이를 놀이터에 이끌고 가더라”며 “놀이터나 어린이 장난감 시설까지 러시아가 지뢰를 설치해 놨기 때문에 현재도 지뢰 폭발의 큰 위험을 안고 놀이터에서 놀고 있다. 이런 인권 문제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뢰탐지기 등 안전장비 지원 확대 예정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간) 키이우의 대통령 관저인 마린스키궁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한-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지뢰 탐지기를 포함한 인도적 차원의 안전 장비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김 차장은 “지뢰 탐지기·제거기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수요가 절박하리만큼 컸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취약한 교육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온·오프라인 교육 프로그램도 지원할 예정이다.

김 차장은 재건 분야 협력에 대해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통한 지원,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한 지원 패키지를 적절히 배합할 것”이라며 “특히 우크라이나는 2차 전지·전기자동차 생산·금속 제련 분야까지 우리나라 기업들의 직접적인 투자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윤 대통령은 군수물자와 재정지원 확대와 동시에 차세대를 위한 윤-젤렌스키 장학금을 설립해 한국에서 유학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유학생들을 지원할 예정이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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