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지붕 있던 매형 사라졌다"…30세 새신랑 '지하도로 참변'
“제 동생이 왜 이렇게 젊은 나이에 죽어야 했는지….”
지난 15일 충북 청주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숨진 채 발견된 김모(30)씨의 누나(35) 김씨는 동생과의 갑작스러운 이별에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동생 김씨는 청주시내 초등학교의 교사였다.
숨진 김씨는 청주 자택에서 충남 천안시의 한 공공기관 필기 시험에 응시하는 처남을 오송역(KTX 고속철도)에 데려다 주려고 함께 이동하다 사고 현장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변을 당했다. 김씨는 지난 5월 결혼한 새신랑이었다.
김씨의 빈소는 동료 교사 등 지인 30여명이 지켰다. 아들을 잃은 60대 어머니는 겨우 몸을 가누며 조문객을 맞이했지만 친지들이 찾아오자 울음을 터뜨렸다. 두 달 만에 사위를 잃은 장모(60대)도 하염 없이 눈물을 흘렸다. 김씨의 누나는 “책임감 강하고 성실해 누구도 나쁘게 얘기하는 사람이 없었던 동생이었다”며 “동생의 죽음이 현실 같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둑이 터져 물이 쏟아져 들어올 때까지 지하차도를 통제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모두 원망스럽다. 이렇게 죽을 아이가 아닌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사고 당시 김씨와 처남은 순식간에 물이 차오르자 우선 차량에서 빠져 나와 차량 지붕 위로 올라갔다고 한다. 물이 차올라 차량 지붕에서도 견딜 수 없게 되자 둘은 바깥으로 헤엄쳐 나오려고 했는데, 매형(김씨)이 갑자기 사라졌다는 게 처남이 기억하는 긴박했던 당시 상황이다.
누나 김씨는 “신고를 받고 119에서 초기에 불을 끄는 팀을 보낸 것 같다는 얘기도 있다”며 “지하차도에 물이 찼는데, 불 끄는 팀이 왔다면 초기에 대응할 여력이 전혀 없었던 것 아닌가. 사망자와 실종자 가족들에게 자세한 경위를 밝혀달라”고 호소했다.
소방당국은 밤새 대용량포방사시스템을 가동해 지하차도에 고인 물을 빼냈다. 16일 오전 4시33분쯤 버스 지붕 아래로 수위가 내려가자 오전 6시부터 잠수대원을 수중 투입해 본격적인 구조 작업을 벌였다. 수중 수색 1시간20분 만에 버스 앞쪽 출입구에서 70대 여성을 발견하는 등 실종자 5명을 추가 구조했으나 이미 숨진 상태였다. 아침 8시30분 쯤에는 지하차도 입구에서 5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전날 발견된 김씨를 포함해 16일 오전 9시 기준 사망자는 총 7명이다.
실종자 가족 30여명은 현장 지휘본부 뒤에 마련된 대기 장소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한 실종자 가족은 “아무리 비가 많이 왔어도 물이 유입되는 둑을 빨리 막고 어제 하루 종일 배수를 했으면 실낱 같은 희망이라도 있었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정일 청주서부소방서장은 “3시간 정도 배수를 하면 구조대원들이 도보로 집중 수색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배수가 완료되면 소방당국은 군·경찰과 함께 합동으로 수색 작업을 벌일 계획이다. 하지만 지하차도가 박스형으로 에어포켓 등 대피할 공간이 없어 사망자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충청북도 관계자는 “해당 지하차도는 에어포켓이 생기지 못하는 구조”라고 했다.
손성배 기자 son.sung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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