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쇠귀에 경 읽기" 호소…민주, 추경에 '진심'?
"국민 7명 중 1명, 의식주 뺀 소득 모두 이자 갚아"
전문가 "국채 발행 한도 늘려 세수부족 대응해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와 김건희 여사의 일가 특혜 의혹이 제기된 서울-양평 고속도로 논란 속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올초 신년기자회견을 시작으로 그동안 끊임없이 35조원 가량의 추경 편성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추경 편성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민주당은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는 정부·여당에 맞서 경제건전성으로 맞대응하는 모습이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 13일 민주당 여의당 중앙당에서 열린 ‘전문가 부채위기 간담회’에서 “현장의 위험성이나 특히 부채 문제의 폭발성을 고려해서 신속하게 추경 협상에 정부·여당이 나서주기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후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민생경제의 ‘골든타임’을 헛되이 흘려보내지 않도록 즉각 추경 협의에 착수하시기 바란다”고 재차 언급했다. 그러면서 추경을 검토하지 않는 정부를 겨냥 "정말 쇠귀의 경읽기 같다"면서 "그래도 끊임없이 대책을 강구하도록 정부에 촉구하고 현실적 대책이 나올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추경 편성에 당력을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계부채 2000조원…국민 7명 중 1명은 의식주 뺀 소득 모두 이자 갚아"
부채위기 간담회 당시 홍성국 민주당 경제 대변인이 프레젠테이션에서 내놓은 발표문에는 민주당에 추경을 주장하는지 근거가 상세히 망라됐다. 홍 의원은 "정부에서 1분기, 2분기를 저점으로 좋아지는 상저하고(上低下高, 상반기 저성장 하반기 고성장)라고 말하는데, 상저하고에 해당되는 산업은 대기업과 수출기업"이라며 "민생이나 서민과 중소기업, 영세 상인들은 상저하락(上低下落, 상반기 저성장, 하반기 추락)이 돼 올해 성장률이 1.4%(정부와 한국은행이 수정 전망한 올해 경제성장률)에 그칠 것이라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의 상위를 차지하는 대기업과 상류층과 하위층간의 갭(간극)이 역사상 가장 크게 벌어지는 게 현시점이 아닐까 생각을 한다"며 "그래서 우리가 취약계층을 도와주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 의원은 특히 가계부채와 이로인한 이자 부담이 서민 경제의 가장 큰 복병으로 꼽았다. 그는 "코로나 때 비교했을 때 가계부채 2000조원과 기업부채 2500조원인데 금리가 2%포인트만 올라도 90조원 부담이 늘어난다"며 "기업이든 개인이든 40조~50조가 (이자 부담으로) 나간 상태인만큼 수중에 돈이 없는 상태"라고 했다. 그러면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100% 이상이 전체 차주 가운데 8.9%를 차지하고, 70% 이상이 6.3%를 차지한다"며 "7명 중의 한 명은 의식주를 뺀 소득 전액을 빚을 갚는 데 쓰고 있다"고 했다.
정부가 이미 상반기 취약계층을 위한 예산을 집중적으로 집행하면서 하반기 관련 예산이 부족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홍 의원은 "지난달 15일 기준으로 정부는 올해 예산의 48.8%를 썼는데,그 중 민생과 관련된 것은 62%, 취약계층 필수 생계비는 67%를 썼다"면서 "(나라) 곳간이 비어 있어 세금을 이리 옮기고 저리 옮기면서 기획재정부가 난리를 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 대변인은 또 "선진국들은 정부부채가 기업, 가계부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며 "2008~2012년 글로벌 경제위기 사이에 선진국들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경제에 개입해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했다"고 소개하면 경제위기 국면에서 정부의 재정역할이 국가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주장도 폈다.
민주 "35조원 추경 편성 추진"…금융취약계층 생계비 대출 12조원 등
민주당이 요구하는 추경 규모 35조원 규모다. 지난 달 19일 이 대표는 국회 교섭단체연설에서 "민생과 경제회복을 위해 35조원 규모의 추경 편성을 추진하겠다"면서 ▲금융취약계층에 대한 긴급생계비 대출, 중소기업 자영업자에 대한 이자 및 고정비 지원 등에 약 12조원 ▲물가피해계층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물가지원금,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위한 가스 전기 요금 지원, 농민들을 위한 농업 전기요금 지원, 지역화폐예산 증액 등을 위해 약 11조원 ▲미분양 주택 매입 후 공공임대 전환, 전세보증금 이자지원,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배드뱅크 설립 등에 총 7조원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이 대표는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세계잉여금, 업무추진비나 특활비 감액, 불용 확정된 사업의 감액 등으로 국채 발행 규모를 최소화할 수 있다"면서 추경 편성을 위한 재원 마련 방법을 소개했다. 그는 "현재의 경제침체상황과 국민의 민생고통, 재정운용의 효율성을 고려한다면, 국채를 다소 늘려서라도 재정이 경제회복을 위한 역할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전문가 "세입감액경정 추경 논의 빨리 시작해야"전문가들은 이미 세수 부족이 악화되고 있는만큼 세입 감소분을 반영해 국채 발행한도를 늘리는 세입감액경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세입감액경정이 늦어질 경우 금융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5월 누계 기준 관리재정수지는 52조5000억원 적자로 집계됐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기금을 뺀 수치로 전반적인 나라 살림을 보여주는 지표다. 적자 폭은 직전월 45조4000억원에서 7조1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정부가 제시한 올해 연간 관리재정수지 적자 전망치(58조2000억 원)의 90.2%에 달하는 규모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현재 수십조 단위의 세수 부족이 나오는데 이를 자연적인 예산 불용 또는 암묵적인 예산 불용만으로 메울 수는 없다"면서 세입감액경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금이 안 걷혔으니 세출감액경정을 통해 지출을 줄이거나 모자란 예산을 국채를 통해 조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또 "올해 10월쯤 세입감액경정이 결정될 경우 대규모 국채가 시장에 한꺼번에 나와 국채 조달 금리를 높이게 할 수 있다"며 "차라리 일찍 세입감액경정을 결정하면 국채를 나눠 발행할 수 있어 시장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불안한 채권 시장에 대규모 국채가 매물로 나오면 국채 금리는 물론 다른 채권 등의 가격까지 불안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세출을 늘리는 추경에 집착할 경우 추경 논의가 공전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이 연구위원은 "민주당이 세출을 늘리는 형태의 추경만을 요구하면, 정부와 여당은 재정건전성을 들어 추경에 반대하는 상황이 흘러갈 것"이라며 "이 경우 정치적 공방으로만 흘러갈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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