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장, 땅만 있다고 못 지어요”…전기·물, 얼마나 쓰길래?[김민지의 칩만사!]
반도체 공장 한 번 멈추면 천문학적 피해
삼성전자 연간 전기요금만 1조원 넘어, 물 사용량도 상상초월
마냥 어려울 것 같은 반도체에도 누구나 공감할 ‘세상만사’가 있습니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 주요 국가들의 전쟁터가 된 반도체 시장. 그 안의 말랑말랑한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촌각을 다투는 트렌드 이슈까지, ‘칩만사’가 세상만사 전하듯 쉽게 알려드립니다.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수천평, 수만평의 부지가 있어도 쉽게 지을 수 없는 공장이 있습니다. 바로 반도체 공장입니다.
오는 2030년께 가동을 목표로 추진 중인 용인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사업에 정부와 전국 지자체는 물론, 온 나라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반도체 생산시설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엄청난 양의 전기와 용수 때문입니다.
수도권 전기 수요의 25%, 65만t의 공업 용수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 이 많은 전력과 물은 어디서, 어떻게 끌어와야할까요? 오늘은 반도체 공장 운영에 드는 자원과 계획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최근 공개된 삼성전자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 DS(반도체·디바이스솔루션)부문이 사용한 전력은 2만5249GWh(기가와트시)입니다.
TV·생활가전·스마트폰 사업 등을 담당하는 DX(디바이스 경험)부문이 3067GWh의 전력을 사용한 것과 비교하면 8배 이상 더 많은 수준입니다.
반도체는 우리나라의 가장 대표적인 전력 소비 산업입니다. 365일 내내 24시간 가동돼야 하며, 잠시라도 생산이 멈출 경우 작게는 수억원, 많게는 수십억원의 손해가 발생합니다.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산업용 전력 사용량의 21.4%를 반도체 산업이 차지했습니다. 삼성전자가 1년에 내는 전기요금만 1조원이 훌쩍 넘습니다.
공업용수도 만만치 않게 필요합니다. 삼성전자 DS부문의 지난해 취수량(물 사용량)은 1억5398만8000t에 달합니다. 반도체 웨이퍼 한판을 만드는 데 어마어마한 양의 물이 필요합니다. 제조 공정, 공정 가스 정화, 클린룸의 온·습도 조절 등 수자원이 쓰이지 않는 단계가 없습니다. 삼성전자 기흥·화성·평택사업장에서는 하루 평균 약 30만5000여t의 물을 사용하고 있고, 대만 TSMC도 공장 하나에서 매일 9만9000t 가량의 물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상황이 이러니, 앞서 정부가 발표한 세계 최대 규모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남사읍)에서 필요로 할 전력과 물의 양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습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5개를 비롯해 반도체 설계·부품·장비 분야 150여 개 국내외 업체가 들어설 예정입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할 것으로 추정되는 공업용수는 2030년 말께는 하루 3만t, 2042년에는 하루 65만 t 가량입니다.
현재 원삼면에 조성되고 있는 SK하이닉스 용인 클러스터에서도 하루에 26만여t의 공업용수가 필요할 예정이어서, 훗날 용인 반도체 관련 시설에만 100만t의 물이 필요할 전망입니다.
전력은 더 걱정입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일부 공장은 2030년께 가동이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데, 삼성전자는 그때까지 우선 0.4GW의 전력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5개의 생산 라인이 전부 가동될 2042년에는 7GW 이상이, 2050년에는 10GW 이상의 전력 수요가 예상됩니다. 이는 현재 수도권 전력수요(2022년 12월23일 기준 39.9GW)의 25% 수준에 달합니다. 세계 최대 규모로 조성되는 만큼 자원 사용량도 어마어마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정된 자원을 대규모로 끌어오려다 보니 갈등도 적지 않습니다. 앞서 SK하이닉스의 용인 클러스터의 경우 용수 취수 문제로 착공이 16개월 가량 지연된 바 있습니다. 여주 남한강에 하루 26만5000t 규모의 공업용수를 취수하려고 했는데, 여주시의 반대로 협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착공이 늦어진 것입니다. 현재는 합의가 완료돼 반도체 생산시설 운영을 위한 용수시설은 물론 산단 조성 착공이 시작됐습니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반도체 공급망 재편 움직임이 일면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빠른 시일 내에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자칫 늦었다가는, 일본과 미국, 유럽, 대만 등에 반도체 제조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업계에서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순조로운 조성을 위해 온 나라가 나서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국가전략사업인 만큼 대국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관련 지자체, 삼성전자 등은 최근 회의를 열고 용인 반도체 산단 조성기간을 단축시키는 데 힘을 합치기로 했습니다. 이에 기존 7년에서 5년까지 조성 기간이 줄어들 수 있을 거란 관측이 나옵니다. 정부도 연내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공급 로드맵’을 확정짓고 전력과 용수 공급난 우려를 빠르게 해소할 예정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와 별도로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을 늘리려는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양사 모두 2050년까지 사용 전력 100%를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로만 공급하겠다는 ‘RE100’을 선언한 상태입니다. 현재로는 재생에너지 전환율이 이제 막 30%대를 넘어선 수준에 불과합니다. 앞으로 26년 안에 반도체 시설에서 쓰는 모든 전력을 재생에너지에서 가져와야 하는 겁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단계부터 ‘RE100’을 고려해 전력과 수자원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2050년 재생에너지 100% 전환 목표 달성을 반드시 염두해두고, 전체 클러스터 조성의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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