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중, 양국 관계 관리 나섰나…박진ㆍ왕이 회담 발표서 수위 조절

신경진 2023. 7. 16.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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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박진(왼쪽) 외교장관과 왕이(王毅, 오른쪽) 중국 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사판공실 주임이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한·중 양국이 지난 14일 열렸던 고위급 외교 회담을 놓고 발언 수위를 조절해 발표했다. 올해 들어 냉각됐던 양국 관계를 관리해 추가 악화를 막자는 신호로 풀이된다.

앞서 14일 박진 외교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사판공실 주임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약 45분간 회담했다. 다음날인 15일 중국 외교부는 회담에서 왕 위원이 “짧은 기간 중·한 관계가 직면한 어려움과 도전이 늘었지만, 이는 양국 국민의 근본적이고 장기적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왕 위원은 “중·한은 이사할 수 없는 이웃이자, 경제적으로 갈라설 수 없는 동반자이며, 천 년간 교류해 온 끊을 수 없는 관계”라고 강조했다. 그간 양국 관계 악화를 놓고 중국 측이 상용구처럼 사용했던 “책임은 중국 측에 있지 않다”는 문구는 중국 측 발표에 나오지 않았다.
왕 위원은 회담에서 또 “중국은 상호존중의 정신을 바탕으로 ‘화이부동(和而不同, 상대의 동의를 강요하지 않으면서 조화를 추구한다)’이라는 군자의 도를 추구한다”며 “수교 30년 동안 거둔 성과에 먼지가 끼지 않기를 바란다”고 피력했다.

한국 외교부도 회담 후 발표문에서 “건강하고 성숙한 한·중 관계를 위해 세심한 주의와 노력을 기울여 나가기로 했다”며 “외교안보대화, 차관급 전략대화, 차관급 인문교류촉진위, 1.5트랙 대화 등 다양한 소통과 교류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알렸다. 박 장관은 회담에서 왕 위원에게 싱하이밍(邢海明) 주한중국대사의 발언 논란을 언급했다고 한다. 하지만 회담 후 한국 외교부 발표엔 싱하이밍 대사 대목이 포함되지 않았다. 또 외교부에 따르면 왕 위원만 아니라 박 장관도 회담에서 화이부동을 강조했다.

물론 중국은 대만 문제 등을 놓곤 그간의 입장을 고수했다. 왕 위원은 “한국 측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엄수하고, (대만 문제를) 신중하고 적절하게 처리하길 희망한다”고 발언했다.

그렇지만 전랑(戰狼, 늑대전사) 외교를 구사하는 중국이 올해 들어 처음 열린 한·중 고위급 외교 당국자간 대면 회담에서 거칠고 직설적인 표현을 삼갔다는 점은 주목된다. 최근 고위급 대화를 재개한 미·중과 마찬가지로 중국이 한·중 관계도 관리 국면으로 전환에 나섰다고 베이징 외교가는 관측했다. 올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중 정상회담이 이뤄지면 곧이어 서울에서 한·중·일 정상회의가 성사될 가능성이 커졌다.


중·러 “해상 전략적 통로의 안보 수호”


중국은 외교와 별개로 한반도 주변에서 공세적인 군사 활동은 강화하고 있다. 중국 국방부는 15일 중·러 양군이 연례 계획에 근거해 동해 중부에서 진행하는 훈련에 해·공군을 보낸다고 발표했다. 즉 중국과 러시아가 동해에서 해·공군 연합훈련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훈련 날짜를 특정하지 않는 대신 이날 칭다오(靑島)에서 출항하는 군함 5척의 출정식 영상을 중국중앙방송(CC-TV)을 통해 공개했다. 이들 군함은 미사일 구축함인 치치하얼(齊齊哈爾)함과 구이양(貴陽)함, 미사일 호위함인 짜오좡(棗莊)함과 르자오(日照)함 및 종합보급함인 타이후(太湖)함 등이다. CC-TV는 또 중국의 전략 수송기 윈(運)-20 등 공군 선발대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출발하는 장면도 방송했다.

홍콩 동방일보에 따르면 러시아가 해·공군을 동시에 파견해 중국과 연합훈련을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또 이번 훈련에 참여하는 중국측 구이양함과 짜오좡함은 중국 해군 중 최장 항해 기록을 보유했다. 동방일보에 따르면 르자오함은 주요 훈련마다 두각을 드러내 ‘전쟁 대비 우수 부대’로 불린다.

중국 군사전문가 쑹중핑(宋忠平)은 “이번 중·러 훈련 과제가 해상 전략 통로의 안보 수호이며 동해에서 진행되는 만큼 극강의 타깃성과 실전성을 갖춘 훈련”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4일 미국 노스다코타주 마이놋 공군기지에서 날아온 B-52H 폭격기가 미국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 착륙하고 있다. 앤더슨 기지 페이스북 캡쳐
지난 14일 미국 노스다코타주 마이놋 공군기지에서 날아온 B-52H 폭격기에 공대지 유도미사일을 실전 장착하고 있다. 앤더슨 기지 페이스북 캡쳐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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