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좋은 ‘바비’의 모든 것 [모두의 ‘바비’]

이은호 2023. 7. 1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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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비’ 스틸. 바비랜드에 살던 바비는 다리에 셀룰라이트가 생기고 발바닥이 평평해지는 문제를 겪다 현실 세계로 나선다.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바비는 뭐든지 될 수 있다. 바비는 인어공주일 수 있고 노벨 물리학상을 받을 수도 있다. 의사가 될 수도, 대통령이 될 수도, 변호사와 대법관, 작가가 될 수도 있다. 바비는 모든 것이다. 오는 19일 영화 ‘바비’(감독 그레타 거윅) 개봉을 앞두고, 새롭게 태어날 바비를 쿠키뉴스가 사전 해부했다. <편집자 주>


‘바비’는 페미니스트 영화다

‘바비’는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영화다. 그레타 거윅 감독은 영화의 여성주의적인 성격을 시작부터 선명하게 드러낸다. “바비가 등장하며 여자아이들은 무엇이든 될 수 있게 됐다. 바비는 페미니즘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내레이션을 통해서다. 바비가 등장하기 이전 여자아이들을 위한 장난감은 소꿉놀이용 아기인형뿐이었다. 여자아이들이 상상할 수 있는 성인 여자의 역할은 양육자에 제한됐다. 그러나 다양한 직업군을 가진 바비가 세상에 나오면서 여자아이들은 “삶과 의제를 가진 성인 여성”(보그)을 접할 수 있게 됐다. 반면 바비는 여성에게 흰 피부와 굴곡진 몸 등 획일화된 아름다움을 강요했다는 혐의도 받는다. 한때 ‘나는 바비인형이 아니다’라는 구호가 미국 여성운동을 뒤덮었을 정도다. 거윅 감독은 바비의 이 같은 복잡한 정체성을 끌어안는다. 그는 스크린랜트와 인터뷰에서 “바비는 1959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브랜드다. 그 과정에서 발생한 승리와 논쟁의 순간을 모두 다루고 싶었다”며 “슈퍼히어로 영화에선 (주인공이) 영웅이거나 악당이다. 착하거나 나쁘다. 하지만 나는 ‘바비가 다른 모든 사람처럼 복잡하다면?’이라는 질문으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바비’에서 괴짜 바비를 연기한 배우 케이트 맥키넌.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여성이 여성을 돕는다

‘바비’엔 수많은 버전의 바비와 켄이 등장하지만 그들이 전부는 아니다. ‘바비’의 또 다른 주요 인물은 배우 아메리카 페레라가 연기한 글로리아. 바비를 만든 장난감회사 마텔 직원인 그는 현실 세계로 넘어온 바비(마고 로비)의 모험에 동행한다. 둘의 만남은 “여성에게 쏠린 사회의 기대가 모순적”(마고 로비)이라는 사실을 꼬집는다. 코믹북닷컴은 “영화의 어느 장면에서 글로리아는 여성과 소녀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매우 강력한 연설을 한다”고 했다. 거윅 감독 역시 호주 ABC뉴스와 인터뷰에서 “바비가 사라지고 싶다고 느끼는 순간, 글로리아가 바비에게 어떤 말을 한다”고 귀띔하며 “나는 지구상에서 ‘바비’를 가장 많이 본 사람인데, 여전히 한 여성이 다른 여성을 보며 ‘너는 충분히 잘하고 있어’라고 말하는 데 엄청나게 감동받는다”고 말했다. 배우 케이트 맥키넌이 맡은 괴짜 바비(Weird Barbie)도 신 스틸러로 활약할 전망이다. 배우 라이언 고슬링과 함께 ‘바비’의 코미디를 책임진다고 알려진 그는 작품에서 “관객에게 진정한 자신이 되도록 영감을 주는 능력”(코믹북닷컴)을 발휘한다.

(왼쪽부터) 한국을 찾은 배우 아메리카 페레라, 마고 로비, 그레타 거윅 감독.   사진=김예슬 기자 

마고 로비가 그레타 거윅을 섭외했다

영화 제작사 럭키챕 엔터테인먼트를 차려 ‘버즈 오브 프레이’(감독 캐시 얀), ‘프라미싱 영 우먼’(감독 에머랄드 펜넬) 등을 선보였던 마고 로비. 2018년 ‘바비’ 제작에 뛰어든 그는 그레타 거윅에게 대본 집필과 영화 연출을 맡겼다. 거윅이 파트너이자 영화감독 노아 바움백과 자유롭게 ‘바비’ 대본을 쓸 수 있도록 배급사와 바비 제작사를 설득한 이도 로비다. 그는 거윅이 만든 영화 ‘레이디 버드’를 보고 거윅에게 매료됐다고 한다. “그레타는 매우 영리하다. 그는 각본과 이야기, 캐릭터를 잘 구축한다. 그가 만든 영화는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생각할 거리를 주며, 무엇보다 따뜻하고 유머러스하다”(호주 ABC뉴스)는 게 로비의 평가다. 그는 미국 보그와 인터뷰에서 “처음 대본을 읽고 한 말은 ‘천재적이다’였다”며 “우리가 이 영화를 만들 수 없다면 정말 부끄러울 것”이라고 회상했다. 거윅이 ‘바비’를 택한 이유도 로비였다고 한다. 그는 최근 방한 기자간담회에서 “마고 로비가 제작에 참여한 작품이 뛰어났던 만큼 궁금증이 컸다”면서 “좋은 작품이 나오겠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 ‘바비’에 뛰어들었다”고 설명했다.

‘바비’ 스틸.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마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시작이다

“‘바비’는 바비 브랜드를 소유한 마텔에게 단순한 영화 그 이상이다.” 야후 파이낸스의 평가다. ‘바비’로 영화 사업 첫 삽을 떠서다. 1945년 설립된 미국 장난감회사 마텔은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영화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마텔이 자사 지식재산(IP)을 활용해 제작하기로 한 영화는 총 13편. 배우 릴리 콜린스가 주연하는 폴리포켓 인형 영화, 카드게임 우노를 다룬 범죄 액션 영화, 배우 톰 행크스가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맷 메이슨 소령 영화 등이 관객을 만난다. 항간에는 마텔이 개발 중인 영화가 45편에 달한다는 얘기도 떠돈다. 뉴요커는 이 같은 소문을 보도하며 “마텔 CEO인 이논 크리즈는 헐리우드 영화 제작·배급사 미라맥스 출신 로비 브레너를 마텔 필름 책임자로 고용했다. 브래너는 마텔의 장난감 상자를 뒤져서 할리우드 스튜디오의 먹이가 될 IP를 식별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마블이 슈퍼히어로로 벌인 일을 마텔은 장난감으로 할 계획”이라면서도 “(이렇게 만든 작품이) 어린이들이 상상한 게임과 인형의 세계와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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