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서 수영하고 123층 수직마라톤… 롯데 아쿠아슬론 성료
안전 사고 없이 대회 마무리
석촌호수 수질 개선작업 호평
밤이 물러나고 아침이 스며드는 시간, 오전 6시께.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아레나 광장은 수영복과 사이클링 쇼츠를 입은 사람들로 붐볐다. 대부분 러닝과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있다. 보슬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에도 우의를 입거나 우산을 쓴 사람은 없다. 오히려 상의까지 탈의하고 몸에 땀을 입히는 사람들을 찾기 쉽다. 도심 속 이색 스포츠 대회가 낳은 진풍경이었다.
660여명의 철인이 16일 서울 롯데월드타워에 모였다. 석촌호수를 수영하고 123층 높이 롯데월드타워를 계단으로 뛰어오르는 '롯데 아쿠아슬론' 참가자들이다. 모두 철인 동호회 또는 수영 동호회 회원들로,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 대회 주최 측인 롯데월드타워는 이번 대회 참여 인원으로 모두 800명을 모집, 지난해 8월 첫 대회 때(420명)보다 2배가량 규모를 키웠다. 다만 불참 인원 등을 고려했을 때 실제 참가자는 660여명 정도 됐다는 게 주최 측 설명이다.
대회는 석촌호수 동호를 두 바퀴(총 1.5㎞) 수영한 뒤 롯데월드타워 1층부터 123층까지 모두 2917개 계단을 오르는 코스다. 출발 시점을 기준으로 참가자 개개인 기록을 측정해 순위를 정하기 때문에 출발 순서는 경쟁에 큰 의미가 없다. 주최 측은 다만 안전과 원활한 대회 진행을 위해 사전 기록 순으로 참가자들을 크게 6그룹을 나눠 출발시켰다. 주최 측은 "기록이 쳐지는 사람이 앞서 출발할 경우 기량이 우수한 참가자가 레이스에 방해받을 수 있고, 이로 인한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도 있어 그룹을 나눴다"고 했다.
레이스의 개시는 사단법인 대한철인3종협회에서 선정한 '철인 유망주'들이 끊었다. 국가대표 꿈나무로 불리는 남녀 중학생 19명이 석촌호수 물결을 가르며 본격적인 대회 시작을 알렸다. 사전 수영 기록이 20분 미만인 20여명을 시작으로 일반인 참가자 660여명도 뒤를 이어 차례로 석촌호수에 몸을 던졌다. 선두권은 이날 실제로 20분 내외로 수영을 마치고 수직마라톤에 돌입했다.
대회 남자 일반인 부문에서는 권민호씨(23)씨가 42분 35초 기록으로 우승했다. 권씨는 석촌호수 동호 두 바퀴를 19분 25초 만에 돈 뒤 롯데월드타워 2917개 계단을 20분 21초 만에 주파했다. 그는 "수영을 끝내고 곧바로 계단을 뛰다 보니 체력적으로 힘들었다"면서 "10층 단위로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계속 들었지만, '할 수 있다'라고 최면을 걸면서 끈기로 올라왔다"고 했다. 여자부에선 김혜랑씨(23)가 49분 27초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중등부에서는 형제가 나란히 1, 2위를 휩쓸었다. 권용진군(15)과 용민(13)군이 그 주인공이었다. 2위를 차지한 용민군은 "계단 오르기가 힘들었지만, '형만 따라잡자' 생각하며 올랐다"고 했다. 우승자 용진군도 "50층쯤에서 너무 포기하고 싶었는데 뒤에서 동생이 따라온다 생각하니 끝까지 완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최고령 참가자 곽인수씨(72·남)는 1시간 39분 36초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날 참가자 660여명 가운데 중도 포기자는 18명에 불과했다. 완주율로 따지면 95%를 넘어선 수치다. 중도 포기자들도 사고가 아닌 자신의 몸 상태에 이상을 느껴 자발적으로 레이스를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최 측은 "사고 없이 안전하게 행사가 마무리됐다"고 했다.
주최 측은 이날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사고대책본부를 운영하고 구급차를 항시 대기시켰다. 롯데물산 관계자는 "석촌호수 수영 코스에 모터보트, 라이프가드 등 30여명의 안전 인력을 운영했다"며 "롯데월드타워에도 3개 층마다 안전요원을 배치하고 피난안전구역마다 응급구조사를 배치해 응급상황에 대비했다"고 전했다.
롯데월드타워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송파구청과 석촌호수 수질 개선 작업을 벌였다. 그 결과 석촌호수 투명도는 0.6m에서 최대 2m까지 증가하고 수질도 또한 3급수에서 2급수 이상으로 개선됐다. 이날 대회 참가자들 또한 이런 개선 효과를 몸소 피부로 느꼈다고 한다. 남자부 우승자 권씨는 "코로나19 이전 한강에서 아쿠아슬론 경기를 한 적 있는데 당시와 비교해 석촌호수 수질이 훨씬 깨끗하고 수영하기 딱 좋았던 것 같다"고 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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