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물 빼 주세요”...오송 지하차도 앞서 발만 구르는 실종자 가족들[현장1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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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조한 실종자 추정 가족들
“빨리 구해 주세요. 물을 얼른 빼주세요….”
15일 침수 사고가 난 충북 청주 궁평 제2 지하차도 앞에서 실종자로 추정되는 가족들은 관계기관을 향해 수색을 서둘러 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오전 8시40분쯤 이 지하 차도엔 터진 제방을 타고 넘어온 강물이 가득 차 자동차 19대가량이 침수됐다. 경찰은 버스와 트럭 2대를 포함해 침수한 차량을 15대로 보고 있다. 현재까지 사망자 1명, 부상자는 9명이다. 소방당국은 물에 잠긴 자동차를 고려할 때 지하 차도 안에 사람이 더 갇혔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지하 차도는 청주 옥산면~청주 오송역·세종 방향을 오가는 왕복 4차선 도로다. 소방당국은 현재 물빼기 작업을 하고 있으나 범람한 강물이 워낙 많아 수색 작업에 난항을 겪고 있다. 한 남성은 “부모님이 오송역을 가신다고 했으나, 현재 연락이 안 되고 있다”며 물이 가득 찬 지하 차도 입구를 바라봤다. 한 여성은 “지하차도 물을 언제쯤 뺄 수 있는 거냐”며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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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당국 "차량 19대 침수 추정"
사고 현장에는 자신을 실종된 50대 버스 운전 기사 형이라고 밝힌 남성도 있었다. 이 남성은 “동생이 연락이 안 된다고 낮 12시쯤 연락을 받고 급히 지하차도로 달려왔다”며 “수색이 장기화할 것 같아 걱정이다. 매일 같이 다니던 길인데 사고가 날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며 눈물을 훔쳤다.
실종자 지인이라는 A씨(64)는 전화를 붙잡고 수색 상황을 누군가에게 알렸다. A씨는 “40년 넘게 알고 지낸 형수님께서 오송을 가시다가 연락을 안 된다고 해서 곧장 달려왔다”고 말했다. 실종된 여성은 70대라고 한다. A씨는 “형수님은 직장 퇴직 후에도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시고 성실하게 일하셨던 분”이라며 “오늘도 청주 시내에서 버스를 타고 오송으로 이동하던 중 연락이 두절됐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A씨에 따르면 실종된 여성이 탄 버스는 청주 시내에서 오송역을 가는 급행버스다. A씨는 “해당 버스는 지하차도를 다니지 않는 노선인 것 같은데 미호대교 쪽이 통제되는 바람에 지하차도 길을 택해 오송을 가려던 것 같다”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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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호천 제방 둑 터지며 침수
침수 사고가 난 지하차도는 길이 430m, 높이 4.5m 정도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0분쯤 지하차도에서 550여 m 떨어진 철골 가교 끝 제방 둑이 터지면서 도로와 농경지로 강물이 흘러들었다.
이 사고로 궁평2지하도가 침수되면서 도로를 지나던 버스 등 자동차 19대가 고립됐다는 게 소방당국 설명이다. 긴급 출동한 소방 당국은 구조작업을 펴던 중 난간에 매달려 있던 버스 승객 등 9명을 구조하고,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남성 1명의 시신을 인양했다.
소방당국 등이 현재 지하차도 물을 퍼내고 있으나, 물이 계속 유입되는 데다 흙탕물이어서 시야가 나오지 않는다. 김종근 충북도 도로과장은 “지하차도 유입구 쪽에 물이 워낙 많이 들어와 제방 물막이 작업을 우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막이 작업에만 1~2일
김 과장은 "흙을 운반하고, 무너진 제방에 흙을 채우는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장비를 집중 투입해 하루, 이틀 안에 물막이하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양수작업도 하고 있지만, 워낙 많은 물이 들어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양수작업을 1시간 30분 정도 했지만, 지하차도 수위가 15㎝ 정도밖에는 떨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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