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때 알게 되는 충격적 내 수준…'공백 1년' 없앨 부산의 실험

김민주 2023. 7. 16. 05: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컴퓨터를 이용해 시험을 치르는 학생.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뉴스1]


부산에 사는 중학교 1학년 학생은 학업성취도 평가를 치른 뒤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보정학습을 받는다. 부산시교육청이 도입키로 한 ‘부산형 학업성취도 평가’다. 그간 중1 학생은 자유학년ㆍ학기제로 시험을 치르지 않다 보니 기초나 기본 학력수준을 도통 알 수 없단 지적이 나왔다. 시교육청은 부산형 평가를 통해 수도권과의 학력 격차를 줄이겠단 목표다.


부산 중1, 9월 ‘부산형 학평’ 친다


14일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시내 172개 중학교 1학년생 2만6000명은 오는 9월 첫 ‘부산형 학업성취도 평가’를 치른다. 시험 기간은 9월 18일부터 10월 11일 사이에 학교별 일정에 따라 정해진다.

시험 과목은 국어ㆍ영어(각 25문항)와 수학(20문항) 등 3과목이다. 과목별 시험 시간은 45분이다. 문제 출제는 시교육청 산하 부산학력개발원이 맡는다. 학교별로 순차적으로 치러지는 만큼 부정행위 방지 등을 위해 시험문제의 50%는 공통, 50%는 무작위 문항으로 구성된다. 학생들에게 이미 학습용 스마트 패드 기기가 보급돼 ‘종이 없는’ 시험으로 치러진다.

부산형 학평은 하윤수 부산시교육감의 공약이다. 중1을 제외한 부산지역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교 3학년까지 학생은 모두 교육부 혹은 학교에서 시행하는 시험을 1년에 한 번 이상 치른다. 하지만 그간 중1 교육과정은 자유학년ㆍ학기제로 운영돼 시험을 따로 보지 않았다.

부산지역 초등5학년~고교 3학년 평가 현황.[사진 부산시교육청]


하 교육감은 “중학교에 진학하며 학습 내용이 급격히 어려워지는 과목들이 많다”며 “그런데 이 기간 시험을 치지 않다 보니 학습 내용이 다져지지 않는다. ‘공백의 1년’이 되는 셈”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2학년에 진학해 첫 시험을 치른 후 충격을 받는 학생과 학부모가 많다. 중2 때 시험에서 자신의 위치를 알아도 보충학습 등 대응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부산형 학업성취도 평가는 시교육청이 주관하는 시험을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10월 중 성적 알리고 보정학습 제공


평가 결과는 마지막 학교가 시험을 치른 일주일 뒤인 10월 18일부터 해당 학생과 담임교사에게 통보된다. 점수가 나오는 건 아니다. ▶우수학력 ▶보통학력 ▶기초학력 ▶기초학력 미달 등 4가지 수준에서 해당 학생이 어디에 포함되는지가 표시되며, 과목별로 부족한 영역에 대한 설명도 제공된다고 부산시교육청은 밝혔다. 가령 수학 과목의 결과는 ‘보통학력 : 계산력은 좋으나 추론 능력이 부족함’과 같이 나올 수 있다. 무작위 문항이 50%가 포함돼있는 만큼 과목별 문제의 난도를 따져 보정 점수로 채점하며, 따라서 우수~기초학력 미달을 가르는 ‘등급 컷’도 매 시험 달라진다고 한다.
하윤수 부산시교욱감. 하 교육감은 공약인 '부산형 학업성취도 평가'를 통해 공교육 체계 안에서 학력신장을 이루고 수도권과의 학력 격차를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중앙포토]

결과 통보에 그치지 않고 부산학력향상지원시스템을 통해 보정학습까지 제공하는 게 부산형 학평의 핵심이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학습용 스마트 기기를 통해 해당 시험의 해설 등 오답 노트가 기본적으로 제공된다”며 “또 학생별로 진단된 취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온라인 강의 및 관련 문제를 AI가 추천해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점수가 아닌 수준 통보로 ‘줄 세우기’ 등 문제를 피하고, 사교육이 아닌 공교육 체계 안에서 학력 신장을 이루기 위한 시도”라고 덧붙였다. 지난 5월 부산시교육청의 정기여론조사에선 응답자 79.9%가 이 같은 평가 필요성에 동의했다고 한다.

‘공교육 학력 신장’ 모델, 전국서 주목


공교육 학력 신장 모델을 표방한 부산형 학평에 다른 시ㆍ도 교육청도 관심을 보인다. 경북과 전북, 인천교육청 등 관계자들이 부산을 찾아 평가 방식 및 보정학습 지원 체계 등을 벤치마킹하고 돌아갔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중1 학생들의 평가 및 보정학습 결과를 살펴 부산형 학업성취도 평가 대상 학년 및 과목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민주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