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비 때마다 속수무책 괴산댐...준설하기도 힘든 미호강
지난 15일 집중호우로 충북 괴산댐이 월류(越流, 물이 넘쳐 흐름) 하면서 하류 지역 주민 1500명이 긴급 대피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큰비가 내릴 때마다 비슷한 상황이 반복하면서 수해를 막을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수력원자력 괴산수력발전소에 따르면 16일 오후 1시 현재 비가 멎은 괴산댐 수위는 130m 수준이다. 15일 만수위(135m 65㎝)를 넘어서 138m 13㎝까지 치솟았던 수위가 차츰 안정세를 찾는 상황이다.
한강홍수통제소는 “최대 방류 속도(초당 2700t)로 물을 내려보내던 괴산댐은 16일 오후 1시 현재 초당 1400t으로 차츰 방류량을 줄이고 있는 상태”라며 “다만 18일까지 충청 지역에 최대 300㎜ 이상 비가 오리라 예상되면서 비상 대응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한강 지류인 달천(達川)을 가로지르는 괴산댐이 월류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1980년 7월에도 월류 했다. 국내 다목적·발전용 댐 가운데 폭우로 물이 불어나 물이 넘친 단 두 번 있었는데, 모두 괴산댐에서 발생했다.
제방 붕괴로 주민 대피 반복
인명 피해가 발생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인근 미호강도 지류인 석남천·가경천이 범람하면서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제방 붕괴로 논·밭이 물에 잠기고 청주 지역 120가구, 주민 186명이 대피했다.
15일 한때 미호강 수위는 9.2m까지 높아졌다. 홍수경보 기준(8m)은 물론 계획홍수위(9.297m) 수준으로 상승한 것이다. 계획홍수위는 계획홍수량에 해당하는 높이(수위)를 뜻하는 용어로, 이 수위까지 물이 차면 하천이 버틸 수 있는 기준 수위에 도달했다는 의미다.
괴산댐·미호강은 공통으로 2017년 수해가 발생한 곳이다. 당시 괴산댐은 물이 넘치진 않았지만, 월류 직전까지 수위가 상승한 적이 있다. 이로 인해 괴산댐 방수량을 늘릴 수밖에 없었고, 하류 지역 주민이 피해를 보았다. 범람 위기인 괴산댐이 수문을 열자 일시적으로 쏟아져 내려온 많은 물이 하류 도로를 유실하고 하천변 저지대 침수를 유발했다.
이처럼 괴산댐 수해가 되풀이되는 건 유역 면적(671㎢)보다 댐 용량(저수용량 1532만9000㎥)이 작아서다. 익명을 요청한 한강홍수통제소 홍수예측소 한 연구사는 “괴산댐은 유역면적보다 물을 가둘 수 있는 용량(저수 용량)이 적은 댐”이라며 “1957년 건설 당시부터 발전용으로 지었기 때문에 저수 용량을 별로 고려하지 않고 지었다”고 설명했다.
미호강도 시간당 최고 9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던 2017년 범람하지는 않았지만, 지류 하천 일부가 넘치면서 오송 저지대 마을에 상당한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그래서 충북도는 당시 수해 근본적인 원인을 찾기 위해 ‘‘미호천·괴산댐 근본대책을 위한 전문가협의회’를 구축하고 연구용역 보고서를 발주했다. 당시 보고서는 “홍수기가 되면 괴산댐 제한 수위를 변경(134m→130m)하고, 한강 수계 홍수 정보 제공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호강은 “석남천·가경천 범람지역에 이동식 차수막 수방 자재를 사고, 도심 저지대에 치수장치를 긴급 설치해야 한다”는 대책 등을 내놨다.
전문가협의회도 무용지물
하지만 이번 사고에서 보듯 또다시 폭우가 내리자 속수무책이었다. 정용승 미호강개발추진위원회 위원장은 “미호강은 강폭이 좁고 면적이 작으니 강바닥을 15~20m 깊이로 준설하고 둑을 1m 이상 높이자고 수년 전부터 주장했지만, 환경단체 반대 등으로 물거품이 됐다”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둑을 높이 쌓고 강물이 수용할 수 있는 용량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괴산댐이 가뭄·홍수에 대비한 능력을 갖춘 다목적댐으로 보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연수 전 충북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은 “당시 괴산댐 운영권을 한국수력원자력에서 한국수자원공사로 이관하는 문제가 제기됐지만 흐지부지됐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가 예견된 인재라는 지적도 나온다. 제방이 붕괴한 미호강이 지난해 연말 홍수 취약 하천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미호강은 환경부가 지난해 선정한 지역맞춤형 통합하천사업 대상지 중 한 곳이었다.
유경수 괴산댐대책위원회 위원장은 “괴산댐은 유속이 빨라서 폭우가 오면 수 시간 만에 댐에 물이 가득 찬다. 사전에 물을 빼놓고 폭우가 내리면 대응해야 하는데 전문성이 부족한 한수원이 제대로 관리를 못 하는 바람에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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