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에 반란’ 프리고진 팬티샷 유출 배경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정부를 상대로 무장 반란을 일으킨 용병그룹 바그너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속옷 차림 사진이 최근 유출된 것은 그의 권위를 떨어뜨리기 위한 망신 주기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 국영 TV는 프리고진이 괴짜 같은 모습으로 변장하고 찍은 ‘셀카’ 사진들을 공개하기도 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14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이 바그너 그룹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 직후 속옷 차림으로 앉아 있는 프리고진의 사진이 온라인에 유출됐다”며 “누가 유포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한때 두려워했던 군 지도자의 명성을 훼손하고, 당황하게 하고, 망신을 주려는 명백한 캠페인(전략적 활동)에 꼭 들어맞는다”고 해설했다.
이 사진에서 프리고진으로 보이는 남성은 정돈되지 않은 야전 텐트 안에서 베이지색 반팔티 차림에 검정 팬티만 입은 채 간이 침대에 걸터앉아 있다. 상의가 몸에 딱 붙어 불룩 나온 배, 불균형해 보일 정도로 가는 허벅지가 눈에 띄는 사진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최전선에서 1년 넘게 수행하며 부각해온 강한 지휘관 이미지와는 딴판이다. 사진 속 남성에게서 결의에 찬 용병 그룹 수장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쇠약해져가는 노인처럼 보인다.
프리고진의 나약한 모습을 부각한 ‘팬티샷’은 이날 오전 러시아어로 운영되는 텔레그램 대화방(채널)에 처음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누가 찍고, 누가 유출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프리고진 추정 남성이 경계하거나 놀라는 기색 없이 인사하듯 카메라 쪽으로 오른손을 들어 보이는 모습으로 볼 때 측근이 촬영한 것으로 짐작된다.
이 사진은 당초 이달 12일 촬영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미지 파일에 남아 있는 정보로는 실제 촬영 시점이 한 달 더 앞선 지난달 12일 오전 7시24분이라고 한다. 프리고진이 러시아에 대한 무장 반란을 시도하기 11일 전이다.
사진에 첨부된 자료에 따르면 이 사진은 프리고진이 러시아에서 무장 반란을 선언 해 푸틴 대통령이 그를 반역자라고 비난하기 11일 전인 6월 12일 오전 7시 24분에 촬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
뉴욕포스트는 “이 용병대장의 베이지색 티셔츠는 그의 배를 꽉 껴안고 검은 팬티는 그의 얇고 창백한 다리를 강조한다”며 “이 사진은 한때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군사령관을 괴상하고 민망한 모습으로 보여주는 일련의 유출 사진 중 가장 최근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국영 TV ‘베스티 로시’는 지난 5일 프리고진이 가발과 가짜 수염으로 변장한 6장의 셀카 사진을 공개했다. 바그너 그룹이 지난 8년간 전투에 투입된 여러 아프리카·중동 지역을 돌아다니며 촬영된 것으로 추정됐다. 이들 사진에서 프리고진은 무슬림 남성처럼 콧수염 없이 긴 턱수염을 붙이거나 테가 두꺼운 안경을 주로 착용했다. 한 사진에서는 붉은 갈색 가발을 쓰고 앞머리를 옆으로 쓸어넘겼는데 뉴욕포스트는 이를 ‘저스틴 비버풍’이라고 표현했다.
텔레그래프는 “프리고진은 크렘린의 노선 따르기를 거부하는 무시무시한 군 지도자라는 대중적 이미지를 신중하게 구축해왔다”며 “하지만 바그너 수장인 그가 찍고 러시아 보안국이 공개한 셀카는 그의 강인한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달 초 러시아 보안군이 프리고진의 상트페테르부르크 자택과 사무실을 급습해 현금과 금괴, 여러 장의 위조 여권, 방대한 무기, 가발 등을 발견하는 장면도 러시아 국영 TV를 통해 고스란히 전파를 탔다. 당시 적발된 현금은 1억110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택 내 한 방에는 병원 침대가 설치돼 있었다. 익명 소식통은 프리고진이 암을 앓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방송은 프리고진이 괴팍하고 부도덕할 뿐 아니라 약하기까지 한 인물이라는 점을 부각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미국 평화연구소의 러시아 및 유럽 센터 선임고문 메리 글랜츠는 정치 전문지 ‘더 힐’에 “(러시아가) 프리고진이 가진 부를 보여주는 것은 그의 반엘리트 메시지를 약화시키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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