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경제 변수 '가계부채'…이재명 "추경" 추경호 "빚 잔치 안돼"
가계 부채가 다시 한국 경제의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부동산 가격이 바닥을 치고 금리 인상기도 저물어간다는 인식이 퍼지며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다시 크게 늘고 있어서다. 향후 통화‧재정 정책 방향에 가계 대출 흐름이 중요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연이어 가계부채에 대한 경계감을 드러냈다. 이 총재는 지난 14일 제주 해비치호텔&리조트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 강연에서 “(기준) 금리를 연 3.5%로 했더니 3개월 동안 가계부채가 늘어났다”며 “가계부채가 증가한 것은 장기적으로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전날에는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한 직후 연 기자회견에서 “이번 금통위 회의에서 여러 금통위원이 가계부채 증가세에 많은 우려를 표했다”며 “시장 불안을 최소화하면서 가계부채가 중장기적으로 연착륙하도록 통화정책 목표로 갖고 대응하자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긴축 기조와 부동산 경기 부진 여파로 감소세를 기록하던 가계부채는 최근 들어 완연한 오름세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5조9000억원 늘어난 1062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증가 규모는 2021년 9월(6조4000억원) 이후 1년9개월 만에 가장 컸다. 지난 4월 이후 석 달 연속 증가했는데, 주담대 규모가 늘어난 영향이 컸다. 지난달 주담대는 7조원 불어나 2020년 2월(7조8000억원) 이후 가장 많이 늘었다.
통화정책 수장의 공개적인 우려 표명으로 향후 가계부채가 한국 기준금리의 향방에 큰 영향을 끼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우혜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 금통위원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이유 중 하나는 가계부채 관련 불확실성”이라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대출 비율이 재차 높아진다면 한은의 대응이 나올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은에 명목 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지난 2021년 105.7%까지 올랐다가 이후 줄어 올 1분기에는 103.4%까지 떨어졌다. 경제 규모 증가 폭보다 가계 대출 오름폭이 다시 커진다면 한은이 다시 금리 인상으로 대응할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가계 부채가 재정정책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정치권에서 재정을 풀어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부채 위기 간담회’를 갖고 “이미 가계부채 문제가 위기 국면이라는 것이 저의 판단”이라며 “부채 문제가 민생 위기를 넘어서서 경제 전체 위기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에 그 전에 과감하고 신속한 대책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부채 문제의 폭발성을 고려해서 신속하게 추가경정예산(추경) 협상에 정부·여당이 나서주기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올해 연초부터 지속적으로 추경 편성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번엔 가계 부채를 그 이유로 제시한 것이다.
정부는 추경 불가론을 고수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2일 제주포럼에서 “추경은 빚 더 내자, 빚잔치 하자는 말과 같다”며 “지금도 빚내서 사는데 더 빚을 내면 정말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가계부채 위기론에 대해 금융‧재정당국 모두 현재 관리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일시적인 가계부채 총량은 증가하더라도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줄이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연내에는 GDP 성장률보다 가계대출 증가율이 훨씬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가계대출이 관리 가능한 범위 내에 있고 추세도 나쁘지 않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부동산 경기가 회복 등과 맞물려 가계부채가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세보증금 반환 목적 대출에 대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완화와 같은 정부 정책도 가계대출 증가 요인이 될 수 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동산 경기 일부 회복 등의 영향으로 가계부채 총량은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라며 “자칫 최근 높아지는 연체율과 여전한 고금리와 맞물려 소비 위축과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적정 수준에서 관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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