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입시·오염수·고속도로 논란, 공통된 패턴이 있다
[박성우 기자]
지난 한 달 동안 현 정부여당을 둘러싸고 벌어진 논란들을 필자가 살펴봤다. 공통된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필자가 살펴본 논란은 세 가지다. 윤석열 대통령의 수능 관련 논란, 여당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논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양평고속도로 전면 백지화 논란이다.
▲ 2024학년도 수능 대비 7월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시행된 11일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
ⓒ 사진공동취재단 |
먼저 윤 대통령의 수능 관련 논란이다. 지난 6월 16일 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서 시작된 수능의 난이도 문제는 소위 '킬러문항'과 '사교육 카르텔'이 그 원인으로 지목됐다. 교육부와 여당은 사교육 카르텔이라는 '공공의 적'을 규정했다.
정부여당이 비판대상을 지목하자, 일부 보수언론들은 사교육 강사의 명품 소비와 고소득이 문제라고 입을 모으기 바빴다.
그러나 사교육 카르텔이 사라진다고 해서 대학 입시가 정상화된다는 보장은 없다. 입시 문제는 근본적으로 왜 학생과 학부모가 사교육에 수많은 돈을 쏟아붓는지, 그 원인부터 따져봐야 한다.
그원인은 무엇일까. 수능 점수를 높게 받아 서울대를 필두로 하는 명문대학에 입학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서울대를 비롯한 명문대에 입학하고자 하는가. 공부하기 더 좋은 환경에서 학업에 열중하기 위하기라기보다는 대기업 등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는 데 명문대 졸업장이 훨씬 유리해서다.
이처럼 입시 문제의 본질은 노동환경과 직결된 사안이다. 굳이 대학을 나오지 않거나 명문대를 졸업하지 않아도 생활하는 데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렵지 않다면 명문대에 입학하기 위해 그 수많은 사회적 비용이 소모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이 같은 문제의 본질 대신 사교육 카르텔을 향한 비판에 온 힘을 쏟았다.
▲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리투아니아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일 빌뉴스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다음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를 살펴보자. 국민의힘은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을 향해 국내 어민들에게 피해가 갈 공포선동을 일삼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렇다면 야당이 오염수 방류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하다. 일본 정부가 오염수를 방류하기 때문이다.
만일 여당이 오염수를 방류하는 일본 정부를 향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면서 동시에 야당을 향해서도 어민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얘기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면 이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여당은 본질적 문제인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에는 아무런 비판도 가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방류를 비판하는 야당을 향해 어민에게 피해가 간다고 비난을 가한다. 여당의 주장대로 야당이 아무런 비판도 하지 않으면 국민들의 걱정이 해소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지난 2018년,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다섯 가지 오염수 방출 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다섯 방안 중 해양 방류가 채택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가장 안전한 방안이어서가 아닌 예상 처리 비용이 34억 엔으로 가장 저렴해서다.
이 지점이 바로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의 본질이고 현재 일본의 야당들과 후쿠시마현을 포함한 일본 어민들, 그리고 일본 국민 상당수가 오염수 방류를 비판하는 주된 논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당은 이에 대해선 침묵한 채 이를 지적하는 야당이 국격을 훼손시키고 자국민을 자해하는 잘못된 집단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이 12일 유튜브에 올린 서울-양평고속도로 관련 영상 갈무리. |
ⓒ 임병도 |
마지막으로 가장 최근의 일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 백지화 발언을 살펴보자. 원 장관은 고속도로 종점 변경과 변경된 종점에 윤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토지를 보유했다며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의 잘못 때문에 사업을 백지화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사업 백지화 선언 사흘 전, 원 장관은 세종시 국토교통부 기자실에서 열린 현안간담회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도로국에서 실무적으로 (노선변경을) 진행한 건데 문제제기가 들어오면서 (나에게) 보고가 왔다. 보고를 받자마자 '즉각 원점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변경된 노선에 대해) 백지화하고 말고 할 것도 없는 게, 원래 정해진 것이 없고 3가지 안 중 해당 안은 제2안에 불과하기 때문에 앞으로 절차를 재검토해 합당한 의견을 내놓으면 그것으로 결정하면 된다. 의혹 살 일을 밀어붙일 이유가 뭐가 있겠나"
스스로 "의혹 살 일을 밀어붙일 이유가 뭐가 있겠나"며 "원점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얘기하던 원 장관은 사흘 뒤 주민들과 상의도 없이 '민주당의 잘못'이라며 사업 백지화를 선언했다.
이처럼 최근 벌어진 정부여당의 논란을 쭉 살펴보면 아래와 같은 공통된 패턴을 찾을 수 있다.
1. 어떤 문제가 발생한다 (입시 문제, 오염수 방류, 고속도로 노선 변경)
2. 그것은 전적으로 특정 대상의 잘못에서 비롯한 것이다 (사교육 카르텔, 야당)
3. 하지만 정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본질은 해당 대상과 무관하다
필자에겐 현재 정부여당이 문제의 본질은 무시한 채 적으로 삼을 대상만 찾는 데 혈안이 돼 있어 보인다. 정부여당은 본인들을 향한 비판을 두고 정쟁이라고 비난하지만, 기실 누구보다 문제의 해결을 도외시한 채 문제를 정쟁으로 만드는 건 정부여당이다.
정부여당은 이전 정권인 문재인 정부가 문제 해결없이 본인들 입맛대로 '적폐몰이'에 나섰다며 비판해 왔지만, 정작 현 정권이야말로 어떤 식으로 문제에 대응하고 있는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문제의 본질과 멀어질수록 문제의 해결은 요원해지고, 그 부담은 오롯이 국민에게 돌아오게 돼 있다.
부디 정부여당이 한 발 더나아가 문제의 본질을 진지하게 성찰하고 근본적인 대안을 내놓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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