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의사들 "의료체계 붕괴 멀지 않아…119 유료화로 경증환자 이송 줄여야"

강승지 기자 2023. 7. 16. 15:0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최근 응급환자가 구급차를 타고 병원을 전전하다 숨지는 일명 '응급실 뺑뺑이' 사고에 대해 응급의학과 의사들의 단체인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16일 "마치 '너희가 열심히 하지 않아서, 환자를 받지 않으면 처벌하겠다'는 취지의 정책당국 대응은 잘못됐다"는 목소리를 냈다.

의사회는 응급실이 항상 붐비는 '과밀화' 문제가 △무제한적인 병원 선택권 △상급병원 선호 현상 △비정상적인 의료전달체계와 보상체계 △경증 환자를 담당할 1차 의료의 붕괴 △중증도가 아닌 편의를 고려한 응급실 이용문화 등 복합적 원인에 의해 생긴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너희가 열심히 하지 않아서'·'환자 안 받으면 처벌' 정책당국 대처 방침에 유감
"무과실 의료행위 면책 등 환자, 의료진을 위한 책임보험 도입해야"
16일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이 서울 용산구 용산드래곤시티 친타마니홀에서 열린 2023 응급의학의사회 학술대회에서 '응급의학과도 폐업하나요?'를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최근 응급환자가 구급차를 타고 병원을 전전하다 숨지는 일명 '응급실 뺑뺑이' 사고에 대해 응급의학과 의사들의 단체인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16일 "마치 '너희가 열심히 하지 않아서, 환자를 받지 않으면 처벌하겠다'는 취지의 정책당국 대응은 잘못됐다"는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가장 큰 원인은 배후 진료나 중환자실, 수술 인력 부재 등 최종 치료 인프라의 부족 때문"이라며 "불가피한 의료사고의 위험에서 환자와 의료진 모두를 보호하기 위한 응급의료 사고 책임보험을 도입하라"고 요구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가 16일 서울 용산구 용산드래곤시티 친타마니홀에서 열린 2023 응급의학의사회 학술대회의 일환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대한응급의학의사회 제공)

의사회는 이날 서울 용산구 용산드래곤시티 친타마니홀에서 2023 응급의학의사회 학술대회 및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와 같은 응급의료진들의 대량 이탈과 지원율 하락이 심해질 경우 응급의료 체계의 붕괴는 멀지 않았다. 한 번 망가진 시스템을 고치는 것은 매우 고통스럽고 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의사회는 "적극적인 수용을 장려할 대책은 없고, 법적으로 보장도 되지 않는데 마치 환자를 보기 싫어서 받지 않는다는 식의 언론보도와 받지 않으면 처벌하겠다는 정책당국의 대처방식은 응급의료진들의 좌절과 분노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많은 전문의가 좌절과 탈진으로 응급의료 현장을 이탈하고 있고, 전공의 지원율은 떨어지고 있으며 많은 전공의가 수련을 포기하고 있다. 응급의료 특성상 응급 중환자 진료에서 환자를 받아도 결과가 나쁘면 소송, 환자를 받아도 범법자가 된다는 법적 불안감이 존재한다"고 전했다.

의사회는 응급실이 항상 붐비는 '과밀화' 문제가 △무제한적인 병원 선택권 △상급병원 선호 현상 △비정상적인 의료전달체계와 보상체계 △경증 환자를 담당할 1차 의료의 붕괴 △중증도가 아닌 편의를 고려한 응급실 이용문화 등 복합적 원인에 의해 생긴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이 지난 3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대구 응급의학과 전공의 피의자 조사에 따른 응급의료 붕괴 위기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 2023.7.3/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특히 의사회는 '응급실 과밀화가 응급실 자체로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라며 "전국 응급의료기관의 경증 환자 응급실 이용실태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촉구하며 이에 따른 지역별, 병원별 특성에 맞는 과밀화 대책들이 마련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가장 먼저 줄일 수 있는 경증 환자는 본인이 경증임을 알지만, 갈 곳이 없어 방문하는 환자군이다. 올바른 이용문화에 대한 홍보와 교육에 정책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의사회는 "민·형사소송의 두려움에서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응급상황의 명백한 과실이 없는 의료행위에 대한 면책을 확대하고, 불가피한 의료사고의 위험에서 환자와 의료진 모두를 보호하기 위한 응급의료 사고 책임보험을 도입하라"고 강조했다.

환자 수용 결정은 의료행위의 연장일 뿐, 법적인 강제의 대상이 아니라며 수용 여부를 경찰 수사의 대상으로 삼는 모든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했다. 119를 전면 유료화하고 경증 환자 이송을 즉각 중단하며, 이송 지침을 위반한 이송에 대해 상황실과 119가 책임지도록 제도를 마련하라고 했다.

이밖에 주취 난동자들과 단순 편의를 위한 응급실 진료에 거부할 근거규정과 응급실 폭력의 가해자는 향후 응급실 이용을 제한하는 조치를 요구했다. 경증 환자의 진료권을 보장하고 환자를 분산할 1차 의원, 급성기 클리닉(Urgent Care Clinic) 등의 수가 인상과 실질적인 대안을 제안했다.

끝으로 의사회는 "과밀화 해결과 부적절한 응급실 이용문화 개선을 위한 장기적인 대책으로 대국민 홍보와 교육활동에 유관기관 모두가 힘을 모아 함께 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의사회는 응급의료 체계 붕괴를 막기 위한 절박한 심정"이라고 호소했다.

ksj@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