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분만에 마약 구해, 방식 다 똑같아" 10대 마약의 현실

이준목 2023. 7. 15. 12: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TV 리뷰] KBS1 <추적 60분>

[이준목 기자]

 KBS1 <추적 60분>의 한 장면.
ⓒ KBS1
 
한때 대중의 사랑을 받던 최고의 아이돌 스타에서, 마약 중독자로 전락한 남태현의 초라한 모습이 충격을 안겼다. 하지만 방송에 나와 구구절절한 반성과 생활고 호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각종 논란으로 얼룩진 연예계 생활로 실망감을 안겼던 그를 바라보는 대중의 반응은 싸늘했다.

7월 14일 방송된 KBS1 <추적60분>에서는 '텔레그램 마약방은 10대를 노린다'편을 통하여 현재 대한민국의 심각한 사회적 현안으로 떠오른 10대 마약 문제를 조명했다.

2023년 현재 대한민국은 더 이상 마약청정국이 아니다. 오히려 마약 위험국이자 마약 신흥시장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충격적인 것은 10대들이 마약의 위험에 적나라하게 노출되었다는 것이다. 지난 4월에는 10대 중고등학생들이 마약 투약에 판매까지 시도한 것이 연이어 드러나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요즘의 청소년들은 어떻게 그토록 쉽게 마약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이며, 우리 아이들에게 마약을 제공하며 중독자로 만드는 이들의 실체는 무엇일까.

1시간 내로 손쉽게 마약 구하는 청소년들
 
 KBS1 <추적 60분>의 한 장면.
ⓒ KBS1
 
평범한 17세 여고생이던 이지연양(가명)은 1년 전 우연히 접하게 된 마약으로 인하여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졌다. 인터넷을 통하여 알게된 마약을 호기심으로 접했던 지연양은, 이후 필로폰에 깊이 중독되면서 학교도 그만두고 매일 집안에서 틀어박혀 살아가는 처지가 됐다.

현재 지연양은 치료를 받고 있지만 금단 증상으로 무기력한 일상을 보내고 있으며 전문의로부터 재발 위험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집에서 늘 누워서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는 지연양은 "아무 생각도 하기 싫다. 잠에서 깨어나도 잠을 자고 있는 듯한 몽롱함이 든다"고 고백했다.

최근 청소년들이 마약을 구할 수 있는 수단은 바로 SNS다. 또다른 마약 중독 청소년인 14세 정예린양(가명)은 "요즘은 그냥 유튜브나 뉴스에 다 나온다. 마약을 어떻게 구하고 투약하는지, 방식은 다 똑같다"라고 설명했다. 예린양은 SNS 메신저 '텔레그렘'을 통하여 마약상에 연락할 수 있었고 돈을 입금하자 바로 필로폰을 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예린양은 구입한 필로폰을 하루 만에 다 사용했고 심지어 친구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마약상은 메신저 상에서 마약을 청소년들에게 친근한 유명 음료수 제품명을 빗댄 은어로 지칭한다. 돈을 입금하면 거래자와 직접 대면하지 않고도 지정된 주소에 물건을 놓고 가는 '던지기' 수법으로 마약을 공급한다. 예린양은 마약 구매 완료까지 약 30~40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제보자는 텔레그램 마약방이 범행을 지휘하는 총책부터 여러 명의 공범이 조직적으로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한 텔레그렘 마약 판매상은 제작진과의 통화에서 "우리가 마약 팔면서 신분증을 확인할 수는 없다. 검거에 대한 두려움은 있지만 최대한 나름의 매뉴얼을 지키면서 장사하고 있다"고 변명했다.

마약 판매상들은 각종 유명 SNS나 온라인 사이트에 광고를 올리고 초기에는 저렴한 가격으로 할인하거나, 무료로 서비스를 주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구매자의 호기심과 유입을 유도한다. 이를 두고 김희연 검사는 "마약을 판매하는 사람들의 숫자를 양산해서 결국 자기가 판매할 매수자들을 늘리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요즘 청소년들은 텔레그램을 통하여 비대면으로 1시간 이내에 손쉽게 마약을 구입할 수 있다. 그런 시스템이 서울은 거의 완성되어 위험한 수위에 와 있다"라고 덧붙이며 우려했다.

또한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신종마약으로 불리우는 '합성대마'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었다. 대마초의 환각효과를 나타내는 THC 성분을 화학적으로 합성제조한 합성 대마는 속칭 '허브'로도 불리우며, 이미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액상 형태로 나오는 합성 대마는 맛도 전자담배 액상으로 비슷하여 구분하기 어렵고, 길거리에서 복용해도 언뜻 봐서는 판별이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 그만큼 미성년자들이 접근하기 훨씬 더 쉬워졌다는 평가다. 2023년 발간된 '국과수 마약류 감정백서'에 따르면 2017년에 단 4건에 불과했던 합성대마 적발은 4년 만인 2021년에 484건까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한국에 유통되는 마약류의 대부분은 동남아를 통해 밀반입된다. 아시아 최초로 대마가 합법화된 태국이나 라오스에서는 거리 노점에서도 대마를 판매하는데, 실제로는 유통이 금지된 마약도 버젓이 거래되고 있었고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구매가 가능했다. 그리고 동남아에서 만들어진 신종마약은 국제우편을 통하여 과자나 화장품으로 위장하여 대한민국 각 가정의 집앞까지 손쉽게 배달이 가능했다. 지난해에는 신종마약 밀수량이 필로폰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일부 합성대마, 소변검사로도 검출 안돼
 
 KBS1 <추적 60분>의 한 장면.
ⓒ KBS1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일부 합성대마의 경우 소변검사로도 검출이 안 된다는 것. 합성대마 경험자들은 경찰에서 검사를 받고도 마약 검출이 안 되었던 일화를 고백하며 "마약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합성대마는 복용해도 걸리지 않는다, 몸에 안 남는다'라는 소문들이 점점 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로서는 '등록된 마약'이 아니라면 신종마약은 적발해도 증거가 없어서 처벌이 어려운 상황이다. 김선춘 국과수 소장은 "우리나라 신종마약의 80%가 합성대마다.  마약성 자극이 유지되지만 구조 변화로 다른 독성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신종마약이 몇 종이냐고 물어보면 저희가 대답을 못 한다. 감정량이 너무 많아서 소화가 어렵다"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설명했다.

지난 4월, 백주대낮의 서울 한복판에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벌어진 '마약 음료' 사건은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다. 범인들은 우유에 필로폰을 섞은 후,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음료라고 속여 청소년들에게 시음을 해보라고 권했다. 음료를 복용한 청소년들은 이상 증상을 호소했고, 범인들은 학부모들에게 문자로 돈을 보내라고 협박을 일삼았다. 피해자는 무려 10여 명에 이르렀다. 경찰은 3일 만에 마약을 제조-배포한 길아무개씨를 체포했다.

그런데 범인들은 왜 하필 마약음료에 ADHD 치료제를 연상하게 하는 이름을 사용했을까. 왜 범행장소를 수험생이 많은 강남구 대치동으로 골랐을까. 현재 학원가에서는 집중력 향상을 위한 ADHD 치료제가 일부 수험생들에게 남용되고 있는 실정이었다.

전문가들은 "ADHD 치료제를 도핑 목적으로 시험기간에 복용하는 학생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집중력 향상 효과가 어느 정도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결정적으로 성적을 뒤집을 수 있을 정도라고는 보기 힘들다"라고 설명했다. 성적부담이 높은 수험생들이 학부모들의 묵인 혹은 동의하에 ADHD 치료제를 이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고, 약물에 익숙해진 10대들이 우울감과 불안감에 더 자극적인 약물을 찾게 되면서 마약의 위험성에 노출되는 악순환이다.

남태현 "마약에 관심도 갖지 말아라, 인생 무너져"
 
 KBS1 <추적 60분>의 한 장면.
ⓒ KBS1
 
한번 약물 중독에 빠지면 벗어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마약 중독으로 현재 인천의 한 재활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아이돌 가수 출신 남태현이 출연했다. 그는 "연예계 활동을 하면서 다이어트약을 자주 복용했고, 정신과를 다니면서 병원 처방약을 받게 되면서 마약을 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남태현은 "약물에 익숙해지면 '마약도 별거 아니겠지'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게 되는 것 같다. 처음에는 친구를 통해서, 이후에는 텔레그램을 통하여 약을 구매했다. 나중에는 약물에 대한 갈망밖에 남지 않더라. 가족이랑 주변 사람들과도 다 멀어졌다. 더 이상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현재 남태현은 빚만 5억에 이르며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었고,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생계를 꾸려야 하는 처지라고 밝혔다. 10대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로는 "마약은 관심조차 가지지 말았으면 좋겠다. 인생 자체가 처참히 무너지는 행동이니까 손도 대지 말라고 하고 싶다"고 당부했다.

최근에는 마약의 위험성이 높아지면서 '마약 마케팅 근절 캠페인'도 벌어지고 있다. 상품이나 상호명에 마약김밥, 마약이불 등을 붙이는 판매 방식이 마약에 대한 경각심을 늦춘다는 우려다. 국내 대형 온라인 쇼핑몰들에서는 이러한 목소리를 받아들여 마약이라는 단어를 검색 금지어로 설정하기도 했다.

청소년들의 마약에 인식 전환을 위한 교육의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마약 문제가 심각한 미국에서는 유치원 때부터 아이들에게 'Say no'로 불리우는 약물남용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것도 벤치마킹해볼 필요가 있다. 국내 마약 중독 청소녀들 중에는 마약예방교육 경험을 받아본 경험이 없는 학생들도 다수였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마약예방교육이 아예 없었던 학교가 전체의 18.3%에 이르며, 실시한 학교들도 전문강사와 교육자료 부족으로 형식에 그친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보건복지부에 다르면 마약예방프로그램에 1달러를 투자하는 게 약물 사용 관련 비용 18달러를 절약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예방만큼 중요한 것은 치료다. 2022년 기준 청소년 마약사범은 481명으로 4년 사이에 3배 이상 폭등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치료를 받은 청소년은 고작 26명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할까 두려워 마약에 대한 언급 자체를 금기시해왔던 우리 사회지만, 이제 '10대 마약'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어른들이 적극 나서서 아이들을 보호하고 마약의 심각한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고 대책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