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 위험 감수하며…尹, 철통 보안 속 극비리 우크라 방문, 왜?

송오미 2023. 7. 16.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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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젤렌스키, 키이우서 한·우크라 정상회담
안보·인도·재건 지원 '우크라 평화 연대 이니셔티브' 추진 합의
尹 "생즉사 사즉생 정신으로 연대…드니프로 강 기적 반드시"
젤렌스키 "안보·인도적 지원 감사…회복 센터 건설 참여해달라"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키이우 마린스키 궁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각) 러시아의 침공으로 전시 상황인 우크라이나를 극비리에 전격 방문했다. 우리나라 정상이 전쟁 중인 국가를 공식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당초 4박 6일간의 리투아니아·폴란드 순방을 마치고 14일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었으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거듭된 초청에 순방 일정을 연장하며 우크라이나 방문을 결정했다.

철저한 보안과 경호를 유지하더라도 전쟁 중인 국가를 방문하는 것은 신변의 안전을 완벽하게 보장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방문 결정을 내린 것은 자유민주주의·법치주의·인권 등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자유주의 진영과의 연대 공고화는 물론 '제2의 마셜플랜'으로 불리는 우크라이나 전후 재건 사업 선점을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키이우 마린스키 궁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확대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윤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있는 대통령 관저인 마린스키궁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지난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렸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계기로 한·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을 가졌던 두 정상이 2달 만에 다시 마주 앉게 된 것이다.

이날 오전 11시 10분 시작된 공식환영식 후 단독회담(65분)과 확대회담(45분)을 포함해 110분간 진행된 정상회담에선 한국의 안보·인도·재건 지원을 포괄하는 '우크라이나 평화 연대 이니셔티브' 추진이 합의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후 공동언론발표를 통해 "희망의 새로운 역사를 쓰기 위한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생즉사(生則死) 사즉생(死則生)'의 정신으로 우리가 강력히 연대해 함께 싸워나간다면 분명 우리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며 "대한민국은 우크라이나의 자유·평화·번영을 가꾸는 동반자가 될 것이며, 나아가 우크라이나와 함께 세계의 자유·평화·번영에 함께 기여하는 믿음직한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안보 지원에 대해선 "지난해 방탄복, 헬멧과 같은 군수물자를 지원한 데 이어, 올해 더 큰 규모로 군수물자를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또 '평화공식 정상회의' 개최도 추진하기로 했다.

인도 지원과 관련해선 "지난 5월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이후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지뢰탐지기 등 안전 장비와 인도적 지원 물품을 신속히 전달한 바 있다"며 "지난해 약 1억 달러의 인도적 지원에 이어, 올해 1억 5000만 달러의 인도적 지원도 효과적으로 이행해 나아갈 것"이라고 했다. 또 "우크라이나 정부 재정 안정성을 위해 세계은행과 협력하여 재정 지원도 새롭게 실시할 계획"이라고 했다.

재건 지원과 관련해선 "지난 5월 양국 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기본협정이 가서명된 것을 환영하고, 한국 재정당국이 이미 배정해 놓은 1억 달러의 EDCF 사업기금을 활용하여 인프라 건설 등 양국 간 협력 사업을 신속히 발굴하고 추진해 나아가기로 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내 온·오프라인 교육시스템 구축을 위한 협력을 확대하고, 작년에 키이우에 개소된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 사무소를 중심으로 전쟁으로 파괴된 교육기관 재건을 위한 협력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미래세대 지원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윤석열-젤렌스키 장학금' 신설을 통해 현재 한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학생들이 안심하고 학업을 마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더 많은 학생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장학 프로그램을 확대하고자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드니프로 강의 기적'이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는다"며 "희망찬 미래를 향해 나와 젤렌스키 대통령은 더욱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해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윤 대통령과 경제, 에너지 지원 등을 논의했다. 대한민국이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지키기 위해 도와주고, 안보와 인도적 지원을 계속 제공해줘서 감사하다"며 "한국이 우크라이나 회복 센터 건설에 참여해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어 "특히 (한국의 지원품 중) 안전 장비가 잘 쓰이고 있다"며 "이를 통해 인명을 살릴 수 있다"고 했다. 또 "(한국이) 전쟁 범죄 처벌을 지원해줘서 감사하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5일(현지시간) 키이우 인근 미사일 공격이 집중된 이르핀 민간인 주거지역을 둘러보고 있다. ⓒ대통령실

정상회담에 앞서 윤 대통령은 키이우 인근의 부차시 학살현장과 민간인 주거지역으로 미사일 공격이 집중된 이르핀시를 돌아본 후 전사자 추모의 벽을 찾아 헌화했다.

대통령실, 尹 우크라 출발 직전까지 부인…젤렌스키 거듭된 초청으로 결정

한편 윤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의 우크라이나 전격 방문은 철통같은 보안 속에서 극비리에 진행됐다.

윤 대통령이 이번 순방을 계기로 우크라이나를 방문할 수도 있다는 관측은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 가능성을 줄곧 부인해왔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지난 6일 순방 일정 브리핑 때 "우크라이나를 별도로 방문하거나,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현재 계획에도 없고 현재 추진되고 있지도 않다"고 했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 14일(현지시각)에서야 폴란드 바르샤바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 계획을 알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상대국 정상의 정중한 방문 요청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대한민국 역할에 대한 기대가 깔린 것"이라며 "그래서 경호와 안전 문제, 방문 필요성 문제를 놓고 고심 끝에 입장을 정하고, 윤 대통령께서 결심하셔서 방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키이우 전사자 추모의 벽을 찾아 둘러보고 있다. ⓒ대통령실

윤 대통령의 이번 우크라이나 방문은 젤렌스키 공식 초청으로 이뤄졌는데, 지난 5월 16일 젤렌스키 대통령의 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가 방한했을 때 젤렌스키 대통령의 친서를 통해 공식적으로 우크라이나 방문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같은 달 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성사된 한·우크라이나 첫 회담에서도 젤렌스키 대통령이 직접 윤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방문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에는 김건희 여사가 동행했고 현지 상황 등을 고려해 수행원은 최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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