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가 고장 나도 <최강야구>는 참을 수 없는 이유

김혜영 2023. 7. 16.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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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가 고장 났다.

그런데 고장 나고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최강야구> 어떻게 보지?'였다.

이제 40대가 된 나는 <최강야구> 를 즐겨 본다.

지금 우리 집은 TV가 안 나오지만 그래도 <최강야구> 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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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리뷰] 40대 여성이 발견한 <최강야구> 의 매력 3가지

[김혜영 기자]

▲ 최강야구 최강야구와 그 감독, 김성근
ⓒ JTBC
 
TV가 고장 났다. 결혼할 때 혼수로 해왔던 거니까 햇수로 13년이 되었는데 어느 날 퍽! 소리와 함께 꺼져버렸다. 그런데 한 2~3년 전부터는 챙겨보는 프로그램도 점점 줄고 있었다. 잠시 심심할 때 또는 손으로만 반복하는 일(나물 다듬기 같은)을 할 때나 잠시 봤지만 '재밌다'는 생각보다는 '볼 게 없구나'라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부부는 고칠 생각도 안 하고 새로 구입할 계획도 없다. 그런데 고장 나고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최강야구> 어떻게 보지?'였다. 유일하게 나와 남편이 애청하는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주말 오후, 한참 재밌는 만화를 보고 있으면 아빠가 '이제 아빠 본다' 하고 틀었던 프로야구. 응원하는 팀은 당연히 없고 야구의 기본 룰도 몰랐던 내겐 정말 지루하고 재미없는 경기였다. 그 덕(?)에 티비 앞을 쉽게 떠나면서 '아빠는 왜 저렇게 재미없는 걸 볼까?'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연애할 때랑 결혼 초창기에 야구장을 몇 번 갔었다. 확실히 현장에서 보는 맛은 달랐다. 일단 직접 선수들의 움직임을 볼 수 있어 현장감 있었고 치킨과 맥주를 함께 할 수 있어 신났고 응원단장과 치어리더들의 응원이 흥겨웠다. 또 규칙을 잘 설명해 주고 나의 엉뚱한 질문에도 이해하기 쉽게 대답해 주는 남자친구 덕에 계속 집중할 수 있었다. 또 홈런 치면 함께 기뻐하고 아웃되면 함께 안타까워하며 한 마음으로 한 팀으로 야구를 본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이제 40대가 된 나는 <최강야구>를 즐겨 본다. 그러다가 갑자기 내가 왜 <최강야구>를 좋아하는지 그리고 재밌게 보는지 그 이유가 궁금해졌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봤다.

우선 <최강야구>에는 야구에 진심인 사람들이 보인다. 그들은 진지하게 그 일을 잘 하려고 노력하고 잘 안 되면 안타까워하고 다시 준비한다. 기존 야구 중계에서는 볼 수 없는 경기를 앞둔 긴장감과 경기를 준비하는 노력, 그리고 격려하고 환호하는 동료애가 보인다. 예전에는 분야가 다르면 일도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야구냐? 요리냐? 건축이냐? 교육이냐? 등)만 다를 뿐 모든 일을 하는 기본 원리는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무엇에든 진심인 사람들의 모습은 유사하다.

또 다른 이유로는 유머와 개그가 있다. <최강야구>에는 직업적인 코미디가 아닌 일상에서 만날 법한 '아재 개그'들, 생활 유머들이 있다. 나는 유머와 개그가 인생을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정말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최강야구> 특유의 선후배식 생활유머가 반갑고 재미있다. 프로그램의 긴장감과 유머가 주는 이완의 배치가 적절하다.

마지막으로 잘 짜여진 예능이나 드라마에서는 느낄 수 없는 스포츠만의 매력이 있다. 스포츠는 단순하다. 열심히 준비해 상대를 만나 겨루고 상대보다 실력이 좋으면 이기고 부족하면 지는 거다. 더 복잡하거나 다른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어쩌면 그 당시 40대였던 아빠가 프로야구 중계를 즐겨 보셨던 것도 그런 이유였을까? 회사생활에 지친 복잡한 머릿속을 비우고 그 자체에 몰입해 볼 수 있는 스포츠만의 매력에 빠지셨던 건지도 모른다. 다음에 아빠한테 자세히 여쭤봐야겠다.

지금 우리 집은 TV가 안 나오지만 그래도 <최강야구>를 볼 수 있다. 감사하게도 방송사가 온에어 프로그램을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그 덕에 점심부터 월요병 생기던 일요일도 월요일 밤을 기다리며 즐겁다. 피곤한 월요일 늦은 시간이지만 맥주 한 잔과 간단한 안주를 준비하고 남편과 모니터 앞에 앉아 <최강야구>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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