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품샵, 낭만적? 천만에요!’ 바쁘고 고달픈 사장님들
우리 가게 찰떡 소품을 찾아서
사장님들의 좁은 공간 활용법
그럼에도 좋은 이유는...
A씨는 5000만원으로 낡은 시멘트 건물을 번듯한 상점으로 재탄생시켰다. 평소 아기자기한 물건을 좋아하는 그였지만 직접 운영을 해보니 현실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사람들은 앉아서 편하게 돈을 번다고 생각하지만 보기보다 구석구석 손이 많이 간다”고 전했다.
소품숍에서는 상품을 직접 사오거나 공급사로부터 받아 판매한다. A씨의 경우 온라인으로 물건을 주문하거나 인근 대구나 부산 지역에 방문해 물건을 들여온다. 또는 SNS에 모집글을 올려 작가를 모집한다. 간혹 매장으로 직접 연락해오는 이들도 있다. 현재 5평 남짓한 A씨의 가게에는 20여명의 작가들 작품이 들어와 있다.
거래처와 신뢰를 쌓고 제품을 단독으로 받기도 한다. 서울시 마포구에서 ‘파인드파운드’를 2년간 운영해온 B씨는 “우리 매장에만 특정 색상의 물건을 보내주는 거래처가 있다. 오랫동안 신뢰를 쌓은 덕분”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 매장엔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노란색 컵이 있다.
B씨는 해외 소품들을 온라인으로 주문한다. 해외 그래픽 디자이너의 작품과 유명 미술관 한정 포스터는 매장에서 큰 인기를 끈다. 소장가치가 높은 물건들을 확보해 경쟁력을 갖춘 셈이다. B씨는 “근처에 소품숍이 많지만 우리 가게와 겹치는 곳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뿌듯해 했다.
정기적으로 해외에 가서 물건을 사오는 곳도 있다. 마포구에서 ‘홈어스’를 운영하는 C씨는 계절이 바뀔 때 마다 직접 해외를 찾아 소품을 살핀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디자인 프리랜서로 일했던 경험을 살려 소품을 직접 만든다. 해당 제품들은 종종 손님에게 서비스로 제공된다. C씨는 “최근 근처에서 일하는 손님께 서비스로 손수 제작한 상품을 드렸더니 너무 고맙다며 안아주셨다”며 뭉클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대부분의 소품숍은 저마다의 콘셉트를 갖고 있다. 좁은 공간을 어떻게 꾸미느냐에 따라 활용도는 완전히 달라진다. 가게의 콘셉트와 이에 어울리는 인테리어는 곧 경쟁력이다. 손님들은 진열된 소품뿐만 아니라 공간이 주는 분위기를 즐긴다.
인테리어를 전공한 홈어스의 C씨는 누군가의 생활 공간을 편안하고 특별하게 디자인해주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다. 소품숍을 열면서 그 목표는 현실이 됐다. 그는 스스로에게 특별한 공간을 선물했다.
‘홈어스’라는 이름에는 손님들이 내 집처럼 편안하게 가게에 머물면 좋겠다는 C씨의 바람이 담겨있다. 유럽여행 중 오스트리아에서 느낀 클래식한 감성에 감명받은 그는 자신이 느꼈던 편안함이 묻어나도록 가게를 꾸몄다. 한쪽에는 종이와 색연필이 마련돼 있어 누구나 그림을 그릴 수 있다. C씨는 손님들이 그린 그림을 벽에 붙여놨다. 손님들과 함께 일구는 공간을 원했던 그의 아이디어다.
C씨의 취향이 반영된 공간은 많은 관심을 받았다. C씨는 “구경하던 손님들에게 공간 배치나 소품에 관한 칭찬을 들을 때면 보람과 감사함을 느낀다”고 했다. 가게가 자리를 잡자 타 업체나 브랜드에서 촬영을 허락받으러 왔다. 웨딩 스냅이나 영화 촬영장소로도 쓰이며 홍보 효과를 봤다.
파인드파운드의 B씨는 작가들에게 직접 제안서를 보내 소품을 홍보할 공간을 빌려준다. 주로 팝업이나 전시를 열어 해당 브랜드의 물건을 가게에 소개한다. 전시기간 동안 소품숍은 전시장으로 변한다. 이렇게 협업을 진행한 곳들은 훗날 B씨의 든든한 거래처가 된다.
청년들은 자신만의 공간에서 일하며 돈을 버는 낭만을 꿈꾼다. 그러나 취재에 임한 소품숍 사장님들은 ‘소품숍이나 한 번 차려볼까’라는 자세로 뛰어들었다가는 큰코다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지난 3월 4년간 운영했던 경기도 고양시의 ‘밤가시 상점’을 정리한 D씨는 “처음부터 한 번에 큰 수익을 얻겠다는 기대는 말라”고 전했다.
또한 “보통은 제품을 직접 만들어 파는 게 아니라면 디자이너 제품을 가게에 입점시켜 수수료로 수익을 얻는다. 이 과정에서 수익의 절반 이상이 디자이너에게 돌아가 소품숍에서 큰 수익을 가져가기는 힘든 구조”라며 “물건을 대량으로 사오면 이윤을 남길 수 있지만, 세금과 배송비를 내고 나면 배보다 배꼽이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4개월 차 초보 사장 A씨는 적어도 반년은 생활할 수 있는 여유자금을 갖고 시작하길 추천했다. 그는 “주변 상권보다 월 임대료가 높지 않았음에도 고정지출이 꽤 나갔다. 매장 운영에 들어가는 돈이 생각보다 커서 놀랐다”며 “왜 다른 사장님들이 숨만 쉬어도 돈이 빠져나간다고 하는지 알 것 같다”고 했다.
날마다 바뀌는 유행에 맞춰 소품을 고르는 일도 만만치 않다. A씨는 “계속 인터넷 창을 들여다보면서 새로운 상품을 찾아야 한다. 택배가 도착하는 날은 정신이 없다. 말 그대로 ‘소품’이다 보니 정리를 해도 끝이 없다”라며 고충을 털어놨다. 오프라인 매장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아 일정한 매출을 보장하기 힘들다는 어려움도 있다.
그럼에도 A씨는 “상품을 고르고 가져오는 과정에서 행복감을 느낀다”며 “매장에 찾아오는 손님들도 예쁘고 귀여운 물건을 보고 기쁨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A씨는 “무슨 일이든 그 이면에는 힘든 부분이 있게 마련이다. 소품숍 운영은 지금까지 한 일 중 가장 만족스럽다. 아직 오픈 초기지만 성실히 가게를 키워 온라인 판매에도 도전하고 싶다”며 의지를 다졌다.
고해람·정고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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