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성 급급' 오송, 책임 묻자…"3분만에 물 차 어쩔수 없었다"

최종권, 박진호, 손성배, 김은지 2023. 7. 16.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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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곳곳에 홍수경보가 발령되는 등 물 폭탄이 쏟아져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16일 충북 청주 오송 궁평 2지하차도 침수 사고현장에서 소방과 경찰, 군이 합동으로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오송 주민 “터진 임시둑, 모래 긁어모아 쌓아”


많은 목숨을 앗아간 ‘오송 지하차도 침수사고’는 사전 제방관리와 자동차 통제 미흡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인재(人災)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15일 오전 8시45분쯤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 제2 지하 차도(왕복 4차로)가 침수했다. 이 바람에 16일 오후 3시 기준 9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다. 소방당국은 실종자를 3명 정도로 추정하고 있지만, 수색 결과 더 증가할 수도 있다고 한다. 청주 옥산에서 오송읍·세종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이 지하 차도는 길이 430m, 높이 4.5m다. 전날 오전 8시40분쯤 이곳에서 300여 m 떨어진 미호강 임시 둑이 터지면서 지하 차도 안으로 물이 급속도로 차올라 경찰 추정 차량 15대가 침수했다. 차도 안은 2~3분 새 물 6만t으로 가득 찼다.

오송읍 궁평리 주민은 허술하게 쌓은 미호강 임시 제방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장찬교(68) 궁평1리 전 이장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집중 호우가 한참 전에 예보됐음에도 예비 둑을 제대로 만들지 않아 침수 사고가 난 것 같다”며 “평생 오송에 살면서 미호천 둑이 무너진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장씨는 침수 사고가 나기 1시간 전인 오전 7시40분쯤 미호강 철골 가교 사이에 있는 둑을 찾았다고 한다. 가교는 새 다리를 놓기 전 청주~오송을 오가는 통행로로 활용하기 위해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2개를 만들었다. 충북도에 따르면 유실 구간은 50~60m 정도다. 가교 사이 구간이 비스듬한 형태로 원래 제방보다 낮았다는 게 장씨 주장이다.
16일 오후 폭우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 2지하차도 사고현장에서 소방과 경찰, 군이 합동으로 구조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119구조대원들이 인양한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홍수경보에도 교통통제 없어…충북도 “어쩔 수 없었다”


장씨는 “오전 7시40분 현장을 찾았을 때 공사 관계자들은 굴삭기 1대로 모래를 긁어모아 임시 둑을 높이고 있었다”며 “현장 감리단장에게 ‘이런 식으로 하면 둑이 버티지 못한다’고 항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큰 모래주머니도 아니고, 흙을 긁어모은 모래성이 결국 강물에 무너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씨에 따르면 임시 둑 높이기 작업은 이날 오전 4시부터 진행했다.

홍수경보가 내려졌음에도 사고가 난 지하 차도 통제가 이뤄지지 않은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미호강 홍수를 관리하는 금강홍수통제소는 15일 오전 4시10분쯤 공유 문자를 통해 미호천교에 ‘홍수경보’를 발령했다. 미호천교가 계획홍수위인 9.29m(가교 기준)에 도달한 오전 6시31분엔 청주시 흥덕구에 전화를 걸어 “주민대피와 교통통제 등이 필요하다”고 알렸다.

금강홍수통제소 관계자는 “계획홍수위에 도달했을 때 자치단체 매뉴얼에 준해 교통통제를 포함한 취약지역 관리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전달했다”고 했다. 흥덕구청 관계자는 이 내용을 오전 6시39분 시청 하천과와 안전정책과에 협조 요청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청주시 관계자는 “요청을 받고 주민 대피 등 조처를 했으나, 해당 도로는 충북도청에서 관리하는 곳이라서 시청 소관이 아닌 것으로 봤다”고 해명했다.

16일 오후 차량침수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 2지하차도 사고현장에서 소방과 경찰, 군이 합동으로 구조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충북도는 도로 통제 주체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통제가 가능한 상황이 아니었다”고 했다. 충북도 관계자는 “사고 당일 오전 8시35분에 한 주민이 지하 차도를 지나간 것을 확인됐다”며 “강둑이 터진 뒤 도로로 유입된 강물이 불과 2~3분 만에 지하 차도를 침수시키는 바람에 사고를 막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배수펌프 작동 못해”…배전반 2개는 지하에


충북도에 따르면 궁평 제2 지하 차도가 있는 해당 도로는 침수위험 3등급이다. 도로 침수위험 1등급은 ‘호우 예비특보’, 2등급은 ‘호우주의보’, 3등급은 ‘호우경보’가 내려지면 집중 관리에 들어간다. 사고 당시 청주지역에 호우경보가 내려져 충북도로관리사업소는 사고 지하 차도에 있는 침수심(수심측정기) 센서를 이용해 차도를 모니터링 하고 있었다.

강종근 충북도 도로과장은 “제일 낮은 곳에 있는 침수심에 50㎝까지 물이 차오르면 경찰과 협조에 도로 통제에 들어간다”며 “사고 당시 불과 2~3분 만에 물이 차는 바람에 통제할 시간이 물리적으로 부족했다”고 말했다.

전국 곳곳에 홍수경보가 발령되는 등 물 폭탄이 쏟아져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16일 오후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 2지하차도 침수 사고현장에서 소방과 경찰, 군이 합동으로 구조작업을 진행하고 있다.프리랜서 김성태


물이 갑자기 차오르면서 지하 차도에 있는 배수펌프는 작동하지 않았다. 이 차도 안에는 1분당 물 3t을 퍼 올릴 수 있는 배수펌프가 4개 있다. 4개가 모두 돌아가면 분당 12t을 빼낼 수 있다. 시간당 83㎜ 호우에도 빗물을 빼낼 수 있게 설계됐다.

강 과장은 “물이 갑자기 차면서 배수펌프가 작동한다고 해도 유입량이 훨씬 더 많아 침수를 막기는 어려웠을 것 같다”고 했다. 배수펌프에 전력을 연결하는 배전반은 지하 차도 내부에 2개, 외부에 2개가 있었다. 외부에 만든 배전반은 지하 차도 침수시 절반만이라도 펌프가 가동하게 하려고 빼놓았다. 강 과장은 “외부에 위치한 배전반에도 물이 차서 펌프가 작동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주=최종권·박진호·손성배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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