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최전방, 선수선발 논란까지... 황선홍호 향한 우려
[이준목 기자]
▲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최종 명단은 누구?'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대표팀 최종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황선홍 대표팀 감독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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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항저우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대한민국 U-24 남자축구 대표팀 최종 엔트리 22인 명단이 공개됐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여니 믿을 만한 대형 스트라이커가 보이지않고, 심지어 에이스는 뽑아놓고도 아직 합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아시안게임 3연패를 노리는 '황선홍호'가 가장 중요한 선수구성 문제부터 난항을 드러내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황선홍 감독은 지난 7월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시안게임 축구 국가대표팀 최종 명단을 발표했다.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 최종 명단 정원은 이전 대회의 18명보다 4명 늘어난 22명이다. 대회가 코로나19로 인하여 1년 연기되면서 출전연령이 23세에서 24세로 1년 상향됐다. 24세 이하 선수 19명은 1999년 1월1일 이후 출생자며 나머지 3명은 나이에 상관없이 발탁가능한 '와일드카드'로 분류된다.
최종엔트리에는 이강인(PSG)을 비롯하여 정우영(VfB 슈투트가르트), 홍현석(KAA 헨트), 고영준(포항스틸러스), 엄원상(울산현대), 조영욱(김천 상무), 고영준(포항스틸러스), 박규현(디나모 드레스덴), 최준(부산아이파크) 등 국내파와 해외파를 망라한 정예 선수들이 모두 이름을 올렸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와일드카드로는 설영우(울산), 박진섭, 백승호(이상 전북) 3인이 합류했다. 특히 2선과 중원은 역대 어느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견줘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화려하다는 평가다.
황선홍 감독은 선수 발탁의 3대 기준으로 "소속팀과 K리그에서의 포지션 경쟁력, 멀티 능력과 협업 능력"을 거론하며 "아시안게임은 필드 플레이어가 19명 밖에 없다. 상당히 무더운 날씨 속에 경기 스케줄이 타이트하기 때문에 멀티 능력이 중요하다. 또한 원팀으로서의 협업능력을 고려하여 22명의 선수를 선발했다"고 설명했다.
에이스 이강인 차출, 소속팀 협조해줄까
하지만 대표팀 명단이 발표되면서 일각에서는 벌써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일단 에이스인 이강인의 차출 문제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아시안게임은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가 아니라 소속팀의 협조가 필요하다. 이강인이 최근 프랑스 명문 파리 생제르맹으로 이적하면서 새 소속팀으로부터 아시안게임 차출 허가를 받아내야하는 상황이다.
황 감독은 "이강인과는 계속 교감했고 선수 본인도 아시안게임 참여 의지가 강하다. 전 소속팀인 마요르카와는 아시안게임 참여 조율을 거의 완료됐었는데, 최근 PSG로 이적하면서 조율을 이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황 감독은 "긍정적으로 해결될 거라고 기대한다"고 밝혔지만 만에 하나라도 조율이 난항에 부딪힐 경우 대표팀은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이강인은 현재 한국축구 최고의 선수 중 하나이고, 황선홍호에도 전술의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높기에 에이스의 합류가 어려워진다면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다행히 다른 해외파 선수들은 모두 소속팀에 아시안게임 차출에 대한 허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황 감독은 9월 4일에 완전체 소집을 예정하고 있었지만 그 중 A매치 기간과 겹치지 않는 6일에 대한 차출 논의를 해외파 선수들의 소속팀과 조율하는 문제가 남아있다.
이번 대표팀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역시 최전방의 무게감이다. 황 감독은 K리그2에서 활약 중인 박재용(FC안양)과 안재준(부천FC)을 공격수로 발탁했다. 지난해 안양에 입단한 박재용은 K리그2 통산 37경기에서 8골(1도움)을 넣었다. 안재준은 K리그2 통산 57경기에서 10골(5도움)을 작성했다.
황 감독은 "안재준은 스트라이커는 물론 측면에서도 뛸 수 있는 선수다. 공격적인 움직임을 가져갈 수 있고 득점력도 준수하다. 박재용은 연계 플레이가 우수하고 침착하고 문전 플레이도 좋다"며 믿음을 보냈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2부리그 소속이다.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1부리그 소속 공격수가 전무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물론 리그 이름값이 전부는 아니라지만, 올 시즌 활약도 안재준이 14경기 출전 6골 3도움, 박재용은 16경기 출전 6골 1도움으로, K리그2에서 각각 득점 7, 8위에 불과하다.
당초 황선홍 감독이 우선순위로 원했던 공격수들이 모두 합류가 불발됐다. A대표팀에서도 활약중인 오현규(셀틱), 연령대별 대표팀과 국제 경험이 풍부한 오세훈(시미즈)은 모두 병역의무를 마친 상황이라 소속팀의 협조를 얻지 못했다.
또한 마지막 희망이던 와일드카드에서도 황선홍 감독이 K리그1 득점왕 출신 주민규(울산)의 합류를 고려했으나 끝내 불발됐다. 황 감독은 와일드카드로 다른 공격수 후보를 더 이상 고려하지 않고 수비와 미드필드에 집중 투자했다.
중요성 더 커진 '황금 2선'... 이상민 발탁 논란도
아시안게임 연령대별 대회로 바뀐 것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부터다. 냉정히 봤을 때 이번 대표팀의 공격진과 와일드카드 구성은 2000년대 이후 역대 최약체라고 할수 있다.
21세기 들어 대한민국은 총 5번의 아시안게임을 치렀고 지난 2014-2018년에는 2연속 금메달을 획득했다. 역대 아시안게임 대표팀에는 이동국, 김은중, 박주영, 정조국, 지동원, 김신욱, 황의조, 손흥민 등 강력한 골잡이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발탁 당시 A팀에서도 중용받는 정상급 선수들이었다. 이 중 손흥민, 황의조, 박주영, 김신욱은 와일드카드로 발탁된 공격수들이다.
대표팀이 최전방 포지션에 와일드카드를 뽑지 않은 것은 2002년과 2006년이 있다. 하지만 이때는 각각 이동국과 박주영이라는 A팀 주전급 스트라이커들이 해당 연령대에 있었기에 지금과는 상황이 다르다. 하지만 당시 2002년에는 3위(동메달), 2006년에는 4위(노메달)에 그치며 각각 금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반면 공격수 구성과 와일드카드 활용에서 역대 최고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것은 지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다. 선발 논란이 있었던 황의조는 무려 9골을 터뜨리며 득점왕에 올랐고, 손흥민이 상대 수비를 끌고 다니는 역할을 하며 1골 5도움으로 지원 사격하여 금메달을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남은 와일드카드 한 자리는 골키퍼 조현우가 활약하며 든든하게 골문을 지켰다.
결국 이번 대표팀은 '황금 2선'의 중요성이 더 커지게 됐다. 이강인이 합류하고 정우영, 엄원상, 조영욱, 송민규, 고영준 등이 버틴 2선은 와일드카드 없이도 역대급이라는 평가다. 황 감독은 역시 "우리 팀의 강점은 2선이다. 조금 불안한 부분도 있지만, 강점을 살리기 위해선 2선이 살아나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측면 미드필더에 대한 경쟁이 심하여 불행히 탈락한 선수들도 있다. 어떻게 하면 우리가 2선 공격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고민을 더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력적인 평가 외에 과거 음주운전 적발 사실을 숨겼던 이상민(성남FC)이 아시안게임 최종 명단에 포함된 것도 논란을 자아내고 있다. 이상민은 충남아산 소속이던 지난 2020년 5월 음주 상태에서 운전하다 경찰에 적발되었으나 소속팀에 알리지 않고 3경기를 더 뛴 후에야 뒤늦게 보고하여 물의를 일으켰다. 당시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이상민에게 K리그 공식 경기 15경기 출장 정지와 제재금 400만 원을 부과했다.
황 감독은 "이상민이 2020년에 징계를 받고 이행했다.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아시안컵에도 출전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아시안게임은 국가를 대표하여 출전하는 무대이고 심지어 금메달을 따면 병역특례까지 주어진다. 음주운전에다가 은폐 전력까지 있는 선수가 나라를 대표하여 아시안게임에 출전하고 병역 혜택까지 주어진다면, 성실하고 모범적으로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이들의 박탈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황선홍호는 이전 대표팀들에 비하여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속에서 아시안게임 무대에 나서게 됐다. 황선홍 감독의 지도력에 대한 의구심도 아직 남아있는 상황이다. 주사위는 던져졌고, 황선홍 감독과 선수들은 3회 연속 금메달이라는 목표를 이루는 것으로 증명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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