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심" "13명 지원"…여야, 김태우 떠난 강서구청장 노린다 왜
10월 11일 열리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분위기가 정반대로 흐르고 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지난 5월 국민의힘 소속 김태우 전 구청장이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확정판결을 받아 직을 잃으면서 치러지게 됐다. 김 전 구청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비위 의혹 감찰을 무마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이 관련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검찰은 김 전 구청장이 폭로 과정에서 공무상 비밀을 유출했다고 보고 그를 기소했다.
이번 선거는 총선을 6개월 앞두고 격전지 서울에서 열리는 만큼 여야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선과 결과가 총선 직전 서울 민심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어서다. 최근 선거에서 강서 지역은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선 2배가 넘는 득표율로 더불어민주당 소속 노현송 전 강서구청장이 3선에 성공했고, 2020년 총선에선 강서 갑·을·병 지역구 모두를 민주당이 싹쓸이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선 김 전 구청장이 2.61%포인트 차이로 신승했다. 그에 앞서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는 강서을에서 18~20대 의원을 지냈다.
국민의힘 소속 구청장이 직을 상실하면서 발생한 보궐선거인 만큼 민주당에선 일찌감치 공천 지원자가 넘쳐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12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출마할 지원자들의 공천심사 서류 접수를 마쳤다.
권오중 전 국무총리실 민정실장, 김양정 전 청와대 행정관, 나채용 환경연합 운영위원, 문홍선 서경대 초빙교수, 이현주 강서미래포럼 대표, 정춘생 전 청와대여성가족 비서관과 경만선·김용연·박상구·이창섭·장상기·한명희 전 서울시의원, 윤유선 전 강서구의회 의원 등 13명이 지원했다. 앞서 지도부가 광역·기초의원들을 대상으로 ‘현역 출마 자제’를 요청했음에도 지원자가 몰린 셈이다.
다만 당 지도부는 공천 과정에서 제3의 인물을 전략공천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지도부 관계자는 “지원자들의 서류를 검토해 경선으로 갈 것인지, 단수 공천을 할지, 아니면 전략 공천을 할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구청장 후보를 내야할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당내에선 김 전 구청장이 “억울하게 직을 잃었다”는 평가가 많다. 김기현 대표도 대법원 판결 이튿날인 5월 19일 “내부의 각종 불법·비리에 대해 고발하는 것은 공직자의 의무”라며 “대단히 유감스러운 판결”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국민의힘 소속 서울 지역 구청장 15명 전원이 김 전 구청장의 특별사면과 복권을 대통령실과 당 지도부에 건의하면서 당 일각에선 “김 전 구청장이 사면을 받고 재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최근 여권 기류는 ‘무공천’ 쪽으로 기울고 있다. 한 수도권 의원은 “우리 때문에 치르는 선거인데, 섣불리 뛰어들었다가 정권 심판론에 직면하면 내년 총선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도부 소속 의원도 “우리 입장에선 억울한 상황이지만, 주민들 입장에서 보면 우리 당 소속 구청장이 법적 처분을 받아서 보궐선거를 치르는 것 아니냐”며 “우리가 지금껏 지켜왔던 무공천 원칙을 깨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많다”고 전했다.
특히 국민의힘에선 2021년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당시 유책 정당인 민주당이 무공천 원칙을 깨고 후보를 냈다가 참패한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도부가 직접 후보를 내지 않더라도 무소속 후보를 우회 지원하는 방안을 선택할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내년 총선에서 ‘제3지대’의 파급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무대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4월 치러진 전북 전주을 재선거에서 강성희 의원을 국회에 입성시킨 진보당에선 한의사인 권혜인 예비후보가 일찌감치 출마 선언을 했다. 강서갑 20대 국회의원이었던 금태섭 전 의원과 정태근 전 한나라당(국민의힘의 전신) 의원,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 등은 이번 보궐선거에서 무소속 후보를 지원하기로 뜻을 모았다. 다만, 두 사람과의 연대가 ‘공동 신당창당’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 대해 금 전 의원은 “창당 작업을 같이 하는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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