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적 울리며 "차 빼라"…다른 차량까지 구한 역주행차의 탈출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에서는 오르막차로를 올라가는 와중에도 물이 차올랐다. 참변이 빚어진 버스에 막혀 멈춰섰다가 유턴후 역주행해 극적으로 탈출한 차량도 있었다. 제보영상을 통해 알려진 오송 지하차도 침수 직전의 아찔한 상황들이다.
16일 유튜브 채널 '손오공'에는 15일 오전 8시30분 50초부터 31분 40초까지 약 50초 간의 상황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이 올라왔다. 차량이 지하차도 중간 부분을 지날 때엔 차로는 일반적인 빗길의 모습이다. 그러나 출구가 다가오면서 노면에 물이 고이기 시작한다. 오르막차로에 들어선 이후부터 지하차도로 점점 많은 물이 밀려든다. 앞서 가는 SUV 차량의 타이어가 3분의 1 정도 잠길 정도로 지하차도는 침수됐다. 지하처도 끝부분에서는 물길에 바퀴가 거의 잠길 정도가 됐다. 차고가 높은 SUV 차량인데도 힘겹게 빠져나가는 모습이다. 물살에 밀려 차량의 속도도 점점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KBS 제보영상은 이날 오전 8시 30분께 오송 지하차도로 진입하는 차량의 모습을 보여준다. 노면에 물이 없는 상태에서 지하차도에 진입한 차량은 중간에 비상등을 켠 버스에 가로 막혀 멈춰선다. 이 버스는 참변이 일어난 747번 버스로 추정된다. 곧 물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블랙박스 차량은 다급하게 차를 돌리며 위급함을 알리고 역주행을 하면서 들어왔던 곳을 통해 빠져나갔다. 이 차량의 운전자는 차를 빼야한다고 경적을 울리는 등 다른 차량에도 위기 상황을 알렸다. 그의 역주행 덕에 지하차도에 진입하던 차들은 비상등을 켜고 후진하기 시작했다.
차량이 빠져나갈 때 블랙박스에 표시된 시간은 오전 8시31분. 잠시만 더 머뭇거렸다면 앞뒤 차량에 막혀 역주행으로 탈출하는 게 불가능할 수도 있었다.
폭우로 물에 잠긴 청주 오송 지하차도에서는 16일 오전 6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당국은 이날 "지하차도에 침수된 시내버스에서 5명의 시신을 인양했다"며 "이 중 1명은 70대 여성으로 오전 7시 26분께 버스 앞쪽 출입구에서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나머지 4명의 시신도 같은 시간대 버스 뒤편에서 수습됐다.
세종에서 오송 방향 지하차도 입구 50m 지점에서 승용차도 인양했으나 탑승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사고가 난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제2지하차도에서는 전날 오전 8시 40분께 인근 미호강에서 유입된 물로 시내버스 등 차량 15대가 물에 잠겼다.
이 사고로 전날 1명이 숨진 채 발견됐고, 11명의 실종신고가 접수됐다. 9명은 사고 직후 구조됐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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