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 물질인데 무해하다? 너무 놀라서 주저앉았다"
[심규상 대전충청 기자]
▲ 미나마타병 연구와 치료의 대표 전문가인 고(故 )하라다 마사즈미(原田正純) 박사 |
ⓒ 환경운동연합 |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가 임박한 가운데, 미나마타병 연구와 치료의 대표 전문가인 하라다 마사즈미(原田正純) 박사의 지난 인터뷰 기사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미나마타병은 전 세계적 최악의 공해병으로 기록돼 있다. 지구상에 병명조차 없던 이 병이 세상에 처음 알려진 것은 1954년 바다 건너 일본에서다. 일본 큐슈 구마모토현 남단 연안 도시 미나마타시에 위치한 일본 화학기업 짓소공장(窒素, 신 일본 질소비료 주식회사) 주변에 사는 주민들이 하나둘 원인불명의 병을 얻었다. 고양이도 중추신경이 마비돼 미쳐 날뛰다 전멸했다.
오랜 연구 결과 짓소공장에서 생산된 메틸수은화합물이 폐수를 통해 인근 해안에 방류됐고, 이 수은이 물고기와 해산물에 축적됐으며, 이를 먹은 주민들이 병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태아성 미나마타병도 발생했다.
하라다 박사는 평생 미나마타병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노력한 미나마타병의 대표 전문가이자 의사이며 환경운동가였다.
▲ 하라바 박사의 지난 2011년 9월 8일 <도쿄신문> 인터뷰 기사. 하라다 박사는 이 인터뷰 이후인 지난 2012년 6월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77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
ⓒ 심규상 |
최근 주목받는 기사는 그가 지난 2011년 9월 8일 <도쿄신문>과 진행한 인터뷰 기사다. 하라다 박사는 이 인터뷰 이후인 지난 2012년 6월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77세 별세했다.
그는 당시 인터뷰에서 "오염 관련 질병의 발원지였던 미나마타병과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재해는 공통점이 많다"며 "하지만 방사성 물질에 의한 피해는 더욱 복잡하고 대책이 어렵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발전소 사고 당시 오염된 물이 바다로 방출돼 해산물에서 고농도의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 당시 일본 내 몇몇 전문가들은 "방사성 물질이 바닷물에 희석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주장했다.
당시 하라다 박사는 이런 주장에 분노했다.
"이 말을 듣고 너무 놀라서 주저앉았다. 미나마타에서는 바다에서 희석된 유기 수은이 해산물에 의해 먹이 사슬에 집중되어 심각한 문제를 일으켰다. (미나마타병에서) 배운 교훈이 전혀 없다."
그는 미나마타병과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의 공통점으로 비판적 전문가의 배제를 꼽았다.
"저는 수십 년 동안 미나마타병 환자들을 치료해 왔지만, 정부 위원회의 부름을 받은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정부로부터 연구 자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습니다. 이게 오히려 자랑스럽습니다. 원자력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학자들도 (이번 사고 처리 과정에서 -기자 주) 철저히 배제됐습니다. 원자력의 진흥은 국가 그 자체이며, 압력은 미나마타병과 비교할 수 없을 것입니다."
미나마타병과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의 차별성도 짚었다.
"원전 사고는 미나마타보다 훨씬 더 골칫거리입니다. 미나마타병은 손발의 감각 장애와 같은 특징적인 증상이 있습니다. 그러나 방사성 물질에 의한 암의 발병은 다른 원인에 의한 경우와 구별하기 어렵습니다. 원인 물질과 방사성 물질에는 여러 유형이 있으며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더 복잡합니다. 게다가 건강 위험이 표면화되는 데는 수년, 심지어 수십 년이 걸립니다."
하라다 박사는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로 인한 인체 피해를 증명하는 기관에 주민 대표를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사에 따르면 일본은 미나마타병 조사와 연구를 하는 전문가위원회를 의사로만 구성했다. 하라다 박사는 "미지의 분야에서 기존의 지식으로 설명하려고 하는 의사는 오류가 발생하기 쉽다"고 지적했다.
"피해를 증명하는 기관은 의사만으로 구성되어서는 안 되며, 주민 대표를 포함해야 합니다. 미지의 분야에서 기존의 지식으로 설명하려고 하는 의사는 오류가 발생하기 쉽습니다. 미나마타병에서는 태아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이론이 지배적입니다. 그러나 피해 환자의 어머니가 '우리 모두 같은 증상을 가지고 있다'고 밝힌 덕분에 태반을 통해 중독을 일으킨다는 것을 처음으로 증명했습니다."
▲ 1956년 5월 1일, 미나마타병 첫 공식환자가 발생한 집(미나마타시 짓소공장 부근) |
ⓒ 심규상 |
그는 "미나마타병과 같은 단순한 구조의 질병이 특정 목표에 도달하는 데 50년 이상이 걸렸다"며 "조기 주민 건강 조사를 시작하는 건 필요하지만 정부가 (그 결과를) 피해가 없다고 말하는 핑계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후쿠시마현이 현 주민의 건강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기자 주 ) 조기에 건강 조사를 실시하는 것은 좋지만 정부가 (그 결과를 -기자 주) 피해가 없다고 말하는 핑계로 삼아서는 안 됩니다. '주민의 우려 완화'를 목표로 한 조사가 피해를 과소평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나마타병과 같은 단순한 구조의 질병이 특정 목표에 도달하는 데 50년 이상이 걸렸습니다."
그의 지적은 "차별이 있는 곳에 공해가 생긴다"는 말로 이어진다.
"원자력 발전소는 농촌 지역에서 도시용으로 전기를 생산하며 심지어 폐기물도 부과합니다. 원자력 사고의 경우 사고를 보상하기 위해 세금이 사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납세자는 피해자 구제에 대한 보상임을 인식하고 도쿄 전력과 국가 정부의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하라다 교수의 인터뷰는 기술혁신 과정에서 배제되는 사회적 취약계층 소외에 대한 경고로 마무리하고 있다.
"미나마타병과 원자력 사고의 근본 원인은 풍요로운 생활 방식을 지원하는 기술 혁신의 긍정적인 측면만을 추구하고 사회적 취약계층에 부정적인 측면을 간과하는 경향이라고 믿습니다. 그러나 그것 때문에 목숨과 건강을 잃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의 경고를 미나마타병 피해자들이 이어받았다. 그의 제자인 미야키다 교수(전 미나마타현지연구센터장)와 미나마타병 피해자들은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 원전 방사성 물질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결정하자 "미나마타병의 교훈을 전혀 돌아보지 않고 같은 잘못을 반복하는 것"이라며 "일본 정부의 결정에 단호하게 항의하고 반대한다"며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관련기사 : "미나마타병 확산은 지역 차별 정책 탓이다" https://omn.kr/59c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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