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주기식 질렸나…닷새만에 1억명 잡은 '스레드' 숨은 전략 [트랜D]
트위터의 대항마로 평가받는 메타의 새로운 소셜미디어(SNS) 플랫폼, 스레드(Threads)가 출시 닷새 만에 가입자 수 1억 명을 돌파했습니다. 트위터의 대항마 혹은 새로운 텍스트 기반 소셜 네트워크의 탄생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하지만 스레드의 등장은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소셜 네트워크의 탄생을 의미합니다.
스레드의 숨은 전략은 '분산화'
인스타그램이 2년 반에 걸쳐 달성한 가입자 1억 명을 스레드는 단 닷새 만에 달성했고, 한국에서도 100만 명이 넘는 이용자가 스레드에 가입했습니다.
메타의 페이스북 역시 텍스트 기반이 중심이었지만 같은 회사 제품인 인스타그램에 비해 인기는 많이 식었습니다. 반대로 인스타그램의 보여주기식 사진과 영상에 싫증을 느낀 사람들이 짧은 글로 소통하는 스레드를 이용하게 됐다는 분석입니다.
지금 스레드는 트위터와의 경쟁, 일론 머스크와 마크 저커버그의 논쟁, 인스타그램의 후광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단기간에 큰 관심을 받고 있지만, 언제까지 인기가 지속할지 알 수 없습니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에 이은 성공작이 될 수도, 혹은 금방 사라질 수도 있을 겁니다.
스레드의 최근 인기와 별개로 스레드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과 같은 기존 소셜 네트워크와는 다른 형태로 만들어졌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처음 스레드에 가입할 때 정보란을 보면 "스레드는 앞으로 페디버스(Fedverse)로 통합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연방(federal)과 우주(universe)의 합성어인 페디버스는 여러 서버의 연합으로 구성된 탈중앙화(decentralization) 소셜 네트워크입니다. 스레드는 "누군가 소유하거나 제어하지 않는 페디버스 플랫폼에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 비전"이라고 말합니다. 스레드 외에 다른 소셜 네트워크와 연동하고 기존 중앙화 방식이 아닌 탈중앙화 방식을 구현하겠다는 목표입니다.
이러한 메타의 전략은 지난해 5월, 인스타그램의 최고경영자(CEO) 아담 모세리의 테드(TED) 강연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모세리는 강연에서 "크리에이터 중심으로 힘이 이동해야 한다"며 분산화 구조와 블록체인을 언급했습니다. 크리에이터가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고 팔로워와 함께 다른 플랫폼으로 옮길 수 있다는 개념입니다.
페디버스를 통해 이용자는 자신의 데이터와 개인정보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웹 3.0은 서로 다른 서비스에도 이용자가 참여할 수 있고 데이터를 주고받거나 다른 게임에 가서도 기존의 게임 아이템을 사용할 수 있는 폭넓은 상호운용성을 갖췄습니다. 이런 특성을 기반으로 커뮤니티의 생성과 연합, 교류를 촉진할 수 있습니다.
탈중앙화되면 인스타그램 DM, 트위터로 확인
모순적이게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대표적인 중앙화 플랫폼입니다. 페이스북이 이용자의 로그인을 정책 위반이라며 차단하면 이용자는 자신이 작성한 글에 접근할 수 없습니다. 이용자가 올린 사진이나 데이터를 활용해 광고로 돈을 버는 방식은 기존 소셜 네트워크의 운영 방식과 같습니다. 결국 이용자의 데이터를 관리하고 제어하는 주체는 메타인 셈입니다.
스레드는 현재 메타의 정책에 따라 중앙화 방식을 따르고 있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탈중앙 형태의 웹3.0 기반의 소셜 네트워크를 지향합니다. 이를 위해 액티비티 펍(Activity Pub)이라는 프로토콜을 활용할 계획입니다. 액티비티 펍은 분산형, 탈중앙화 소셜 네트워크를 위한 약속입니다. 이를 사용하면 서로 다른 서비스가 포스팅, 팔로우 상대, 좋아요 등 여러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액티비티 펍은 하나의 표준이기 때문에 어느 서비스와도 연결할 수 있습니다. 메타는 스레드를 향후 마스토돈(Mastodon)과 연결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마스토돈은 2016년 최초로 공개된 오픈소스 기반의 탈중앙화 소셜 네트워크입니다. 서버를 운영하는 회사가 따로 있지 않고 누구나 소셜 네트워크 서버를 개설해 운영할 수 있다는 게 장점입니다.
예컨대 이용자가 10개의 소셜 네트워크를 마스토돈에서 운영할 때 이들을 스레드와 액티비티 펍으로 연결한다면, 10개의 소셜 네트워크를 서로 연동해 사용 가능합니다. 트위터에 올린 트윗을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하거나, 페이스북에서 트위터로 DM(다이렉트 메시지)을 보낼 수도 있습니다.
메타가 탈중앙화를 결심한 이유
스레드는 탈중앙화 소셜 네트워크의 시작을 알리는 일종의 신호탄입니다. 아직 스레드가 액티비티 펍을 지원하지 않지만, 메타와 인스타그램은 기존 중앙화 소셜 네트워크의 한계를 벗어나 탈중앙화 소셜 네트워크로 새로운 표준을 만들 계획입니다. 개방된 형태의 소셜 네트워크를 만들면 인플루언서나 크리에이터를 다른 플랫폼에 뺏길 우려도 있지만, 더는 이용자를 특정 플랫폼에 붙잡아 둘 수 없다는 사실과 크리에이터의 영향력이 플랫폼을 넘어서는 순간이 왔다는 걸 메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페이스북·인스타그램 같은 폐쇄형 단일 서비스보다 수십, 수백 개의 개인·서비스·서버를 연결하는 것이 진정한 개방형 소셜 네트워크가 될 것입니다. 이같은 움직임은 웹3.0의 핵심인 개방과 오픈소스, 데이터 소유 방식, 커뮤니티 운영 방식이 기존 중앙화가 아닌 탈중앙화 형태로 바뀔 것을 시사합니다.
스레드의 행보를 지켜보면 향후 우리가 사용할 소셜 네트워크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을 것입니다. 소셜 네트워크가 탈중앙화 웹 3.0 개념을 포함한 소셜 네트워크로 확장하거나 아예 새로운 소셜 네트워크가 등장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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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준탁 비트블루 CSO는 웹3 전문 기업인 비트블루를 공동창업했다. SK플래닛, 한국IBM 등에서 근무했으며 뉴욕대학교에서 기술경영 석사를 취득했다.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에 관심이 많고 웹3.0과 디지털 경제 등 IT 분야에 대한 다수의 책을 펴냈다.
」
윤준탁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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