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영광 삼층석탑 석축 붕괴…문화유산도 때려부순 '물폭탄'
중·남부지방 곳곳을 강타한 집중호우로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국가 지정문화재(보물)인 전남 영광 신천리 삼층석탑의 석축 일부가 훼손되는 등 문화유산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백제역사유적지구에 속하는 공주·부여 등에서도 침수와 토사 유실 등이 속출하면서 관계기관이 안전사고 방지 및 응급조치에 나섰다.
16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이래 이날 오후 5시까지 각 지방자치단체가 보고한 문화유산 집중호우 피해 사례는 보물 1, 사적 19, 천연기념물 5, 명승 3, 국가민속 5, 등록 1 등 총 34건에 이른다. 지역별로는 경북(8)과 충남(7)·전남(6)의 피해가 컸고 전북(4)·강원(3)·충북(2) 외에도 서울·부산·광주·경기(이상 1)에서도 피해가 보고됐다.
이 가운데 고려 전기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영광 신천리 삼층석탑’(보물)은 문화재권역으로 관리되는 석축 일부(10m)가 붕괴됐다.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된 경북 안동 하회마을에선 고택 4채의 담장이 파손됐다. 각각 명승으로 지정된 문경새재와 봉화 청암정과 석천계곡도 배수로가 일부 유실되거나 하천범람에 따른 주변시설물 유실이 보고됐다.
삼국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경기 화성 당성(唐城)은 성벽 외곽 약 3m가 무너져 내렸다. 충북 지역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면서 사적 '진천 김유신 탄생지와 태실'도 경사면 일부와 소나무가 유실됐다. 신라의 삼국통일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 김유신(595∼673) 장군이 태어난 곳과 그의 탯줄을 보관한 이곳은 토사 제거 및 배수로 정비 등 복구작업이 진행됐다.
앞서 대전·세종·충남 지역에는 15일까지 사흘째 560㎜가 넘는 폭우가 쏟아져 ‘백제의 고도’ 공주와 부여가 물바다로 변하면서 이 일대 문화재에 피해가 속출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백제역사지구’중 한 곳이자 사적인 공주 공산성에서는 누각인 만하루가 한때 침수됐다가 16일 새벽 금강 물이 빠지면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또 다른 누각인 공산정 부근에서는 성벽 일부가 유실되고 금이 갔다. 공주 석장리 유적은 발굴지가 침수돼 석장리박물관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백제 왕릉과 왕릉급 무덤이 모여 있는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에서는 일부 지역의 토사가 유실됐고, 공주 수촌리 고분군에서는 일부 경사진 면이 무너져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백제가 부여에 도읍을 둔 사비기(538∼660) 왕릉급 무덤이 모여있는 부여 왕릉원에서는 서쪽에 있는 고분군 가운데 2호 무덤 일부가 유실됐다.
문화재청은 “각 피해지역에 추가 피해 방지를 위해 통행 제한, 우장막 설치 등 응급조치 중이며 8월 중에 피해 국가유산에 대한 긴급보수 신청접수 및 적극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16일 오후 6시 기준 집계한 호우 사망·실종자는 지난 9일 이후 모두 46명(사망 37명·실종 9명)이며 추후 집계에 따라 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강혜란 문화선임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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