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즉사 사즉생 정신으로 연대"…尹·젤렌스키 협력 굳건해졌다
극비리에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이하 현지시간) “한국의 안보 지원, 인도 지원, 재건 지원을 포괄하는 ‘우크라이나 평화 연대 이니셔티브’를 함께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있는 대통령 관저인 마린스키궁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무엇보다도 우크라이나의 안보 증진을 위한 노력을 한층 더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안보 분야 협력을 중심으로 인도적 지원과 전후 재건 사업까지 한국과 우크라이나의 협력을 전방위적으로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오후 1시 10분 확대 회담을 마친 양 정상은 공동 언론 발표를 통해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를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안보 지원과 관련해 “한국은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군수물자 지원도 지속해 나갈 것”이라며 “지난해 방탄복, 헬멧과 같은 군수물자를 지원한 데 이어, 올해도 더 큰 규모로 군수물자를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도적 지원과 관련해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정상회담 이후 지뢰탐지기 등 안전장비와 인도적 지원 물품을 신속히 전달한 바 있다”며 “한국 정부는 지난해 약 1억 달러의 인도적 지원에 이어, 올해 1억5000만 달러의 지원도 효과적으로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계은행과 협력해 우크라이나 재정 지원도 새롭게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후 재건 사업과 관련해서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한 양국 정부와 기업 간 협력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며 “한국 재정 당국이 이미 배정해 둔 1억 달러의 사업기금을 활용해 인프라 건설 등 양국 간 협력사업을 신속히 발굴하고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윤석열-젤렌스키’ 장학금도 신설된다. 현재 한국에 유학 중인 우크라이나 학생들이 안심하고 학업을 마칠 수 있도록 돕는 동시에 수혜 대상도 확대할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언론 발표를 ”러시아의 불법 침략으로 인해 무고하게 희생된 우크라이나 시민들과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목숨 바친 우크라이나의 젊은이들, 그리고 그 유가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는 말로 시작했다.
곧이어 한국의 현대사와 우크라이나의 현재를 비교하며 우크라이나를 위로했다. 윤 대통령은 “70여 년 전 북한의 공산 전체주의 세력의 불법 침략을 받은 대한민국은 국토의 90%를 빼앗기고 국가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는 위기에 처했지만, 유엔군과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아 기적적으로 승리했다”며 “전쟁의 상처를 딛고 일어선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자유롭고, 평화로우며, 부흥한 국가 중 하나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젤렌스키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죽음을 겁낼 권리가 없다’고 말씀하신 것을 기억한다”며 “'생즉사(生則死) 사즉생(死則生)’의 정신으로 우리가 강력히 연대해 함께 싸워나간다면 분명 우리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우크라이나 학생들이 교과서에서 '한강의 기적'을 배우고 있다는 것을 언급한 윤 대통령은 “‘드니프로 강의 기적’이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 믿는다”며 “대한민국의 전후 회복과 번영의 역사가 그 가능성을 말해주고 있다”고 위로했다.
언론 발표에서 “고맙다”는 뜻을 수차례 내비친 젤렌스키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우크라이나 아이들이 집에 올 수 있도록 노력하고 지원해 줘서 감사하다”며 “한국이 우크라이나의 회복 센터 건설에 참여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과 경제, 에너지 지원 등도 논의했다"며 "한국이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지키기 위해 도와주고, 안보와 인도적 지원을 제공해 줘 감사하다"고 강조했다.
바르샤바=권호 기자 kw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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