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 하남시장, 양평道 인근 땅 산 뒤 "조기 준공 강력 건의"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과 관련해 또 다른 이해충돌 논란이 불거졌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이교범 전 하남시장이 재직 시절 고속도로가 지나갈 경기 하남시 땅을 매입했고 한 달 뒤 공개적으로 사업 추진을 강력히 요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재직 중 땅 사고 “북쪽으로 지하철, 남쪽으로 고속도로 내자”
14일 대법원 인터넷등기소와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이 전 시장은 재직 중이던 2015년 9월 7일 2억 4200만원을 주고 경기 하남시 춘궁동 내 800㎡(242평) 면적의 땅 한 필지를 매입했다. 땅은 그린벨트로 묶여 있었고, 지목은 밭이었다.
그런데 이 전 시장은 한 달여가 지난 2015년 10월 14일 언론을 통해 “남경필 경기도지사에게 하남-양평 민자고속도로(서울-양평 고속도로) 추진 및 하남지하철 2단계(5호선 하남시청역·하남검단산역) 공사 조기 준공을 강력히 건의했다”라고 밝혔다. “교통량 분산과 경기 동남부 지역의 균형발전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공익을 강조하면서다.
이 전 시장이 한 달가량 전 사들인 땅은 하남지하철 2단계 노선에서 남서쪽 2.7㎞가량, 서울-양평 고속도로에선 정북쪽으로 3.5㎞가량 떨어진 곳이었다. 이 구간엔 상사창 나들목(IC)도 설치도 논의돼 왔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학 교수는 “지자체장 지위를 남용해 얻은 정보로 부동산을 매입하고 땅 가치를 높이기 위해 남북으로 고속도로와 지하철을 깔라고 요구한 것으로 보일 소지가 크다”고 비판했다. 이 전 시장은 땅을 매수하기에 앞선 수개월 전부터 수차례 서울-양평 고속도로 추진 등을 건의했는데, 땅 매수를 완료한 후엔 ‘강력’으로 수위를 높였다.
현지 공인중개사 “현재 땅 시세는 매수금액의 4배인 10억원”
이후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2017년 1월 국토교통부의 ‘고속도로 건설 5개년 계획(2016~2020)’에 반영됐다. 하남지하철 2단계 사업은 이미 완공된 상태다. 그 결과 이 전 시장 소유 땅의 현재 추정가격은 매입가격의 2배가 넘는 5억원에 달한다. 부동산 AI 분석 애플리케이션 ‘랜드북’이 내놓은 결과다. 현장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고속도로 건설 계획 등 호재가 반영돼 이 전 시장 땅의 현재 시세는 평당 450만원(총 10억여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이 밖에도 1982년 9월부터 1993년 4월까지 상속 등을 통해 취득한 하남시 교산동·상사창동·신장동 땅 15개 필지(9704㎡, 2935평)도 보유 중이었다. 이 땅들 역시 하남지하철 2단계 노선과 서울-양평 고속도로 구간 사이에 있다. 이 중 14개 필지는 2019년부터 3기 신도시인 교산신도시로 편입되면서 한국주택토지공사(LH) 등으로부터 보상을 받았다. 한 감정평가사는 “대박이 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중앙일보에 “사익을 위해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추진 등을 건의한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특히 재직 중 구매했던 춘궁동 땅 1개 필지를 두고선 “땅을 사려고 해서 산 게 아니라 사정이 어려운 후배에게 돈을 빌려줬다가 땅으로 상환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등기에 2억 4200만원을 주고 산 것으로 표기돼 있다는 기자의 말에 이 전 시장은 “잘못된 표기”라고 부정했다. 그는 또 “땅값은 고속도로 등 사업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김민중·장서윤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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