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성희롱 당하고 축구 그만둬” 아르헨 그녀들의 폭로

강창욱 2023. 7. 15.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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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고 마라도나, 리오넬 메시 등 세계적 선수를 배출한 축구 강국 아르헨티나에서 여자 축구는 제대로 된 지원을 받기는커녕 선수들이 빈번하게 학대를 당한다는 폭로가 나왔다.

아르헨티나 전·현직 여자 축구선수와 코치 등이 활동하는 시민단체 '피바스콘펠로타스(Pibas con Pelotas)'는 홈페이지에 "코치와 감독의 학대를 신고하고 다시는 축구를 하지 않는 선수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느냐"며 우회적으로 실태를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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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마라도나 나라서 여자선수들 찬밥 신세
남은 남자 유니폼 입고 주차장서 훈련하기도
'피바스콘펠로타스' 페이스북


디에고 마라도나, 리오넬 메시 등 세계적 선수를 배출한 축구 강국 아르헨티나에서 여자 축구는 제대로 된 지원을 받기는커녕 선수들이 빈번하게 학대를 당한다는 폭로가 나왔다.

아르헨티나 전·현직 여자 축구선수와 코치 등이 활동하는 시민단체 ‘피바스콘펠로타스(Pibas con Pelotas)’는 홈페이지에 “코치와 감독의 학대를 신고하고 다시는 축구를 하지 않는 선수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느냐”며 우회적으로 실태를 고발했다.

코치와 감독에게 학대를 당한 여자 선수가 피해 사실을 알린 뒤 자의나 타의로 축구계를 떠난 경우가 여럿 있다는 얘기다. 홈페이지에 구체적인 사례를 들지는 않았지만 여자 선수에 대한 지도자들의 학대는 성적 가해를 포함하는 것으로 보인다.

피바스콘펠로타스는 “어떤 클럽(구단)도 선수에 대한 빈번한 학대 및 성희롱 사례를 억제하기 위한 규율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느냐”며 아르헨티나 여자 축구계에 선수 보호 시스템이 전무하다는 점을 꼬집었다.

아르헨티나 여자 축구 관련 시민단체 '피바스콘펠로타스'의 홈페이지 첫 화면. 축구하는 여자를 형상화한 그림과 함께 단체명(Pibas con pelotas)이 크게 적혀 있다. 그 아래에는 스페인어로 '우리는 여성의 축구 참여를 장려하고 가시화한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들은 프로 선수조차 자신의 입단 계약서 사본을 받지 못한 경우가 많다는 점도 지적했다. 선수가 구단과 체결하는 계약서에는 연봉을 비롯한 처우와 권리 등이 명시돼 있다. 이런 서류를 갖고 있지 않다는 건 여자 선수들이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거나 부당한 불이익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

축구 명문인 아르헨티나지만 여자 선수들은 훈련 시스템에서도 상당한 차별을 받고 있다. 피바스콘펠로타스는 “(여자) 선수들이 훈련할 전용 공간이 없다”며 “심지어 클럽 주차장에서 훈련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또 “우리는 남자 축구에서 남은 옷을 계속해서 입고 있다”며 “훈련에 필요한 물리적 공간이나 장비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아르헨티나 여자 축구는 대부분 클럽이 하위 구단을 운영하지 않는다고 피바스콘펠로타스는 설명했다. 학교에서는 여성의 스포츠를 권장하지 않는다고 한다. 여자 선수가 활약할 기회가 적고 좋은 선수로 성장해나가기도 어려운 환경이라는 것이다. 이 단체는 “다쳐도 의료 보험을 받지 못하고, 프로 계약도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피바스콘펠로타스라는 스페인어 단체명은 영어로 번역하면 ‘Girls with Balls’다. 우리 말로 적당히 의역하면 ‘공 차는 여자들’ 정도로 옮길 수 있다. 이들은 여자 선수들이 남자 선수와 동등한 권리를 보장받도록 노력하면서 여성의 축구 참여를 장려하기 위해 결성된 단체다.

아르헨티나 여자 축구는 배정받는 예산이 거의 없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2019년 세미 프로가 되면서 여자 선수가 일부나마 축구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직업으로 여겨지지는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분위기는 종목을 불문하고 모든 스포츠에서 비슷하다. 피바스콘펠로타스는 “우리 목표는 모든 스포츠 분야에서 여성 쿼터(비율)를 늘리고 더 정의로운 사회의 개선과 변화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2023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을 소개하는 게시물에 첨부한 이미지. FIFA 홈페이지


피바스콘펠로타스는 구체적으로 학교 커리큘럼(교육과정)에 여자 축구를 포함하고 모든 선수를 위한 프로 계약과 의료 보험을 도입할 것을 제시했다. 임신한 선수에게 보조금과 보육비를 지원하고, 여성 전용으로 디자인한 유니폼을 지급할 것도 요구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남자 축구 대표팀은 지난해 대회를 비롯해 월드컵에서만 3차례 우승했지만 여자 축구 대표팀은 그동안 3차례 진출한 월드컵 본선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세계 랭킹은 28위에 그친다. 이들은 오는 20일 개막하는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에서는 16강 진출권을 놓고 이탈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스웨덴과 맞붙는다. 스웨덴은 세계 랭킹 3위인 강팀이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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