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고물가·제로칼로리…편의점 트렌드로 본 사회상
CU, 펩시 제로 상위권 신규 진입
연도별 히트상품에 시대 반영
편의점 인기 상품은 그해의 사회상과 트렌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지표다. 과거엔 편의점이 삼각김밥·컵라면 등 간편 먹거리를 판매하는 곳에 지나지 않았다면, 이제는 집에서 가장 가까운 유통채널로 확고히 자리매김했고, 그 위상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편의점 키워드는 ‘고물가’와 ‘제로칼로리’다. GS25에서 올해 1~6월(매출 기준) 인기 상품 1~10위를 분석한 결과 김혜자도시락이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에는 10위권 이내에 도시락 상품이 아예 없었으나 올해는 순위가 급등했다. 이는 고물가 현상이 지속되면서 점심값 부담이 커지자 직장인·학생들이 편의점 도시락을 많이 찾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김혜자도시락은 출시 직후부터 사실상 완판 행렬 기록했고, 누적 800만개 판매를 돌파했다.
CU에서는 올해 상반기 펩시 제로 슈거 라임 10위에 새롭게 진입했다. 해당 상품은 깔끔한 뒷맛과 라임 특유의 상쾌함으로 Z세대 사이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그 결과 콜라 시장에서 만년 2위로 인식되던 펩시는 제로 슈거 라임을 내세워 90%가 넘던 코카콜라의 점유율을 50%대까지 떨어뜨렸다. 원래 제로 콜라는 기존 제품보다 맛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최근 대체 감미료 발전으로 대세가 바뀌었다. 여기에 건강을 챙기면서 즐거움을 찾는 헬시플레저 확산도 제로 음료 시장 성장에 기여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올해 도시락과 제로 음료가 많이 팔린 것은 사회적으로 상징하는 의미가 있다. 소비자들이 식사비용을 절약하고 있고, 다이어트에 관심이 높다는 것”이라며 “편의점이 장소의 편리성을 기반으로 고객들을 이끌고 있고, 과거와 달리 저렴하고 질 좋은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와 ‘증류식 소주’가 한국 사회를 강타했다. GS25에서는 자가검사키트 매출이 전년 대비 500배 증가하며, 이례적으로 전체 매출 순위 2위에 올랐다. 코로나19 확산 시기와 맞물려 심야시간이나 급하게 자가검사키트가 필요할 때 편의점에서 구매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GS25는 래피젠, OHC, PCL, 웰스바이오 등 다양한 상품을 운영 중이며 현재 의료기기 인허가를 취득한 1만2000여 점포에서 판매 중이다.
원소주스피릿은 8위를 차지하며 히트 상품 반열에 올랐다. GS25에서 차별화 주류가 매출 상위 10위 안에 오른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해당 상품은 강원도 원주의 쌀 토토미를 발효해 증류를 거친 고급 소주로, 한정 수량으로 선보여 오픈런을 발생시킨 원소주의 후속 상품이다. 첫 출시 이후 품절템에 등극하는 등 기록적인 판매 성과를 올렸고, 지금까지 원소주스피릿의 누적 판매량은 500만병을 넘어섰다.
2021년에는 ‘저도주’, ‘수제맥주’, ‘프리미엄빵’이 전성기를 맞이했다. 특히 진로이즈백은 CU와 GS25에서 나란히 상위권에 올랐는데, 저도주 선호 현상을 그대로 엿볼 수 있다. 당시 하이트진로는 알코올 도수를 기존 16.9도에서 16.5도로 낮췄다. 진로이즈백은 1970년 출시된 진로 소주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소주로, 테진아(테라+진로이즈백)라는 폭탄주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인기를 끌었다. 올해 1월엔 진로이즈백 제로 슈거로 재단장을 단행했다.
CU에서는 편의점 수제 맥주 열풍을 일으킨 곰표밀맥주는 9위를 차지했다. 해당 상품은 출시 초기 소규모 양조장에서 생산되는 수제 맥주의 특성 때문에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GS25에서는 프리미엄 베이커리 브랜드 브레디크가 10위로 집계됐다. 이는 젊은 층 사이에서 밥 대신 빵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문화가 확산된 영향이다. 현재 브레디크는 총 30여개의 상품을 운영 중이며, 누적 판매량은 4500만개를 돌파했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연도별 히트상품을 살펴보면 해마다 유행했던 다양한 트렌드와 시대상을 살펴볼 수 있다"며 "상품, 용량, 크기 등의 변화까지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새로운 유행에 발 빠르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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