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오송 참변 부른 미호천교…"원래는 작년1월 완공이었다"

박진호, 최종권, 김은지 2023. 7. 16. 16:5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6일 오후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미호천교 아래에서 만난 주민 김도환(66)씨가 임시 둑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박진호 기자


경찰, 사고 위험 인지했나 ‘집중 수사’


많은 인명을 앗아간 충북 청주시 오송지하차도 사고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적되고 있는 미호천교 임시 둑(제방)은 이번 집중 호우를 앞두고 급히 만들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또 미호천교는 당초 지난해 1월 완공 예정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에 무너진 제방은 미호천교 공사 때문에 헐린 상태였다. 이 때문에 공사 기일을 제때 맞추거나 안전관리 등을 철저히 했다면 이번 참사는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오후 충북 청주 흥덕구 오송읍 미호천교 아래에서 중앙일보 취재진과 만난 주민 김도환(66)씨는 "며칠 전까지 해도 미호강교 아래 임시 둑 같은 건 없었다"고 증언했다. 김씨는 “그동안 둑을 쌓지 않고 있다가 큰비가 내린다는 소식에 급하게 임시 둑을 만들었다”며 “그러다 보니 둑이 약할 수밖에 없고, 불어난 물이 약한 부분을 뚫고 나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찬교(70) 궁평1리 전 이장도 “며칠 전까지 둑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비스듬하게 (흙이) 쌓여있는 정도였다”며 “사고가 발생하기 1시간 전쯤 현장을 찾았다가 공사 관계자로부터 임시 둑 높이기 작업은 사고 당일 오전 4시부터 진행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이와 함께 주민은 미호천교 높이를 두고 설계 단계부터 잘못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실제 임시 둑이 무너진 지점에 가보니 미호천교 높이가 기존 제방보다 낮았다. 이로 인해 임시 둑을 기존 제방 높이까지 쌓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16일 오후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미호천교 아래 임시 둑과 기존 제방 모습. 1m가량 높이 차이가 난다. 박진호 기자


임시 둑 기존 제방과 높이 1m가량 차이


현재 사고 현장은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급하게 복구한 상태다. 하지만 이 임시 둑 역시 기존 제방과 높이가 1m가량 차이가 난다. 주민은 “미호천교를 설계할 때 기존 제방보다 높게 설계했어야 한다”며 “임시 둑을 더 높고 넓게 쌓았다면 이런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미호천교 건설 사업은 당초 지난해 1월 준공할 계획이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은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광역교통개선대책에 따라 국도36호선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교차로~강내면 탑연리 미호천교를 연장하는 사업을 2018년 2월에 착공했다.

이 사업 주요 내용은 교통 체증을 줄이기 위해 기존 4차선 다리를 철거하고 6차선으로 새로 만드는 것이다. 당시 행복청은 보도자료를 통해 신설 교량은 상습 침수 등 자연재해에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며 안전을 강조하기도 했다.
16일 오후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미호천교 아래 임시 둑과 기존 제방 모습. 1m가량 높이 차이가 난다. 박진호 기자


기존 계획 1년 7개월 지난, 2023년 8월 준공 예정


하천유수 흐름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48m 이상의 경간장(다리 하부 구조 중심선간 거리)을 확보하도록 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행복청은 2021년 8월 미호천교 개축 공사를 위해 가교(임시 다리)를 개통하면서 기존 계획에서 1년 7개월이나 지난 2023년 8월 미호천교를 준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행복청 관계자는 “기존 다리를 그대로 들어 올려 다시 쓰는 설계를 했는데 정밀 안전 진단 결과(2019년) 등급이 낮게 나와 다리를 새로 만드는 것으로 설계 변경하면서 준공 시기가 2023년 8월로 늦어졌다”며 “이후 지난해 자제 값 등이 오르면서 3개월 더 연장돼 오는 11월 31일에 준공할 예정이었다”고 해명했다.


당초 계획처럼 지난해 1월 새로운 다리를 완공하고 임시 둑이 아닌 제대로 된 제방을 쌓았더라면 지금 같은 사고를 예방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경찰은 임시 둑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공사 관계자를 불러 조사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위험을 인지하고도 조치를 안 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우선 목격자를 대상으로 당시 상황을 조사한 뒤 임시 둑을 왜 쌓았는지, 붕괴할 조짐이 있었는지, 붕괴할 것을 알고 있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윤희근 경찰청장도 16일 오송 지하차도 사고현장을 찾아 점검했다.

청주=박진호ㆍ최종권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