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펌프 먹통, 늦은 차량통제…3년전 지하차도 참사 '판박이'
많은 인명을 앗아간 충북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지하차도 진입을 제때 통제하지 못한 데다 빗물을 밖으로 빼낼 배수펌프가 ‘먹통’이었던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이는 과거 지하차도 사망사고와 ‘판박이’란 지적이 나온다.
①늦은 교통통제
2020년 7월 23일 오후 10시18분쯤 부산 동구 초량1지하차도가 불어난 빗물에 만조시간까지 겹쳐 잠겼다. 당시 부산지역엔 시간당 80㎜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길이 175m, 높이 3.5m인 초량1지하차도는 가운데가 아래로 처진 ‘U자형’으로 건설됐다. 초량동은 상습 침수지역이다. 그런데도 부산시와 동구는 자동차 진입을 막지 않았다. 현장을 살필 인력도 배치하지 않았다. 결국 지하차도 안에 물이 2.5m까지 차올랐고 미처 대피하지 못한 3명이 숨졌다.
오송 궁평2지하차도 침수 2시간 14분 전쯤인 지난 15일 오전 6시31분 금강홍수통제소는 미호천 수위가 계획홍수위에 도달하자 청주시 흥덕구에 전화를 걸어 “교통통제 등이 필요하다”고 알렸다. 궁평2지하차도와 미호천 간 거리는 가깝다. 하지만 청주시는 관할 도로가 아니라는 이유로 충북도로 넘겼다. 충북도는 사고 직전 교통상황을 근거로 진입을 막지 않았다. 그러다 미호천 강둑이 터지면서 물 6만여t이 순식간에 궁평2지하차도를 덮쳤고, 사상자가 최소 18명 발생했다.
②무용지물 수위계
부산 초량1지하차도엔 수위계가 설치돼 있었다. 수위계는 30㎝ 이상 잠기는 걸 감지, 지하차도 입구 쪽에 설치된 ‘전광판’에 진입금지 경고문을 자동으로 띄우는 장치와 연동된다. 그러나 2020년 7월 사고 당시 고장 나 있었다. 피해자들이 초량지하차도에 진입할 때 이미 수위가 43㎝ 이상이었다.
충북도로관리사업소 역시 수위계(수심 측정기) 센서를 이용해 차도를 모니터링한다. 차도 가장 낮은 곳에 설치한 센서가 50㎝까지 침수를 감지하면, 경찰과 협조해 도로를 통제한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침수에 통제에 나서지 못했다는 게 충북도 측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재난상황에서 교통통제할 수 있는 1차 권한은 도로관리청, 지자체가 갖고 있다”고 말했다.
③먹통 배수펌프
2020년 7월 30일 대전 동구 판암동 소정지하차도(길이 40m) 침수로 한 명이 숨졌다. 소정지하차도엔 배수펌프 3대가 설치돼 있었다. 하지만 집중 호우로 전기실이 물에 잠기면서 배수펌프 가동이 중단됐다. 배수펌프 1대는 시간당 45㎜의 비가 내려도 감당할 수 있는 장비다. 배수펌프 2대 정도만 정상 가동했어도 폭우에 대응이 가능했으나 먹통 된 것이다.
오송궁평2지하차도에도 배수펌프 4대가 설치돼 있다. 1분당 물 3t을 퍼 올린다고 한다. 시간당 83㎜ 호우에도 빗물을 빼낼 수 있게 설계됐다. 배수펌프에 전력을 연결하는 배전반은 차도 내외부에 2개씩 설치해 놨다. 차도가 침수돼도 외부 배전반은 작동시키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번 사고 때 외부 배전반도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김민욱·최종권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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