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개 입 열려도 5분 더 '팔팔'…'치사율 50%' 비브리오균 모든 것 [건강한 가족]
비브리오패혈증 바로 알기
여름철 비브리오균 증식 활발
당뇨환자 등 기저질환자 취약
상처에 바닷물 닿지 않게 해야
서울에 사는 50대 김모씨는 최근 생굴을 먹고 난 뒤부터 발열과 복통에 시달렸다. 하지 통증까지 느껴졌지만 잠깐 앓고 지나갈 것으로 여겨 즉시 치료를 받지 않았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다리에서 발진과 물집이 나타났다. 김씨는 뒤늦게 병원을 찾았고, 검사 후 ‘비브리오패혈증’을 진단받았다.
비브리오패혈증은 ‘비브리오 불니피쿠스균’에 감염돼 급성 패혈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평균 1~2일의 잠복기를 거친 후 패혈증을 유발한다. 비브리오패혈증의 원인인 비브리오 불니피쿠스균은 해수나 갯벌 등 광범위한 해양 환경에서 서식한다. 요즘처럼 바닷물의 온도가 올라가는 여름철은 비브리오균이 성장하기 가장 좋은 시기다. 수온이 18도 이상, 염분 농도가 1~3%로 유지되면 증식이 활발해진다. 이 시기엔 특히 어패류를 조심해야 한다. 인하대병원 감염내과 임재형 교수는 “비브리오패혈증은 생선·굴·조개·낙지 등을 날로 먹거나 덜 익혀서 먹었을 때 주로 발생한다”며 “피부에 난 상처 부위가 원인균에 오염된 해수와 닿았을 때도 감염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4시간 이내 발열·구토 등 동반
비브리오패혈증이 무서운 이유는 치사율이 50%에 달하기 때문이다. 특히 고위험군일 경우 치사율이 높아지므로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만성 간질환자나 당뇨병, 심한 알코올 중독이 있는 사람은 비브리오패혈증에 더 취약하다. 순천향대서울병원 감염내과 이은정 교수는 “부신피질 호르몬제나 항암제, 면역억제제를 복용 중인 사람과 재생불량성 빈혈, 백혈병 환자, 면역결핍 환자 등도 고위험군으로 꼽힌다”며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이 비브리오 불니피쿠스균에 감염되면 패혈증으로 진행해 생명을 빼앗길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비브리오패혈증에 걸리면 24시간 이내 발열·오한 등 전신 증상이 나타난다. 이와 함께 구토·복통·설사 등을 동반하는 경우가 흔하다. 발열 후에는 피부에 붉은 반점이 생기거나 물집이 잡히는 게 특징이다. 멍처럼 보랏빛 점이 생기는 것도 비브리오패혈증 증상 중의 하나다. 피부 병변은 주로 하지에서부터 시작된다. 발진과 부종이 나타난 후 출혈성 수포를 형성하면서 점차 병변의 범위가 확대된다. 이 교수는 “여기서 더 진행하면 괴사성 병변으로 이어진다”며 “병의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난 즉시 병원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평소 건강하다면 비브리오패혈증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감염되더라도 가벼운 피부염이나 위장관염을 겪고 대부분 완치된다. 문제는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기저질환자다. 기저질환자가 비브리오패혈증에 걸리면 심각한 피부 괴사와 패혈성 쇼크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쇼크에 빠지면 회복이 매우 어렵다. 이런 경우 상당수의 환자가 발병 후 48시간 이내에 사망한다.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한 이유다.
어패류 생식 피하고 익혀 먹어야
비브리오패혈증 치료의 기본은 항생제 처방이다. 항생제를 적절히 투여하면 균을 효과적으로 없앨 수 있다. 임재형 교수는 “병변이 심하다면 외과적 처치가 필요하다”며 “상황에 따라 괴사한 피부 조직을 제거하거나 근막절개술을 시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방법은 간단하다. 첫째는 여름철 어패류 생식을 최대한 피하는 것이다. 어패류를 섭취할 땐 날로 먹지 않는 게 안전하다. 특히 만성 간질환자나 당뇨병, 알코올 중독 병력이 있는 사람은 날로 먹는 해산물을 금해야 한다. 비브리오균은 염소에 약하고 염분이 없으면 죽는다. 따라서 어패류를 조리할 땐 흐르는 수돗물에 잘 씻은 후 85도 이상 온도로 가열 처리해 충분히 익혀 먹는 게 바람직하다. 조개류는 껍질이 열리고 나서 5분 동안 더 가열한다. 남은 재료는 영상 5도 이하로 저온 보관해야 한다.
둘째는 조리도구를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비브리오균의 공통 감염 경로는 어패류다. 어패류를 조리할 땐 반드시 장갑을 착용해야 한다. 혹시 모를 감염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어패류를 요리한 조리도구는 깨끗이 세척하고 사용하는 것이 필수다. 조리도구를 삶거나 햇빛에 말려 살균·소독해 2차 오염을 방지한다. 특히 칼과 도마는 횟감용을 구분해 사용해야 한다.
셋째는 상처 부위에 가급적 바닷물을 닿지 않게 하는 것이다. 피부에 상처가 생겼다면 바닷물에 접촉하지 않는 것이 좋다. 상처 부위가 오염된 바닷물과 접촉해 비브리오패혈증 감염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바다에서 물놀이를 즐기다 피부에 상처가 생겼다면 즉시 깨끗한 물과 비누로 노출된 부위를 씻어야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선 감염되지 않기 때문에 따로 격리할 필요는 없다.
신영경 기자 shin.young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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