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을 죽게 만든 남자, 그가 되고 싶었던 것
[김준모 기자]
▲ <버드 박스: 바르셀로나> 스틸컷 |
ⓒ 넷플릭스 |
넷플릭스가 세계적인 플랫폼으로 정착할 수 있었던 비결에는 꾸준한 오리지널 작품에 대한 투자와 그 성공이 큰 역할을 했다. 그 중심에 위치한 작품이 <버드 박스>다.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았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들 사이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며 주목을 받았다. 스타를 기용한 작품이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는 현재도 전 세계 넷플릭스 시청 수 순위 4위에 이름을 올리며 플랫폼 내 인기 작품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지난 14일 공개된 <버드 박스: 바르셀로나>는 <버드 박스>와 세계관을 공유하는 스핀오프 작품이다. 유럽으로 배경을 옮긴 영화는 스릴러의 장르적 매력에 충실하면서 종교를 통해 미스터리가 주는 심리적인 압박을 선사한다. 9개월 전부터 유럽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지의 '그것'을 본 사람들이 자살을 하는 집단자살 현상이 벌어진다. 사회의 모든 시스템은 마비가 되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실내에 숨어 지내고 외출을 할 때면 두 눈을 가린다.
▲ <버드 박스: 바르셀로나> 스틸컷 |
ⓒ 넷플릭스 |
다음 순간, 세바스티안은 이들 모두를 강제로 밖으로 내보내 자살을 이끌어 낸다. 그가 이런 행동을 한 이유는 자신을 신이 선택한 목자라 여기기 때문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악당 무리인 '보는 자들'은 '그것'의 정체가 천사라 여기며 자살을 이끌어 내는 목소리를 신의 은총이라 여긴다. 사람들의 이마에 눈 그림을 그리고 강제로 그것을 보게 해 죽음으로 이끄는 것이 신이 자신들에게 부여한 역할이라 여기는 광신도 집단이다.
이들에게 딸을 잃은 세바스티안은 그 순간 아나의 몸에서 나타난 빛을 보고 이 현상이 재앙과 재난이 아닌 신의 은총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보는 자들처럼 목소리의 영향을 받지 않는 그는 아나의 환영과 함께 사람들을 죽음으로 인도한다. 이런 세바스티안을 표현하는 단어는 목자다. 어린 양으로 대표되는 신자들을 이끌었던 예수 그리스도처럼 본인이 구원의 메신저가 되고자 한다. 세바스티안의 외모 역시 예수를 연상시키는 지점이 다분하다.
▲ <버드 박스: 바르셀로나> 스틸컷 |
ⓒ 넷플릭스 |
<버드 박스: 바르셀로나>는 세계관을 바탕으로 어떻게 하면 스릴러의 재미를 극대화 시킬지에 대한 연구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집단 자살 현상이 처음 퍼졌을 때 혼란에 휩싸인 도시의 모습부터 시각적으로 강렬하다. 특히 지하철에서 철로를 향해 뛰어드는 인파에 휘말려 떨어질 위기에 처하는 세바스티안의 위기가 높은 스릴감을 자아낸다. 설정을 장르적으로 극대화 시키기 위한 노력들이 눈에 들어온다.
호불호가 갈릴 지점은 종교적인 요소다. 이를 통해 작품은 세바스티안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초반 선역이라 여겼던 그가 그릇된 인식에 빠져 사람들을 자살로 이끈다는 설정은 센세이션한 충격을 자아낸다. 다만 세바스티안이 겪는 내적인 갈등이 종교에서 비롯되었고 초반 나사로라는 캐릭터를 등장시킬 만큼 이와 깊게 연관되어 있다. 때문에 종교에 거리감을 느끼는 시청자에게는 몰입을 저해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현상 그 자체에 대한 미스터리가 주는 묘미보다는 인간이 이를 임의로 해석하면서 벌어지는 더 큰 재앙을 통해 규모는 확장했지만, 그만큼의 위험요소 역시 함께 짊어지게 되었다. 다만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가 스핀오프를 통해 확장을 이뤄냈다는 점, 그 완성도가 킬링타임 무비로 나쁘지 않게 나왔다는 점은 고무적인 성과라 할 수 있다. 앞으로 넷플릭스가 선보일 자사 콘텐츠의 다양한 확장을 기대하게 만드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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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키노라이츠 매거진과 김준모 시민기자의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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