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복 27시간 전쟁터행… 호우피해 점검 위해 일정까지 줄인 尹

배경환 2023. 7. 16.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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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인도·재건 등 '우크라이나 평화 연대 이니셔티브' 추진
편도 14시간, 체류 11시간… 공동 언론발표 통해 연대 의지 강화
국내 호우피해 감안해 정상회담 외 일정 대폭 단축하며 대책지시

나토·폴란드 순방 후 귀국 대신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했던 윤석열 대통령이 국내 호우피해 점검을 위해 현지 일정을 대폭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항공과 육로, 기차 등을 이용해 왕복에만 27시간이 걸린 험난했던 일정을 소화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우크라이나 방문과 국내 상황을 모두 직접 챙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이동 중은 물론, 현지 정상회담 직전에도 국내 상황을 보고 받고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16일(현지시간)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폴란드 바르샤바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내 호우피해 상황을 감안해 우크라이나 방문 취소를 검토하지 않았나'라는 질문에 "그 시간이 아니면 우크라이나를 방문할 기회는 앞으로 전쟁이 끝날 때까지 없을 것처럼 보였다"며 "지금 당장 한국 대통령이 서울로 뛰어간다 해도 그 상황을 크게 바꿀 수는 없는 입장이기 때문에 다만 수시로 보고를 받았다"고 언급했다.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키이우의 대통령 관저인 마린스키궁에 들어서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그러면서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내 편도 14시간, 왕복 27시간, 체류 11시간이란 일정을 소화한 상황도 전했다.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국내 수해로 인해 우크라이나에서의 일정을 축소했다"고 부연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당초 윤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 외 박물관 방문 등과 같은 정상 친교일정을 잡아놨지만 한국의 수해 상황을 고려해 서로간 양해를 구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우크라이나 방문을 통해 전후 재건사업에 대한 의지를 천명했다. 안보·인도·재건 등 3대 분야 지원을 골자로 한 '우크라이나 평화 연대 이니셔티브'를 선언한 것으로 젤렌스키 대통령 역시 한국의 추가 지원을 당부했고 윤 대통령은 '생즉사사즉생' 정신을 내세우며 양국 간 연대 의지를 다지겠다는 뜻을 전했다.

'우크라이나 평화 연대 이니셔티브' 선언은 안보 측면에서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제안한 '평화공식'(Peace Formula)의 중요성에 공감대를 나타내면서 성공적인 '평화공식 정상회의' 개최를 핵심으로 담고 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은 주요 개도국들이 평화공식 정상회의에 보다 많이 참여하고, 자유연대에 동참하도록 촉진자 역할을 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지난해 방탄복, 헬멧과 같은 군수물자를 지원한 데 이어, 올해 더 큰 규모로 군수물자를 지원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취약해진 글로벌 식량안보, 에너지 안보 증진을 위한 국제사회의 논의와 행동을 이끌어 나가고자 한다"고 전했다.

인도 지원 분야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물품이 대상이다. 윤 대통령은 지뢰탐지기 등 안전장비와 인도적 지원 물품을 신속히 전달한 바 있다며 앞으로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인도적 지원 물품도 최대한 신속하게 지원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 정부는 지난해 약 1억 달러의 인도적 지원에 이어 올해 1억5000만 달러 지원도 효과적으로 이행해 나갈 것"이라며 "올해는 우크라이나 정부 재정 안정성을 위해 세계은행과 협력해 재정지원도 새롭게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중 우크라이나에 지뢰 탐지기를 포함한 안전 장비 지원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 이후 안보 분야 3가지, 인도 분야 3가지, 재건 분야 3가지 등 9개 패키지를 마련했다"며 "지뢰 탐지기·제거기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수요가 절박하리만큼 커서 지원을 확대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 및 폴란드 방문의 핵심 목표 중 하나인 재건 지원에 대해서는 "우리는 지난 5월 양국 간 EDCF(대외경제협력기금) 기본협정이 가서명된 것을 환영하고 한국 재정당국이 이미 배정해 둔 1억달러의 사업기금을 활용해 인프라 건설 등 양국 간 협력사업을 신속히 발굴하고 추진하겠다"고 했다.

미래세대를 위한 두 정상간 합의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윤석열-젤렌스키 장학금' 신설을 합의한 것으로 윤 대통령은 "현재 한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학생들이 안심하고 학업을 마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더 많은 학생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장학 프로그램을 확대하겠다"고 부연했다.

이번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행은 경호와 안전 그리고 방문 필요성 문제를 놓고 고심 끝에 윤 대통령이 최종 결심한 것으로 부인 김건희 여사도 동행했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는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 인근 부차시 학살 현장과 민간인 주거지역으로 미사일 공격이 집중된 이르핀시를 돌아봤다.

이른바 '제2의 마셜플랜'으로 불리는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대한 참여 의사는 이미 공식화됐다. 정부와 민간이 긴급 시설 복구 등에 약 520억달러(약 66조원) 규모의 지원을 추진할 방침으로, 최대 1000억달러(약 127조원)로 추정되는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 재건 사업에도 참여한다. 수출시장 개척과 경제 활성화를 모두 만족하는 맞춤형 프로젝트로 정부와 민간의 '원팀' 체제로 시장 선점에 나서겠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바르샤바=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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