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장갑차 추돌한 만취차량…"동승부부 사망, 국가 책임도 10%"
지난 2020년 8월 30일 오후 9시 30분쯤. 경기도 포천시 영로대교 편도 1차선 도로에서 SUV와 미군 장갑차가 충돌했다. M1046 궤도장갑차를 몬 주한미군 소속 20대 운전병은 경상을 입었지만, 맥스크루즈에 타고 있던 50대 운전자·동승자 4명은 모두 숨졌다.
숨진 운전자는 술을 마시고(부검 결과 혈중알코올농도 0.193%) 과속을 하다(시속 60㎞ 제한 도로에서 125㎞로 진행) 앞서가던 장갑차를 추돌했다. 하지만 장갑차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었다. 왼쪽에만 설치된 후미등은 작고 불빛이 약했고, 호송차도 붙지 않았다. 민간 차량보다 크고 단단한 궤도차량이 공공도로를 이동할 땐 사고 위험 예방 등을 위해 호송 차량이 함께 가도록 하는 게 주한미군 규정이다.
맥스크루즈 차량에 동승했다 사망한 부부 쪽에 2억원대 보험금을 내준 삼성화재해상보험이 ‘미군 장갑차도 과실이 있으니 국가가 일부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SOFA 협정에 따라 미군 관련 잘못으로 입은 손해는 대한민국을 상대로 청구한다. 하지만 1심에선 완전히 졌다. 서울중앙지법 류희현 판사는 “만취 상태로 비틀거리고, 장갑차 식별이 가능해 보이는 사고 9초 전에도 브레이크를 밟지 않은 점 등에 비춰보면 장갑차가 후미등을 켜거나 호송 차량을 동반했다 해도 사고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는 장갑차 쪽 책임도 일부 인정해 줬고 이는 지난달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2-1부(부장 노태헌)는 “반사지 위 작은 빨간 불빛은 운전자들이 후미등으로 인식하기 어려운 정도였고, 반사지로는 차량인지 물체인지조차 구별하기 어려워 24.35m 뒤에서 장갑차 존재를 명확하게 인식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장갑차 운전자 책임이 면책에 이를 정도는 아니다”고 했다. 삼성화재가 주장한 정도(30%)까진 아니나, 재판부는 장갑차 운전자의 책임 비율을 10%로 인정했다.
지난달 29일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정부의 상고를 기각해 ‘맥스크루즈:장갑차 책임은 90:10’임을 확정했다. 다만 어떤 법에 근거해 10%의 책임을 질 것인가에 대한 판단이 달라 판결문이 다소 길어졌다. 서울중앙지법은 주한미군 장갑차에도 자동차손해배상법이 적용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미군과 미군 가족들이 사적으로 사용하는 차량은 우리 자동차관리법 적용 대상이나 미군 공용 차량은 그렇지 않으므로 자동차손배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봤다. 대신 미군의 공무 집행상 과실로 사고가 발생한 것이니 국가배상법을 적용해 책임을 지우면 된다고 판단하고, 동일한 결론을 내렸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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