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조짐 민원 넣어도 늑장대처"…제방 유실에 주민 200명 대피 [르포]
신진호, 김은지 2023. 7. 16. 15:21
16일 낮 12시30분 충남 논산시 성동면 우곤1리 마을회관 앞. 비가 내리는 가운데 주민 50여 명이 제방 쪽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날 오전 11시쯤 마을을 지나는 금강 제방 일부가 무너지면서 주민 대피명령까지 내려져서다. 논산시와 금강유역환경청 등 관계 기관 직원이 현장과 마을회관을 오가며 실시간으로 상황을 설명했지만, 주민 불안감은 가시지 않았다.
우곤1리 한 주민은 “36년 전(1987년) 홍수 이후 큰물 피해가 없었는데…”라며 제방 쪽을 다시 바라봤다. 현장에 도착한 백성현 논산시장은 “지금 중장비를 동원해 긴급 복구작업을 진행 중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고 주민을 안심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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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곤1리 주민은 관계 당국의 늑장 대처에 불만을 터트렸다. 폭우가 내리기 시작한 지난 13일부터 “금강 제방이 유실될 것 같다”는 민원을 제기했지만, 제때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우곤1리 전병태(60) 이장은 “마을이 있는 제방 안쪽에서 물이 솟아나는 것을 발견하고 신고했다”며 “제방이 무너지면 마을이 금세 물바다로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논산 주민들 "제때 조치 이뤄지지 않아" 토로
우곤1리 주민은 관계 당국의 늑장 대처에 불만을 터트렸다. 폭우가 내리기 시작한 지난 13일부터 “금강 제방이 유실될 것 같다”는 민원을 제기했지만, 제때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우곤1리 전병태(60) 이장은 “마을이 있는 제방 안쪽에서 물이 솟아나는 것을 발견하고 신고했다”며 “제방이 무너지면 마을이 금세 물바다로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을 확인한 주민들에 따르면 제방은 ‘V자’ 모양으로 푹 꺼졌다. 제방에 설치된 나무데크도 그대로 강 속으로 고꾸라졌다. 무너진 곳은 제방 바깥인 금강 쪽이지만 제방 안쪽(마을 방향)에서도 커다란 시냇물처럼 물줄기가 흘러내렸다. 주민들은 “이대로 두면 언제 제방이 터질지 모른다”고 마음을 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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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1시38분과 낮 12시39분 두 차례에 걸쳐 우곤1리와 우곤2리에 대피명령이 내려지자 경찰은 마을로 들어오는 진입로를 차단했다. 우곤2리에선 주민들이 여행용 가방에 간단한 옷가지를 챙겨 마을회관과 초등학교로 발길을 옮겼다. 하지만 우곤2리 주민 대부분도 마을을 떠나지 않고 회관 주변에 삼삼오오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
제방 무너지자 대피명령…주민들 마을 떠나지 못해
오전 11시38분과 낮 12시39분 두 차례에 걸쳐 우곤1리와 우곤2리에 대피명령이 내려지자 경찰은 마을로 들어오는 진입로를 차단했다. 우곤2리에선 주민들이 여행용 가방에 간단한 옷가지를 챙겨 마을회관과 초등학교로 발길을 옮겼다. 하지만 우곤2리 주민 대부분도 마을을 떠나지 않고 회관 주변에 삼삼오오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
논산에서는 이날 오전 5시43분쯤 성동면 원봉리 논산천 제방이 무너져 주민 206명이 인근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했다. 무너진 제방은 폭 50m, 높이 11.5m 규모로 관계 당국이 긴급 복구에 나섰다. 논산천 붕괴로 수박밭 등 농경지 75㏊가 침수 피해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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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7.8m까지 상승했던 논산선 수위는 16일 오전 8시 기준으로 5.8m까지 낮아졌다. 논산시 관계자는 “이르면 16일 자정 전에 임시 복구를 마칠 것”이라고 말했다.
논산천 제방 무너져 농경지 75㏊ 침수
15일 7.8m까지 상승했던 논산선 수위는 16일 오전 8시 기준으로 5.8m까지 낮아졌다. 논산시 관계자는 “이르면 16일 자정 전에 임시 복구를 마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0시3분쯤에는 충남 청양군 청남면 대흥리 금강 지류가 범람하면서 주민 200여 명이 인근 청남초등학교 등으로 대피했다. 청양군은 ‘청남면 대흥 배수장 인근 제방 붕괴가 의심된다’는 보고를 받고 곧바로 주민에게 대피 안내문자를 발송했다. 한밤중 청남초등학교로 대피했던 주민은 날이 밝자 집과 축사가 무사한지 확인했다. 강이 범람하면서 지방도 625호 일부가 통제되자 우회도로를 통해 고립된 마을까지 다녀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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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피소에서 만난 주민들은 “새벽에 아무것도 챙기지 못하고 나왔다. 축사에 소도 그대로 두고 왔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한 주민은 “자식들이 집에 가지 말라고 했는데 궁금해서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며 “맘 같아서는 집으로 가서 가재도구라도 정리하고 싶은데 위험해서 못 들어간다”고 말했다. 벼농사와 축산업이 종사하는 주민이 대부분인 청남면에서는 이번 폭우로 축사와 농경지가 유실돼 대규모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청양에선 금강 지류 범람…축사·농경지 유실
대피소에서 만난 주민들은 “새벽에 아무것도 챙기지 못하고 나왔다. 축사에 소도 그대로 두고 왔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한 주민은 “자식들이 집에 가지 말라고 했는데 궁금해서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며 “맘 같아서는 집으로 가서 가재도구라도 정리하고 싶은데 위험해서 못 들어간다”고 말했다. 벼농사와 축산업이 종사하는 주민이 대부분인 청남면에서는 이번 폭우로 축사와 농경지가 유실돼 대규모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청남면 건너편인 공주시 탄천면에서도 금강이 범람하면서 축사가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탄천면 한 축사에서는 소 수십 마리가 물에 잠긴 축사를 벗어나 도로까지 올라와 있었다. 농장주가 부랴부랴 올라와 도로 가드레일에 소를 묶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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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부터 충남지역에 내린 비는 평균 300.8㎜다. 부여군 외산면이 625.5㎜로 가장 많고 보령시 성주면 575.5㎜, 청양군 청남면 572㎜, 공주시 도심 562.5㎜ 등이다. 이번 폭우로 충남에선 5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산사태와 침수 등으로 대피한 이재민은 474명으로 집계됐다. 16일 오후 1시를 기준으로 충남에선 도로파손과 하천범람, 재방 유실 등 공공시설 피해 34건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했다.
부여 외산에 625㎜ 폭우…17일까지 250㎜ 예상
지난 14일부터 충남지역에 내린 비는 평균 300.8㎜다. 부여군 외산면이 625.5㎜로 가장 많고 보령시 성주면 575.5㎜, 청양군 청남면 572㎜, 공주시 도심 562.5㎜ 등이다. 이번 폭우로 충남에선 5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산사태와 침수 등으로 대피한 이재민은 474명으로 집계됐다. 16일 오후 1시를 기준으로 충남에선 도로파손과 하천범람, 재방 유실 등 공공시설 피해 34건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했다.
한편 충남지역에 호우 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정체 정선 영향으로 17일까지 최대 250㎜ 이상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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