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행길의 늙어가는 청춘은 오늘도 체육관에 갑니다

박희종 2023. 7. 16.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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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종 기자]

▲ 체육관의 다양한 운동기구들 체육관에는 다양한 운동기구들이 비치되어 있다. 꾸준한 노력과 인내가 필요한 근력 운동이지만, 참고 버티면서 몸이 변하는 모습을 보면 포기하지 못하는 매력 있는 운동이다. 회원들과 함께하는 다양한 운동이 하루의 삶을 활기있게 만들어 주고 있다.
ⓒ 박희종
오늘도 어김없이 체육관으로 향한다. 멀리 있는 체육관에서 가까운 체육관으로 옮긴 후, 새벽에 출발하던 체육관을 7시나 되어야 나선다. 불과 5km 정도 떨어진 체육관은 한 달 사용료가 1만 원이지만 다양한 운동기구들이 구비되어 있다. 운영비 정도만 내고 한 달 내내 이용할 수 있는 곳이다. 새벽 운동을 하고 들로 나서야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다. 체육관에 들어서자 벌써 많은 회원들이 땀을 흘리고 있다.

오늘은 처음으로 오신 신입회원이 있다. 연세가 꽤 되어 보이는 여자 어르신이 낯설어하며 머뭇거리는 사이, 체육관의 활기를 넣어주는 회원이 다가간다. 가볍게 인사를 하자 연세를 말씀하시는데 고희에 가까운 분이시다. 운동한 지가 오래되어 거동이 다소 불편한 듯 하지만 의욕이 대단하다. 운동기구 사용법과 운영시간 등을 어려움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친근하게 알려준다. 시골의 삶은 잠깐의 이야기로 친해질 수 있는 이웃이나 마찬가지다.

오래 전에 시작했던 하프 마라톤은 20여 년 만에 접었다. 풀코스를 뛰어보기 위한 전초전이었는데 무릎이 골을 부리는 바람에 5km로 주저앉고 말았다. 자전거에 하프 마라톤, 여기엔 수영실력이 필요했다. 철인 3종경기 도전이 꿈이었던 젊은 시절 기억이다.

철인 3종 경기 도전을 위해 수영을 배우는 도중에 무릎이 골을 부리는 난관이 닥친 것이다. 하프 마라톤을 10km로, 다시 5km를 뛰면서 숨쉬기를 열심히 했었다. 고민 끝에 가냘픈 몸매를 다듬는 것으로 운동을 정리했다. 몸매를 가다듬으며 사는 나의 삶의 계절은 어디쯤일까?

다양한 삶의 공간이 있는 골짜기다

가까운 시골에 위치해 있는 체육관은 이용이 편리하다. 시골인데도 다양한 운동시설과 문화시설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체육관에 갖추어진 다양한 운동기구는 도시에 결코 뒤지지 않은 시설들이다. 다양한 운동기구들을 이용할 수 있고, 친절한 회원들이 사용법을 설명해 주기도 한다. 시냇가 주변에는 가지런히 정비된 잔디밭에 파크골프장이 마련되어 있고 코치도 배치되어 있다. 곳곳의 쉼터에도 운동할 수 있는 각종 기구가설치 되어 있고 빼어난 자전거길도 조성되어 있다.

물이 흐르는 냇가를 따라 만들어진 자전거 도로는 아름다운 나무들로 언제나 그늘을 만날 수 있고, 곳곳에서 쉼이 가능한 시설도 마련되어 있다. 시골이지만 지자체에서 다양한 문화공간도 만들어 주고 있다. 언제나 출입할 수 있는 무인 도서관도 있고, 주변엔 자전거를 대여해 주는 곳도 있다. 아름다운 곳에는 아담한 카페들도 들어서 있어 시골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아침이면 어르신들이 깨끗이 청소하는 문화시설들은 체육관을 옮기면서 만나게 되었다. 언제나 부담 없이 사용이 가능한 공간들이다.

늙어가는 청춘은 초행길이다
 
▲ 자전거 도로 시냇물을 따라 만들어진 자전거 도로엔 곳곳에 쉼터와 아름다운 풍경을 품고 있다. 다슬기를 줍는 사람, 먹이를 찾아 찾아 오는 많은 철새등 다양한 삶의 풍경들이 존재하는 곳이다.
ⓒ 박희종
 
체육관에서 땀을 흘리는 모습들이 활기찬 아침을 선사한다. 운동을 하면서 만나는 회원들이지만 언제나 웃는 얼굴이다. 서둘러 체육관을 나서는 이웃들, 이제서 들어서는 회원들이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나름대로의 삶을 유지하면서 건강한 삶을 위해 오늘도 체육관은 만원이다. 언제나 늙지 않고 살아갈 것 같았던 젊음이었다. 가도 가도 잡히지 않는 사막 위의 신기루, 나의 젊음은 늘 그러려니 했다. 늙어가는 청춘의 초행길은 늘 낯설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평생 즐겨하는 운동이 남겨준 아직 쓸만한 몸뚱이다.

시골에 위치한 근처 체육관으로 옮기면서 새로운 환경에 쑥스러웠다. 어떻게 낯선 사람들을 맞이할까? 망설임 없이 체육관 문을 열고 신참임을 고백했다.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하면서 바라보는 눈빛은 낯설었다. 희끗한 머릿결에 파마를 하고, 긴 머리를 질끈 묶어 꽁지머리를 했으니 말이다. 어떤 인간일까 하는 표정을 뒤로 하고 운동을 시작했다. 언제나 하는 루틴대로 몸을 풀고, 근육운동을 시작했다. 여러 운동기구를 이용해 죽을힘을 다해 근육을 괴롭힌다. 처절할 정도의 근육운동이 끝나면 러닝머신으로 오른다. 서서히 속도를 내다 예열이 되면 숨이 가쁠 정도의 속도를 낸다. 러닝 머신에서의 시간은 30여 분 정도로 온몸이 땀으로 젖어든다.

기어이 온몸에 땀이 흐르고 숨을 헐떡이며 숨 고르기를 한다. 머릿결은 희끗희끗한데 머리는 꽁지머리를 했다. 운동하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살았는지 도대체 가늠이 되지 않나 보다. 머뭇거리는 회원들에게 다가가면서 낯이 익고 서서히 말을 건네기 시작했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이야기하다 보니 서로가 아는 사람들이다. 한 집을 건너 이야기하다 보면 서로 이웃이 아니던가? 시골이 이래서 좋은 곳이지만 모두가 궁금해하는 것은 나이였다. 도대체 얼마나 살아온 세월인가가 늘 궁금한 것이 우리 아니던가? 끊임없는 운동과 취미로 살아온 세월에 깜짝 놀란다.

포기하지 않은 젊음, 가을을 걷고 있다

젊어서 시작한 운동을 쉼 없이 하고 있다. 대단한 몸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몸은 유지되어 있고, 가능하면 젊음에 가까이 하려 했다. 조상이 물려준 DNA를 무시할 수 없어 작은 극복이라도 하려 함이다. 무던한 노력으로 가느다란 몸매를 얼추 추슬렀고, 어느 곳에서나 떳떳한 몸을 갖추어 갖가지 취미생활을 하고 있다. 

희끗해진 머리칼이 하나둘 줄어드는 세월, 어떻게 할까를 고민했다. 고민 끝에 파마를 하고 나타난 모습에 주변엔 파마머리가 하나둘씩 늘어갔다. 늙어가는 청춘의 모습이 그럴듯했나 보다. 깔끔하면서도 신세대다운 머리칼도 가끔은 바꾸어 주어야 했다. 다시 도전한 것은 긴 머리를 해보자는 것이었는데, 하나둘씩 줄어드는 머리칼이 얼마 후엔 묶어지지도 않을 듯해서다. 서서히 머리칼을 기르며 파마를 했고, 급기야는 꽁지머리를 하게 되었다. 어디를 가도 표 나는 머리, 파마에 꽁지머리다. 

처음 만난 사람이 곱게 봐 줄리 없을 것 같아 변명 아닌 변명을 한다. 수채화를 그리고 색소폰을 연주해서 한 꽁지머리가 아닌, 지금 아니면 죽을 때까지 못 할 것 같아 해 본 꽁지머리라고. 일흔 번째의 여름은 운동과 함께 한 세월이 준 선물이다. 시골 체육관에서 땀을 흘리러 가는 자동차 위에는 자전거 캐리어가 설치되어 있고, 평범하게 봐줄 수 없는 모습에 놀라기도 하지만 격하게 응원도 해준다. 신나게 운동할 수 있는 체육관엘 늘 가야 하는 이유이다. 
 
▲ 초록이 가득한 들판 연초록 들판이 서서히 여름으로 접어들고 있다. 연초록이 검푸름으로 변하고, 다시 황금색깔로 변할 것이다. 푸름이 언제나 존재하지 않듯이 삶도 그러할것이다. 언제나 푸름이 존재하지 않듯이 늙어 가는 청춘, 오늘도 근육을 단련하러 체육관으로 달려간다.
ⓒ 박희종
지난날의 푸르름은 늘 있을 줄 알았고, 몽골 사막에서 만난 신기루인 줄 알았다. 운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동네는 온갖 푸름이 가득이다. 무심코 지나던 논자락의 푸름이 숨을 멎게 한다. 농부의 손길이 가득한 논마다 검푸른 푸름이 파도를 친다. 

머지않아 푸름은 순식간에 황금색으로 변하며 겨울이 오고 있음을 알려줄 것이다. 푸름 속을 무심코 지나는 늙어 가는 청춘은 어느덧 여름을 지나 가을 속을 헤매고 있다. 푸름이 짙어 황금색으로 물든 가을 속을 달리고 있는 것이다. 다시 올 수 없는 가을 속에 늙어가는 청춘, 남은 청춘을 불사르기 위해 오늘도 근육을 단련시키고 돌아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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