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무용단 ‘일무’ 뉴욕 공연 제목은 왜 ‘One Dance’일까?

장지영 2023. 7. 16.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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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센터 ‘코리안 아츠 위크’ 포함… 티켓 판매는 아쉬워
정구호 “한국 대중문화의 뿌리 보여줄 것… 이제부터 시작”
지난 5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 서울시무용단의 ‘일무’의 한 장면. 이 작품은 오는 20~22일 뉴욕 링컨센터 데이비드 H. 코크 시어터에서 공연된다. 세종문화회관

서울시무용단의 ‘일무(佾舞)’는 종묘제례악 의식무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창작한 작품이다. 정구호가 연출과 디자인, 정혜진과 김성훈이 안무, 김재덕이 안무와 음악을 담당한 ‘일무’는 2022년 초연돼 호평받은 뒤 올해 5월 재연 무대를 가진 바 있다.

안호상 사장 취임 세종문화회관에서 가장 두드러진 성과로 꼽히는 ‘일무’는 오는 19~22일 미국 뉴욕 링컨센터에서 열리는 ‘코리안 아츠 위크(Korean Arts Week)’의 대표 프로그램이다. 뉴욕한국문화원 주최 코리안 아츠 위크는 6월 14일부터 8월 12일까지 열리는 링컨센터의 ‘서머 포 더 시티(Summer for the City)’의 공식 프로그램 중 하나로 ‘일무’를 비롯해 공연, 전시 영화, 인디음악 등 다양한 한국 문화예술 프로그램 12편을 선보인다. 데이비드 H. 코크 시어터에서 20~22일 3회 공연되는 ‘일무’만 유료로 진행된다. 티켓 가격은 30, 60, 90, 150, 190 달러(수수료 불포함)로 구분된다.

그런데, 서울시무용단 ‘일무’는 왜 미국에 소개될 때 ‘원 댄스(One Dance)’로 번역됐을까. 원래 ‘일무’에서 일(佾)은 줄을 선다는 뜻으로 하나(一)의 뜻이 아니다. 국내 논문 등의 영어 초록에서는 일무를 그저 ‘Ilmu’로 번역해 놓은 뒤 의식무로서 줄을 선다는 설명을 더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직접 ‘One Dance’라는 제목을 단 정구호 연출가는 “영어에서 줄을 맞춰 동일하게 추는 춤은 ‘라인 댄스(Line Dance)’지만, 동작이 쉽고 반복적이어서 체조와 유사하다는 점에서 ‘일무’에 맞지 않는다. 오히려 64명(8일무 기준)이 나라의 태평성대와 백성의 안위를 한마음으로 빌며 똑같이 움직인다는 점에서 ‘통합’의 의미가 강하다. 게다가 서울시무용단의 ‘일무’가 전통을 모티브로 새롭게 만든 만큼 제목을 ‘One dance’로 번역하는 게 어울린다고 생각한다”면서 “‘One dance’는 제목만 놓고 봤을 때 현지 관객의 궁금증을 자아낼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링컨센터의 올해 ‘서머 포 더 시티’ 포스터.

정식 명칭이 링컨공연예술센터인 링컨센터는 3개의 메인 빌딩과 30개가 넘는 실내외 공연시설을 갖춘 세계 최대 복합문화공간으로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뉴욕 시티 발레, 줄리아드 음악학교 등 16개의 기관이 상주하고 있다. 링컨센터는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벗어나는 것을 기념하면서 그동안 아웃도어 페스티벌 등 매년 여름에 개최하던 다양한 축제들을 ‘서머 포 더 시티’라는 이름 아래 통합해 300개가 넘는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대부분 무료인 것이 특징이다.

앞서 링컨센터 아웃도어 페스티벌에 비보이 그룹 ‘라스트 포 원’ 등 한국 아티스트들이 참여한 바 있다. 서머 포 더 시티로 바뀐 지난해엔 뉴욕한국문화원 주최 ‘K-인디 뮤직 나이트’가 프로그램에 포함돼 인디밴드 안녕바다, 잔나비가 공연한 바 있다. 올해 두 번째 서머 포 더 시티에는 ‘코리안 아츠 위크’가 포함돼 한국 문화를 보다 다양하게 소개할 수 있게 됐다. 대한상의 회장사인 SK그룹이 서머 포 더 시티 후원사로 참여하면서 기획된 코리안 아츠 위크는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홍보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SK그룹은 지난달 말부터 뉴욕 지하철역 및 시내버스에 코리안 아츠 위크와 서울시무용단의 ‘일무(One Dance)’를 알리는 광고를 실었다. SK그룹

다만 뉴욕 현지에서 ‘코리안 아츠 위크’가 서머 포 더 시티에 포함된 것이 4월 중순에 발표되고 세부 프로그램이 5월 하순에 발표되다 보니 홍보가 많이 됐다고 보기 어렵다. K팝이나 영화 등 해외에도 잘 알려진 대중문화와 달리 순수 공연예술의 경우 아직은 잘 알려지지 않은 게 현실이다. 실제로 ‘일무’의 경우 현재 티켓 판매가 부진해서 2544석인 데이비드 H. 코크 시어터를 채우기엔 매우 역부족이다. 정구호 연출가는 “‘일무’가 뉴욕에선 인지도가 없는 만큼 한국에서와 같은 티켓 판매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면서 “최근 전 세계적으로 K팝 등 한국 대중문화에서 대한 관심이 높은데, 그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 이번에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리고 이번 공연을 토대로 한국 문화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공연예술이 계속 소개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행히 지난 12일 뉴욕타임스가 ‘한국의 전통춤을 현대적 언어로 번역하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정구호, 정혜진 등의 인터뷰와 함께 서울시무용단의 ‘일무’를 매우 밀도있게 소개하는 등 현지 언론들도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6월 말부터는 SK가 ‘일무’의 온라인 광고, 버스 및 지하철 광고 등을 진행함으로써 뉴요커들의 호기심을 끌어올리고 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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