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선 한·미, 바다에선 한·미·일…"北뿐 아닌 중·러까지 견제"
한·미·일 함정이 16일 한데 모여 북한 미사일에 대응하는 훈련을 벌였다. 지난 12일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 후 공중에서 한·미, 해상에서 한·미·일 훈련이 잇따라 실시되면서 대북 경고 수위도 높아지는 모양새다. 한·미·일 3국은 북한의 도발뿐 아니라 중·러의 밀착 행보까지 염두에 둔 연합훈련 정례화에도 속도를 낼 거란 관측도 나온다.
군 당국은 이날 한국 해군의 율곡이이함, 미국 존핀함, 일본 마야함 등 3국 이지스 구축함이 동해 공해상에서 미사일 방어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해군에 따르면 이번 훈련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 상황을 상정해 가상의 탄도미사일 표적에 3국 함정이 대응하는 절차를 숙달하는 데 중점을 뒀다. 발사 초기 단계의 표적 정보를 한국이 미측에 보내면 미측이 이를 일본과 공유하고, 일본이 포착한 종말 단계의 표적 정보는 미국을 거쳐 한국으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는 북한이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이상의 사거리로 미사일을 쏠 경우 지구 곡률을 감안해 한·일이 신속히 역할을 분담해 대응하자는 취지다. 이번 훈련이 지난 12일 북한 ICBM 화성-18형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는 의미다.
3국의 미사일 방어훈련은 지금까지 네 차례 열렸는데, 모두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과 연계해 진행됐다. 특히 지난해 10월엔 북한이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했을 때는 동해에서 한·미·일 대잠수함전 훈련을 마친 뒤 일본 해역으로 돌아가던 로널드 레이건 항모전단이 즉각 방향을 틀어 훈련에 참여했다. 지난 2월과 4월 훈련 역시 ICBM인 화성-15형과 화성-18형 발사에 대한 대응 성격으로 진행됐다.
특히 북한의 화성-18형 도발에 따라 실시된 이번 훈련은 한·미 연합 공중훈련의 '후속편'으로도 풀이된다.
미국은 북한이 도발한 바로 다음날인 지난 13일 '3대 핵전력'인 전략 핵폭격기 B-52H를 동원해 한반도 상공에서 훈련을 실시했다. 군 당국자는 “북한 도발에 대해 미국이 흔들림 없는 대비태세를 과시했다”며 “한·미동맹과 한·미·일 공조의 축 모두 견고하다는 점을 알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오는 18일 서울에서 열릴 예정인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와 곧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미군 전략핵잠수함(SSBN)의 한반도 전개를 앞두고 ‘섣불리 움직이지 말라’는 강경한 대북 메시지이기도 하다.
미국을 가교로 한 3국의 강한 공조 기류는 중·러를 향한 견제의 의미도 있다.
전날(15일) 중국 국방부는 “중·러 양국 군의 연간 협력 계획에 의해 러시아군은 조만간 해·공군 역량을 동해 중부 해역에서 열리는 '북부·연합-2023' 훈련에 파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비해 미국은 현재 B-52H 외에도 주일미군 미사와(三澤) 기지에 전략폭격기 B-1B 2대를 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입장에선 북·중·러 모두를 겨냥해 한·미·일 3국 공조를 활용한 통합억제에 나설 필요성이 더욱 커진 셈이다.
이 때문에 지난 4월 한·미·일 안보회의(DTT)에서 잠정 합의된 3국의 미사일 방어 훈련과 대잠수함전(대잠전) 훈련의 정례화 논의에도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11월 3국 정상이 합의했던 3국 미사일 경보 정보의 실시간 공유 방안도 조기에 가동될 것으로 예상된다. 군 관계자는 “3국 해상 훈련을 수시로 진행하던 방식에서 정례화로 발전시키면 보다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실제로도 관련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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