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日 반도체·배터리 산업 강화, 韓 다각적 대응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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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으로 중국·대만에 대한 투자리스크가 커지면서 '덜 매력적인 투자처'였던 일본이 '덜 위험한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일본이 최근 경제 회복과 더불어 한국의 주력 분야인 반도체·배터리 산업 투자를 대폭 강화, 향후 치열한 글로벌 경쟁을 예고하면서 우리 정부의 다각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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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위험한 지역' 투자처 부상
미·중 갈등으로 중국·대만에 대한 투자리스크가 커지면서 '덜 매력적인 투자처'였던 일본이 '덜 위험한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일본이 최근 경제 회복과 더불어 한국의 주력 분야인 반도체·배터리 산업 투자를 대폭 강화, 향후 치열한 글로벌 경쟁을 예고하면서 우리 정부의 다각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16일 해외경제포커스에 실린 '일본의 투자회복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최근 일본경제는 장기간 부진했던 투자가 호조를 나타내면서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큰 폭 성장에 일조했다"며 "특히 반도체와 배터리 관련 산업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일본은 과거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기 위한 움직임에 본격 나서고 있다. 일본의 반도체 시장점유율은 1980년대 50% 수준에 달했으나 지난해 9%로 크게 하락했다. 차량용 배터리 시장점유율도 2015년에는 40%를 상회했으나 2020년에는 20%로 빠르게 위축됐다.
하지만 최근 일본은 정부 주도로 반도체·배터리 관련 산업 투자를 적극 확대하고 있다. 2021년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이후 첨단분야에서도 유사한 어려움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반도체·배터리 자급력 제고와 공급망 강화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日 "회로선폭 2나노 이하 반도체 2027년 양산"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반도체 투자는 범용 반도체의 자국 내 양산과 차세대 반도체 제조역량 강화라는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최근 대만 TSMC, 미국 웨스턴디지털 등 반도체 업체의 시설투자를 유치함으로써 단기간에 범용 반도체를 양산할 수 있는 기반 마련을 위해 힘쓰고 있다.
또 회로선폭 2나노 이하 반도체를 2027년까지 양산한다는 목표 아래 정부 주도로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를 설립하고, 미국과의 기술교류를 강화하는 등 첨단 반도체 제조역량을 제고하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특히 일본 정부는 '배터리산업전략'에 따라 2030년까지 배터리 생산용량의 글로벌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정책적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차량에 집중하던 도요타는 2026년 연간 150만대 전기차 판매, 2027~2028년 전고체 배터리 탑재 전기차 양산 등을 목표로 일본 국내에 4000억엔을 투자하는 등 자체적인 배터리 생산능력 확충을 진행하고 있다.
이미 일본은 첨단반도체·배터리 기초연구역량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는 데다 장비·소재 기업들도 높은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이런 기술력은 일본 반도체·배터리 산업이 자국 생산력을 제고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
반도체·배터리를 중심으로 한 일본의 투자회복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한국은 다각적인 방향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본이 단기간 유의미한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일본의 투자가 궤도에 오를 경우 한국 주력 분야에서의 글로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은은 "한국은 반도체·배터리 분야 연구개발 투자 확대 등을 통해 기술경쟁력을 더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다른 한편으로는 일본이 소재·장비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안정적 공급망 구축이 요구되는 부문에서는 일본과 협력 강화를 통해 생산효율성을 제고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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